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새벽 UCL 추첨합니다, 그런데 조추첨은 아닙니다… 새로 도입되는 리그 페이즈, 한국 선수들에게 갈 영향은?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가 조별리그를 폐지하고 새로운 시스템인 리그 페이즈를 도입했다.
30일(한국시간) 오전 1시 유럽축구연맹(UEFA)이 UCL, UEFA 유로파리그, UEFA 유로파 컨퍼런스리그 등 참가팀이 결정된 3대 유럽대항전의 대진추첨을 진행한다. 여기서 달라진 건 '대진추첨'이지 과거의 용어인 '조추첨'이 아니라는 점이다. 과거에는 32팀이 본선에 올라 4팀씩 8조로 편성된 뒤, 축구에서 가장 익숙한 방식인 조별리그로 16강 진출팀을 정했다. 월드컵과 비슷한 방식이기 때문에 더 친숙했다. 그런데 이번 대회부터는 참가팀을 늘려 36팀이 됐다.
새로운 리그 페이즈 진행 방식은 36팀이 모두 하나의 리그에 들어간 뒤, 같은 리그의 모든 팀과 맞붙는 게 아니라 나름의 원칙에 따라 팀당 8갱기를 치른다는 게 골자다. 이는 체스에서 흔히 쓰이는 스위스 시스템을 연상시킨다. 다만 스위스 시스템은 그날그날의 전적에 따라 다음날 전적이 비슷한 상대를 만나게 되는 방식이지만 이는 한 자리에 모여 진행되는 대회에서나 가능하고, 축구처럼 홈과 원정 일정이 미리 나와야 하는 종목에서는 적용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모든 리그 페이즈 일정은 대진추첨 후 미리 정해지게 된다.
각 팀이 상대하는 8팀을 정하는 기준은 뭘까. 일단 최근의 유럽대항전 성적을 기준으로 시드배정을 한다. 각 포트당 9팀씩 4개 포트로 팀의 수준을 나눈다. 예외적으로 포트1은 지난 시즌 UCL, 유로파리그, 주요 빅 리그의 우승팀들이 먼저 8개 자리에 편성되며 그 뒤로는 유럽대항전 성적이 기준이다.
그리고 각 팀은 모든 포트에서 2팀씩 만나게 된다. 과거의 조별리그 방식에서는 같은 포트에 있는 팀끼리는 경기를 하지 않았지만 새로운 대진추첨 방식에서는 포트 1에서도 두 팀, 포트 2에서도 두 팀, 포트 3과 포트 4에서도 각각 두 팀씩 만나 총 8경기를 치른다. 각 포트에서 만날 두 팀 중 하나는 홈, 하나는 원정경기를 갖게 된다.
같은 리그 팀끼리는 리그 페이즈에서 만나지 않게 대진을 짠다. 또한 같은 나라의 팀과 는 최대한 두 번까지 만날 수 있고 같은 리그의 3팀을 상대하진 않는다. 최대한 다양한 대진으로 8경기를 치르게 한 것이다.
대진추첨을 과거의 조추첨처럼 일일이 사람이 한 장씩 뽑아서는 모든 팀의 홈과 원정을 공평하게 배분하기 힘들다. 그래서 출연자의 추첨과 컴퓨터의 난수 생성기를 모두 활용해 대진을 만든다.
예를 들어 방송사 'ESPN'이 진행해 본 가상 대진추첨의 결과 김민재의 소속팀 바이에른뮌헨은 포트1에서 바르셀로나(바이에른이 홈), 인테르밀란(원정)을 만났다. 포트 2에서는 유벤투스(홈), 샤흐타르도네츠크(원정)를 만나게 됐다. 포트 3에서는 셀틱(홈), 디나모자그레브(원정)와 대진이 편성됐다. 포트 4에서는 지로나(홈)와 AS모나코(원정)가 상대로 정해졌다. 이처럼 모든 팀이 각 포트에서 2팀씩, 홈과 원정을 반반씩, 각각 다른 나라의 팀을 상대로, 최대한 공평하고 다양하게 치르도록 일정을 짜는 방식이다.
마지막 8차전은 모든 팀이 동시에 치러야 담합이나 고의 패배 등을 방지할 수 있다. 그래서 최종전이 열릴 내년 1월 30일에는 전유럽 18개 구장에서 18개 경기가 동시에 진행되는 진풍경이 연출될 예정이다.
그 8경기 결과로 16강이 바로 결정되는 건 아니다. 리그 페이즈를 모두 마쳤을 때, 상위 8개 팀은 16강에 즉시 진출한다. 그리고 리그 페이즈 성적이 9위부터 24위인 16개 팀은 '토너먼트 진출 플레이오프'를 치러 절반으로 솎아진다. 이렇게 16강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처럼 나름대로 최선의 방식을 고안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조별리그보다 재미가 없어 보이는 게 사실이다. 단 4팀으로 구성된 조에서 직관적인 순위싸움을 벌였던 과거와 달리, 모든 팀이 함께 뒤엉켜 싸우는 새로운 방식에서는 누가 승자고 패자가 될지 축구팬들이 이해하기 힘들다. UEFA가 노리는 대표적인 흥행 효과는 더 많은 강팀간 경기다. 전체 경기의 4분의 1은 포트 1 팀끼리 싸우기 때문에 기존 조별리그에서는 볼 수 없었던 토너먼트급 대진이 추가된 것이다. 사실상 이를 노리고 규정을 바꿨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UEFA가 축구팬들의 우려와 회의론을 뚫고 새로운 방식을 설득해낼 수 있을지 기대된다. 일단 한국 축구팬들 입장에서는 한국 선수의 소속팀끼리 코리안 더비를 벌일 가능성이 더 다양해졌다는 점에 흥미로운 면이 있다. 리그 페이즈 진출팀의 한국선수는 바이에른뮌헨의 김민재, 파리생제르맹(PSG)의 이강인, 츠르베나즈베즈다의 황인범과 설영우, 셀틱의 양현준, 지로나의 김민수까지 5팀의 6명이다. 모두 다른 리그의 팀들이다. 같은 포트에 있어도 팀의 국적이 다르면 만날 수 있다는 새 규정에 따라 어떤 대진이든 만들어질 수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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