"당정 문제없다"는 尹…한동훈 이름 한번도 안 꺼냈다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오전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당정 간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증원 및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과 관련해 이견을 보여온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갈등설을 묻자 나온 답변이었다. 윤 대통령은 예상한 질문이라는 듯 차분한 어투로 “현안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게 자유민주주의 아니겠나”라며 “다양한 채널을 통해 (당정이) 원활히 소통하고 있고, 주말마다 고위 당정 협의도 꼬박꼬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 역시도 우리 당 의원들, 당 관계자들과 수시로 통화뿐 아니라 저한테 찾아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의 답변은 외관상으론 한 대표와의 확전을 자제하는 것으로 비쳤다. 하지만 여권 내에선 “윤 대통령의 말 속에 뼈가 있다”는 반응이 나왔다. 기자회견 중 윤 대통령이 한 대표의 이름을 한번도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당과 수시로 소통한다며 거론한 대상에도 당 대표는 빠져 있었다.
이같은 윤 대통령의 모습은 3개월 전 취임 2주년 기자회견 때와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당시 기자회견도 4월 총선에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의 오찬 초청을 거절하며 윤·한 갈등이 불거지던 시점에 열렸다. 윤 대통령은 그때 한 대표 관련 질문을 받자 “한 전 위원장과 저는 20년 넘도록 교분을 맺어왔다. 언제든지 만날 것”이라며 “앞으로 정치인으로서의 길을 잘 잘 걸어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덕담을 건넸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말 대통령실에서 열린 당정 화합 만찬에서도 한 대표와 러브샷을 하며 “한 대표를 외롭게 만들지 말라”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한 대표를 언급하지 않은 건 두 사람 관계의 현주소를 보여 주는 장면”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한 대표를 거론하진 않으면서도, 한 대표가 주장하는 법안 및 정책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도 이같은 해석에 힘을 실었다. 한 대표가 제안한 순직해병 제3자 특검법과 관련한 질문에 윤 대통령은 “채상병 특검 청문회를 봤는데 이미 거기서 외압의 실체가 없는 것이 자연스럽게 드러난 것이 아닌가”라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가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 유예를 주장한 의료개혁에 대해선 “(의료개혁을) 안 하면 국가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라며 수차례 정책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응급실 뺑뺑이’ 우려에 대해선 “응급실 의사가 부족한 것이 근본적 문제”라며 “답은 현장에 있고 디테일에 있다. 여러 문제가 있지만 진료 체제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이날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 전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 여론과 민심을 다양하게 들어본 결과 응급실이나 수술실 상황 등 현 의료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는데 이와 상반된 시각을 드러낸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열린 국민의힘 연찬회에도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급파했다. 의료 개혁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다시 한번 의원들에게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이번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은 지난 5월 취임 2년 기자회견 후 112 일만, 동해 석유 가스 매장 관련 첫 국정브리핑 후 87일 만에 열렸다. 윤 대통령은 오전 10시부터 ‘the bucks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는 명패 앞에서 약 41분간 지난 국정 성과와 함께 연금·의료·노동·교육 개혁에 저출생을 더한 ‘4+1 개혁’ 추진 상황을 설명했다. 윤 대통령의 집무실 뒤편에는 현장에서 만난 시장 상인과 소방관, 군인 및 공직자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놓여있었다.
윤 대통령은 모두 발언을 마친 뒤 1층 브리핑룸으로 내려와 약 83분에 걸쳐 150여명의 취재진이 참석한 가운데 19개의 질문에 답했다. 사전 조율 없는 즉문즉답으로, 윤 대통령은 과거 기자회견과 마찬가지로 종이 한 장 들고 오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지난 열흘간 매일 늦은 저녁까지 기자회견을 준비했다. 새벽 3시에 수정본을 요구하기도 했다”며 “참모들이 준비한 예상 질문도 수백 개에 달했다”고 전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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