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웰'이 결정타?…엔비디아, 매출 2배 호실적에도 주가 추락 왜

이희권 2024. 8. 29.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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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6월 대만 타이베이 국립대만대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4 기조연설에서 엔비디아의 차세대 인공지능(AI) 가속기 제품 ‘블랙웰’ 시리즈를 들고 있다. 타이베이(대만)=이희권 기자

인공지능(AI) 반도체 선두주자 엔비디아가 28일(현지시간) 회계연도 기준 2분기(5∼7월) 실적을 발표했다. 300억 달러를 돌파하는 매출로 시장의 기대에 부응했지만, 이날 엔비디아 주가는 추락했다.


‘환상적인 실적’에도 주가는 추락


차준홍 기자
엔비디아의 2분기 매출은 300억4000만 달러(약 40조1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22% 증가해 처음으로 300억 달러 선을 넘었다. 영업이익(186억4200만 달러) 역시 같은 기간 174% 뛰었다. 엔비디아의 주력 제품인 AI 가속기를 담당하는 데이터센터 부문의 올 2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4% 증가한 263억 달러를 기록했다.

엔비디아는 회계연도 기준 3분기(8~10월) 매출 전망을 325억 달러로 제시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시장 예상치인 317억 달러보다 높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1조 달러가 넘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 시장을 바꾸는 여정을 이제 막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코스피가 29일 미국 엔비디아의 주가 하락 영향에 1% 넘게 떨어지며 출발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연합뉴스

매출과 순이익 모두 월가의 전망치를 뛰어넘었음에도 주가는 거꾸로 갔다. 실적 발표 이후 엔비디아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7% 가까이 폭락했다. 하루 만에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의 두 배가 넘는 2100억 달러(약 280조원) 가량이 증발했다. 이날 엔비디아는 500억 달러(약 67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내놨지만 주가 하락을 막진 못했다.

한껏 높아진 투자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에 역부족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반적인 실적은 견고했지만 차세대 제품 블랙웰을 둘러싼 의문이 부각됐고, 지난해 AI 주도의 폭발적인 성장세가 조금씩 둔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뒤이어 열린 29일 국내 증시에서도 성장 여력에 대한 의구심이 이어지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가 각각 3.14%, 5.35% 하락 마감했다.


“블랙웰 문제없다” 달랬지만


차준홍 기자
이날 실적발표 후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최대 관심사는 차세대 AI 가속기 블랙웰이었다. AI 열풍 속에 올 연말 시장에 출시되는 신형 AI 칩이 내년 엔비디아의 성적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콜렛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당초 일정대로) 4분기 블랙웰을 출시해 수십억 달러의 매출을 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히며 일각에서 제기한 결함 의혹을 부인했다.

다만 엔비디아 측은 “양산 수율을 높이기 위해 블랙웰의 마스크를 일부 변경했다”고 밝혔다. 마스크는 반도체 생산 공정에서 원재료인 실리콘 웨이퍼(반도체 원판)에 전자회로 패턴을 새길 때 사용되는 핵심 부품이다. 엔비디아가 블랙웰 설계 변경 사실을 처음 인정한 것이다.

박경민 기자

젠슨 황 CEO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현재 주력 제품인 호퍼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강력하다”면서 “블랙웰 샘플 제품을 시험 중이고, 기능 변경 없이 4분기부터 문제 없이 양산할 것”이라 말하는 등 투자자 달래기에 나섰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내년 초 블랙웰 제품이 실제로 문제 없이 시장에 출시되기 전까지는 의구심이 계속될 것”이라 말했다.


그래도 당분간 적수 없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지난 6월 대만 타이베이 그랜드 하이라이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엔비디아 서버 제품을 들면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타이베이(대만)=이희권 기자
성장세 둔화에 대한 우려에도 당분간 AI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를 위협할 이는 없을 것이란 게 반도체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아마존·메타 등 빅테크는 여전히 AI에 수백조 원 규모의 천문학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엔비디아의 주가는 올해 들어 150% 넘게 오르며 시가총액 3조 달러를 돌파했고 지난 5년간 주가 상승폭은 3000%에 달한다.

엔비디아의 독주는 직원들의 이직률도 낮추고 있다. 주7일 근무 등 경쟁적인 업무 환경에도 불구하고 엔비디아의 지난해 이직률은 5.3%에 불과했다. 26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이 1조 달러를 돌파한 이후 이직률이 2.7%로 떨어지며 꾸준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체 반도체 산업 평균 이직률은 17.7%다. 엔비디아는 직원들에게 자사주를 특정 시점의 낮은 가격으로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종업원주식구입제도(ESPP)를 운영 중인데, 최근 주가가 급등하면서 최소 10배 이상의 차익이 나고 있다.

이희권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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