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나노 6세대 기술 선점한 SK…HBM 넘어 'D램' 주도권 잡아
내년 본격 수주전…삼성·마이크론보다 앞서
삼성도 6·7세대 사활…HBM 이어 DDR 등 경쟁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 미국 마이크론을 제치고 세계 첫 10㎚(1㎚=10억분의 1m) 6세대(1c) D램 반도체 개발에 성공했다. 빠르면 연말 양산 준비를 마친 뒤 인텔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호환성 인증을 받고 내년 초부터 당장 납품할 수 있다.
3세대 10㎚급 D램(1z)를 만들던 2019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 마이크론보다 1~2년 기술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이번에 6세대에서 SK하이닉스에 처지면서 6세대, 7세대 이후 첨단 D램 공정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삼성과 SK 양 사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양 사는 6세대 10㎚ 1c D램 기술은 인공지능(AI) 반도체용 고대역폭메모리(HBM)뿐 아니라 더블데이터레이트(DDR), 컴퓨트익스프레스(CXL) 등 모든 D램 솔루션에 들어가는 만큼 결코 밀려서는 안 되는 분야라고 판단하고 있다.
29일 SK하이닉스는 6세대 1c 기술을 적용한 16Gb DDR5 D램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내 양산 준비를 마치고 내년부터 제품을 공급한다고 했다. 현재 '3분기 개발-연말~내년 6월 양산' 시나리오가 유력하다고 알려진 삼성전자보다 수개월 빠르다. 이렇게 되면 HBM에서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의 엔비디아 수주 실적을 따라잡기 위해 애를 먹는 시나리오가 PC 서버용 DDR 등 D램 시장에서 재현될 수 있다.
관건은 생산성이다. 수주전에서는 개발 속도가 빠른 것보다는 얼마나 안정적으로 양산 체계를 갖췄느냐가 중요하다. SK하이닉스는 생산성도 라이벌 업체보다 높다고 자신감을 표했다. 6세대 D램은 극자외선(EUV) 공정 최적화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 5세대보다 생산성을 30% 이상 높였다. 동작 속도는 8Gbps(초당 8Gb)로, 5세대 1b 대비 11% 빨라졌다. 전력효율은 9% 이상 개선됐다. SK하이닉스는 "클라우드 서비스 고객사 데이터센터에 SK하이닉스 6세대 1c D램을 적용하면 전력 비용을 이전보다 최대 30%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D램 역사를 보면 3세대 10㎚ D램(1z)까지는 줄곧 삼성전자가 앞서왔다. 4세대(1a)는 마이크론이 앞섰지만 5세대(1b)에서 왕좌를 탈환했다. 비록 HBM은 처졌지만 PC 서버용 DDR 등에서는 여전히 삼성이 우위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1992년 이후 32년 연속 D램 1위라는 타이틀에도 흠집이 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1~2년 전부터 HBM 수주전에서 SK하이닉스에 밀리더니 이번에 6세대 D램(1c)에서도 한발 늦었다. 6~7세대 이후 공정과 차세대 패키징 경쟁 등에서 반격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퍼져 있다.
삼성전자로서도 HBM은 밀렸지만 DDR 등 다른 주력 제품에서는 앞서기 위해 6세대 D램 개발·양산 속도를 높이고 있다. 7세대 D램 이후 선단 공정 기술 개발 조직도 마련했다. 지난 5월 반도체 엔지니어와 공정 엔지니어를 기술개발 단계부터 하나로 모으는 조직 개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과 양산 준비를 동시에 해서 생산, 납품 시기를 앞당긴다는 구성이다.
우선 6세대 D램에서는 SK하이닉스 생산 품질이 더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웨이퍼(원판) 하나당 뽑아낼 수 있는 칩 숫자, 공정 효율, 수율(양품 비율) 등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6세대 D램 기술을 먼저 개발한 업체가 DDR, HBM, CXL 등 D램 시장 주요 제품에 걸쳐 전반적인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종환 SK하이닉스 D램 개발담당 부사장도 "최고의 성능과 원가 경쟁력을 동시에 충족시킨 1c 기술을 차세대 HBM, LPDDR6, GDDR7 등 최첨단 D램 주력 제품군에 적용하면서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당사는 D램 시장 리더십을 지키면서 고객으로부터 가장 신뢰받는 AI 메모리 솔루션 기업의 위상을 공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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