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유죄, 힘받는 '교육감 직선제' 개선론…"10월 보선도 460억"

서지원, 최민지 2024. 8. 29.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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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9일 서울시 교육청을 나서고 있다. 이날 대법원 3부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조 교육감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29일 확정했다. 연합뉴스


29일 해직교사 특혜 채용 사건으로 당선 무효형을 확정받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교육청을 떠나기 전 본청 입구에서 미리 준비한 한 장 짜리 입장문을 읽어 내려갔다. 그는 “세 차례에 걸쳐 저를 선택해 주신 서울시민 여러분께 깊이 송구하다”며 “법원의 결정은 개인의 유불리와 관계없이 존중하고 따라야 마땅하다”고 했다. 이어 “해직 교사들이 다시 아이들을 만날 수 있도록 한 2018년 결정에 대해선 지금도 후회가 없다”고 덧붙였다.

조 교육감의 퇴진에 진보 교육단체들은 유감을 표했다. 특별채용 해직교사들이 몸 담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의 화살은 재판부를 향했다. 전교조는 “1만 명이 넘는 시민과 국회의원 109명이 ‘교육 현장의 역사적 상처를 씻고 화해와 공존을 실현하려는 노력’이라고 평가했던 그의 선의(善意)가 결국 짓밟히고 말았다”고 했다. 지난해 말 국회의원 109명과 서울 지역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종교인 등은 조 교육감의 항소심 재판부에 탄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도 “해직교사를 특별채용한 동기와 시점이 고려되지 않았다”면서 “2022년 서울 시민의 민주적 선택을 무위로 돌린 형식적 법 해석이 교육의 안정성을 저해한 점에 유감”이라고 했다.


“깜깜이 교육감 직선제, 개선 필요”

보수 교육단체는 교육감 직선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교육감의 인사권이 법과 공정성보다 우선일 수 없다는 점을 재확인한 판결”이라며 “직선 교육감제에서 위법‧특혜 특별채용을 예외 없이 엄단하고 근절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 . 중앙포토


서울 교육감이 사법부의 판단으로 중도 낙마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공정택 전 교육감은 재산 신고때 차명계좌를 고의 누락한 혐의로, 곽노현 전 교육감은 상대 후보자를 매수한 혐의로 각각 유죄 판결을 받고 낙마했다. 서울뿐만이 아니다. 서거석(전북)·하윤수(부산)·임종식(경북)·신경호(강원) 교육감 등이 선거 관련 혐의로 재판 진행 중이다.

선출된 교육감들이 사법 리스크에 흔들릴 때마다 직선제에 대한 비판은 꾸준히 제기됐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교육감 후보는 정당의 도움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선거 비용, 조직 동원 등의 부담을 개인이 혼자 지게된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당선 후 임명을 약속하거나 비리에 연루되는 등의 일이 반복된다는 지적이다.

본지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22년 교육감 선거에서 후보로 등록한 61명이 쓴 돈은 총 660억7229만원이었다. 교육감 후보 한 사람당 평균 10억8315만원을 선거자금으로 쓴 셈이다. 이는 같은 기간 시·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 55명의 선거비용(약 491억원, 2022년 7월 기준)을 상회한다. 시·도지사 후보 1인당 평균 지출액(약 8억9000만원)도 교육감 후보들의 씀씀이가 약 1억9000만원 정도 컸다. 교육감 직선제의 고질병으로 지적돼 온 ‘고비용 선거’의 폐단이 지난해에도 반복된 셈이다.

선거 비용 부담은 후보뿐만 아니라 선거를 집행하는 국가의 몫이기도 하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10월에 치러지는 서울교육감 보궐선거에만 46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후보자들이 쓴 선거비용을 보전하는 돈까지 포함하면 100억 정도가 더 늘 것으로 보고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직선제 대안으로 시·도지사와 교육감 러닝메이트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지난해 주요업무 추진계획에 러닝메이트법(지방교육자치법·공직선거법 개정안)을 4대 입법과제로 포함했지만 야당 반대로 1년 반 넘게 진전이 없는 상태다.


교육청은 권한 대행 체제로…“2학기 안정, 기강 확립”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관계자들이 지난 2021년 5월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으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교사 부당 특별채용 의혹 관련 압수수색을 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시교육청은 오는 10월 16일 보궐선거에서 선출된 새 교육감이 취임할 때까지 설세훈 부교육감의 교육감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설 권한대행은 이날 긴급 실·국장회의를 소집해 2학기 학사 운영이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설 권한대행은 “교육감 보궐선거를 공정하게 치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속 공무원들의 선거 중립과 공정한 업무 처리가 중요하다”며 “각종 공직 비위와 기강 해이에 엄정 대처해 공직 기강 확립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보궐 선거에서 뽑힌 차기 교육감의 임기는 조 교육감의 잔여임기인 2026년 6월 30일까지다.

최민지·서지원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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