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예산 늘어난다는데... 지역영화는 여전히 '홀대'

성하훈 2024. 8. 29.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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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2025년 예산안 발표, 중예산 영화 지원 100억 신설

[성하훈 기자]

2025년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 이하 '문체부') 예산안이 27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국회에 제출된 가운데, 영화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한 핵심 사안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체부는 2025년 예산안이 7조 1214억 원으로 편성됐다며 이는 2024년 대비 1669억 원, 2.4% 증가한 규모로, 윤석열 정부의 세계 문화 강국 도약 의지가 반영된 결과물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콘텐츠 관련 부분 예산은 1조 2995억으로 올해 1조 2800억 대비 1.5% 인상했다고 밝혔으나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18.4%보다 0.2% 떨어진 18.2%였다.
 2025년 문체부 예산안
ⓒ 문체부 제공
"중예산 영화 지원만큼 독립영화 지원해야"

문체부가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영화산업 핵심 증가 예산안은 3가지다. ▲중예산 영화 제작지원에 100억 원 신설 ▲기획개발지원이 26억 원으로 10억 증가 ▲영화제 지원예산이 33억으로 5억 늘어난 것 등이다.

우선 중예산 영화 지원에 대해 문체부 측은 "한국영화시장 전반의 활성화 및 산업 강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고, 대형영화로 성장 견인을 위해 한국영화의 허리 역할인 중예산 영화제작 활성화를 신설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다만 중예산이란 표현이 일반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데다 기준이 모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문이 제기된다. 문체부 측은 독립영화나 대작 상업영화가 아닌, 중간 규모의 영화 지원으로 대략 30억에서 50억 정도 예산의 영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영화계와 협의해서 결정하겠다는 것인데, 예산안이 통과될 경우 실무적인 기준은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에서 마련될 가능성이 크다.
 문체부가 밝힌 2025년 예산안 중 K-콘텐츠 대표장류 육성 주요 내용
ⓒ 문체부 제공
2023년 영진위의 한국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극장 개봉작의 평균 총 제작비는 30억 원 정도로 상업영화는 124.6억, 독립예술영화는 3.8억 원으로 나타나고 있다. 상업영화 평균 제작비를 기준으로 하면 중간 규모는 62억 원 정도다.

하지만 독립영화 진영은 문체부가 독립영화는 배제된 상태에서 중예산 상업영화 제작 지원에 100억 원을 지원하겠다는 것에 우려의 시선을 보이고 있다.

한국독립영화협회 백재호 이사장은 "100억이란 큰 예산을 지원하는 거면 다양한 독립영화를 같이 지원해야 맞는 것"이라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이 아닌 다양한 독립예술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균형있는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대폭 삭감했다가 찔끔 늘려

16억 원이었던 기획개발이 26억으로 늘어난 것에 대해서도 영화계는 생색내기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전문역량 기획개발까지 합치면 올해 전체 기획개발 관련 예산이 37억에서 47억으로 늘어나는 것이지만 2023년 70억 수준과 비교하면 70% 수준에도 못 미친다. 올해 절반 정도 깎인 예산을 10억 정도 늘린 후, 크게 증가한 듯 포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제 지원 예산안도 마찬가지다. 5억 증가 된 33억을 이야기하고 있으나 2023년 56억과 비교하면 여전히 20억 이상 모자란 수치다. 올해 예산이 대폭 삭감돼 전국적인 반발이 이어지면서 국내 영화제들의 거센 요구를 일부 받아들이는 시늉만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작 올해 사라진 지역영화 지원사업은 이번 예산안에서 복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진위의 지원사업 중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던 지역영화 지원사업은 2023년까지 12억 정도의 예산으로 진행돼 왔다.

문체부는 영화 지원예산이 올해보다 92억 증가한 829억 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중예산 영화 100억 지원 신설이 증액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문체부가 주요하게 언급한 기획개발 증액 10억과 영화제 지원 5억을 더하면 예산안 증가액 115억 이상이어야 하는데 92억이라는 것은 올해 예산 중 전체적으로 최소 23억 정도는 깎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체부가 2025년 예산안에서 영상산업박물관 조성 연구로 3억원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 문체부
2025년 예산안에서 그나마 의미 있게 평가되는 사업은 영상박물관 기본 연구 항목으로 3억 원을 편성하려는 것이다. 영화계가 요구해 왔던 국립영화박물관 설립이 정부 차원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길게는 10년까지 내다봐야 하는 장기적인 사업의 첫발을 떼게 되는 셈이다.

2025년 예산안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감액이나 증액될 수 있는 여지도 있기에 중예산 영화 지원만큼 독립예술영화 지원 확대도 중요하다는 독립영화인들의 목소리가 어느 정도나 반영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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