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이 날아다녀요, 경험 못한 태풍"…'산산' 日상륙 초비상

정은혜 2024. 8. 29.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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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일본 남서부 미야자키에서 태풍으로 인해 날아온 구조물이 전선에 걸린 채 파괴됐다. 교도통신=연합뉴스

주택을 무너뜨릴 정도로 강한 위력을 가진 제10호 태풍 ‘산산’이 29일 일본에 상륙하면서 대규모 피난령이 내려졌다. 한국도 남해안 먼바다에 태풍 경보가 발표되고, 동해안 지역에 풍랑 주의보가 내려지는 등 태풍의 간접 영향을 받고 있다.

일본 기상청은 “산산이 이날 오전 8시경 중심 부근 최대 풍속 초속 50m의 매우 강한 태풍으로 일본 규슈 지방에 상륙했다”고 밝혔다. 태풍의 중심 부근 최대 풍속이 초속 54m를 넘으면 ‘초강력 태풍’으로 분류하는데, 산산은 상륙 전 한때 중심부 풍속이 초속 70m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오후 1시 일본 기상청이 발표한 태풍 산산의 현재 위치와 예상 경로. 빨간 원 안의 지역은 초속 25m이상의 강풍이 부는 영역이다. 사진 일본 기상청

이로 인해 전날 밤 아이치현에서는 태풍이 상륙도 하기 전에 산사태가 발생해 일가족이 매물되는 사고가 발생했고,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일본 기상청은 “규슈 남부에 경험한 적 없는 폭풍과 파도가 예상된다”며 “가장 강한 경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 가고시마현 미야자키현, 구모마토현에서는 주민 225만명에게 피난 지시가 내려졌다.

NHK는 이날 12시까지 미야자키현에서 30명, 가고시마현에서 15명 등 규슈 지방에서 총 54명이 태풍 피해로 다쳤고 1명이 행방불명됐다고 보도했다. 강풍으로 인해 파손된 유리나 지붕 등 건물 구조물이 날아다니면서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토네이도, 선상강수대 동반한 태풍 산산

태풍 산산은 극한의 기상 현상을 동반하고 있다. 일본 기상청은 미야자키현에서 토네이도로 추정되는 돌풍 피해도 발생하고 있어 견고한 건물 내에서 대피할 것을 권고했다.

29일 오이타현 우사에서 태풍 산산으로 인해 폭우가 내려 쓰부사 강이 범람했다. AFP=연합뉴스


규슈 지방에서는 태풍으로 인한 선상강수대가 관측되면서 극심한 폭우도 나타나고 있다. 나가사키현에서는 정오에 시간당 73㎜에 달하는 매우 강한 비가 관측됐다. 미야자키현은 지난 48시간 동안 792㎜의 비가 쏟아졌는데, 이는 평년 8월 한달치의 강수량의 1.4배에 달한다고 NHK는 전했다. 선상강수대는 강한 비를 동반한는 적란운이 띠 모양으로 생기는 현상으로, 일부 지역에 많은 비를 쏟아낸다. 2년 전 태풍 ‘힌남노’도 경북 포항과 경주 지역에 선상강수대를 몰고 와 큰 피해를 입혔다.

태풍 산산은 기압골 없이 시속 15㎞의 느린 속도로 일본 남부를 종단하고 있어 피해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산산은 규슈로 상륙해 오사카 부근을 지나 도쿄 북동쪽 해안가에서 열대저압부로 소멸할 전망이다. 일본 기상청은 산산이 열대저압부나 온대저압부로 소멸한 이후에도 많은 비를 쏟아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동해와 남해 태풍 간접 영향, 서쪽 지역은 폭염 특보


29일 오후 2시 기준 우리나라에 내려진 특보 현황. 사진 기상청
우리나라는 태풍 영향으로 제주와 남해 해상에 풍랑 특보가, 동해는 강풍 특보가 내려졌다. 산산의 영향으로 남해 동부 먼바다에는 태풍경보까지 발표됐다. 태풍의 간접 영향을 받는 동해안과 남해안은 태풍과 강풍, 풍랑 특보가, 강원도에는 호우주의보가 내려졌다.

산산이 우리나라에 유입시키는 동풍의 영향으로 동쪽 내륙 지역의 폭염 특보는 해제됐지만, 태백산맥을 기준으로 서쪽 지역은 폭염 특보가 내려졌다. 동풍이 태백산맥을 넘으면서 기온이 올라가는 승온 효과 때문에 서쪽 지역에 더운 공기가 유입되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수도권과 충청권, 전라권 등 서쪽 지역 낮 최고기온이 30일까지 32~35도로 매우 높겠다고 예보했다.

제주와 동쪽 지역은 태풍으로 인한 비도 일부 지역에 내릴 전망이다. 29~30일 예상 강수량은 강원 영동 20~60㎜, 경상권 10~60㎜, 제주도 5~20㎜다.

강남영 경북대 지리학과 교수는 “태풍 산산이 유례없이 강력한 이유는 제주 남부와 오키나와 부근의 해수온도가 30도로 높기 때문”이라며 “한반도 남쪽 해상이 태풍을 강하게 키울 수 있는 여건을 갖춘 데다 9월도 8월 만큼 태풍 발생 빈도가 높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길이 열리면 9월에 초강력 태풍이 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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