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용산과 전면전? "민심 들어본 결과, 현 상황 심각"
[곽우신, 남소연 기자]
▲ 발언하는 한동훈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딥페이크 성범죄 관련 부처 긴급 현안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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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가 사실상의 '정면 돌파'를 시사했다. 한 대표는 장기화하고 있는 '의-정 갈등'의 해결책으로 '2026학년도 의과대학 정원 증원 유예안'을 지난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건의했으나, 한덕수 국무총리를 포함해 정부는 이를 즉각 거절하고 나섰다. 이후 용산 대통령실과 한동훈 지도부 사이에 불편한 기류가 다시 형성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측은 당초 오는 30일로 예정된 한 대표 등 당 지도부와의 만찬 회동을 연기했다(관련 기사: 윤-한 갈등 재점화? 만찬 추석 연휴 이후로 연기). 29일부터 시작되는 당 국회의원 연찬회에 모습을 드러낼지도 물음표이다. '친윤계'로 꼽히는 추경호 원내대표 역시 한동훈 대표의 의견에 거리를 두며 사실상 정부의 손을 들어주고 나섰다(관련 기사: 용산 손 든 추경호 "의료 개혁, 정부 방침 전적으로 동의").
이같은 포위와 압박에도 한동훈 대표는 페이스북 글과 백그라운드 브리핑을 통해 "민심"을 강조하며 본인의 의지를 분명하게 재확인했다.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와의 인터뷰에서 용산을 향해 "달나라 수준의 상황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라고도 직격했다. 다른 익명의 친한계 관계자는 같은 매체에 "사실상의 선전포고" "대통령실에 밀리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한동훈 대표의 발언을 해석해줬다. 한동훈 지도부의 용산을 향한 불만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셈이다.
그러나 대통령실에서도 역시 "유예하자는 것은 대안이라기보다 의사 증원을 하지 말자는 이야기"라며 "이해집단의 끈질기고, 구조적인 저항에 굴복한다면 정책이 펴기 어려운 형국으로 빠져들고, 정상적인 나라라고 하기가 어렵다"라고 거친 언사를 내뱉었다(관련 기사: 대통령실 "한동훈 의대증원 유예안 비현실적... 입시현장 큰 혼란"). '윤한 갈등'의 재현이다.
▲ 최고위 주재한 한동훈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추경호 원내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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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저는 의료개혁은 반드시 필요하고 그 동력은 국민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정부의 의료개혁은 중요한 국가적 과제이다. 다만, 그 추진 과정에서 국민들의 걱정과 불안감도 잘 듣고 반응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지금의 의료개혁 상황에 대해서는 저는 이 두 가지 판단이 필요하고 어쩌면 전부라고 생각한다"라며 "첫째 대안과 중재가 필요할 정도로 응급실이나 수술실의 상황이 심각한 상황이냐? 둘째로 만약 그게 심각한 상황이라면 실효적인 대안은 무엇이 있을 것인가?"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정부 당국은 첫 번째에서 '아직은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것이고, 저는 국민 여론과 민심을 다양하게 들어본 결과, '현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했다"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두 번째로 넘어가서 제가 이미 말씀드린 것 같은 대안을 제시한 것"이라며 "제가 제시한 대안은 제가 제일 처음 말씀드린 정부의 의료개혁의 중요한 과제이고 그 본질과 동력을 잃지 않는 그런 선에서 말씀드렸던 것"이라고도 부연했다.
한 대표는 "다른 대안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면서도 "다만 이런 대안 제시에 대해서 '당정 갈등'의 프레임으로 얘기하거나 보도하는 분들도 많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국민의 생명과 건강은 절대적으로 우선시되어야 할 가치"라며 "그렇기 때문에 이 앞에서 '당정 갈등'이라는 프레임은 낄 자리가 없고 사치스러운 것"이라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더구나 "참고로 말씀드리면 그동안 이 안 외에도 정부가 다양한 통로와 다양한 주체 그리고 다양한 상대를 정해두고 다양한 대안을 제시해 왔다는 점도 이 자리에서 밝혀둔다"라며 "일각에서 호도하듯이 마치 보여주기식으로 '갑자기 공개한 것이다' 그거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그런 식의 호도는 건설적 대안과 논의를 막는 것이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다"라고도 불쾌감을 표현했다.
이날 한 대표는 공개회의 석상에서 본인의 현실 인식이 용산과 다르다는 점을 재확인 하면서, 자신의 유예안이 정치적 이벤트를 위한 게 아님을 분명히 했다. '당정 갈등'으로 이를 해석하는 언론 보도를 비판하면서, 유예안의 명분을 강조하는 모양새이다.
▲ 발언하는 한동훈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추경호 원내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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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것은 개혁이니까 절대 물러설 수 없다거나 증원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에서 벗어나 각자의 가족들과 이웃을 돌아봤으면 좋겠다"라며 윤석열 정부와 의료계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한지아 수석대변인은 "계속적으로 여러 가지 얘기들을 대통령실과 당이 주고받고 있다. 그건 지금뿐만 아니라 그전에도 그랬다"라며 "당연히 의료개혁에 대한 부분 그리고 또 어떻게 하면은 이런 응급실의 어려움들을 해소할지 등 세세하게도 저희가 접근하고 의견을 주고받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한동훈 대표 측의 건의가 이번에 갑자기 나온 게 아니라는 점을 설명하는 취지이다.
그러면서 추경호 원내대표가 유예안에 대해 사전 조율이 안 됐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것을 두고는 "지금 원내와 당이랑 너무 구분하시지 마시라"라면서 "계속적으로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대화를 나누고 있고 그런 부분은 당연히 공유되면서 가고 있다"라고 해명했다. "패싱이 아니라 좀 늦게 들으셨을 뿐"이라고도 표현했다.
윤석열 대통령 "다양한 의견 나오는 게 자유민주주의"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정 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한동훈 대표와 벌어지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 대한 질문을 받았으나 다소 엉뚱한 답을 내어 놓았다.
윤 대통령은 "정부-여당이, 당정 간에, 대통령실 내각과 당과의 소통이 제대로 안 이루어지면 되겠느냐?"라며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원활하게 소통하고 있고, 또 주말마다 고위당정협의도 과거에는 뭐 잘 안 됐는데, 꼬박꼬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리고 저 역시도 우리 당 의원들, 당 관계자들하고 수시로 전화 통화뿐만이 아니라 저한테 찾아오기도 하고 그렇게 하고 있다"라며 "당정 간에는 전혀 문제없다"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또 다양한 현안에 대해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것이 또 자유민주주의 아니겠느냐?"라며, 여당 대표의 공식 건의를 '다양한 의견' 중 하나 정도로 치부했다.
결국 한동훈 대표와의 소통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한동훈 대표의 유예안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지, 만찬 회동 연기가 이와 관련이 있는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질문의 핵심을 비껴가며 구체적인 답을 피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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