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 2년 만에 총파업 예고…국민 여론·참여율 숙제
정진용 2024. 8. 29. 13:45
찬성표 95.06%…9.25 총파업 가결
저출생 해결 위해 주 4.5일제 도입 주장
“9시→9시30분 영업시간 우려, 막연해”
금융노조는 그동안 사용자 측이 교섭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입장이다. 중앙노동위원회에서 금융노조가 제시한 임금 인상율(5.1%)와 영업시간 조정안(9시30분 시작)에 대해 합리적이라는 취지로 판단하고, 사용자측인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에 대안을 가지고 교섭에 응할 것을 권고했지만 사용자협의회가 비협조적으로 일관했다는 것.
김형선 금융노조 위원장은 “중앙위 권고에도 사측은 대안 제시는 커녕 교섭을 사실상 보이콧 했다”며 “정부 눈치보기로 노사 자율교섭이라는 헌법 가치를 파괴하며 노동자를 무시했다. 우리의 투쟁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총파업은 주4.5일제를 위한 최초의 산별 총파업이라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산별 중앙교섭에서 금융노조가 요구한 단체협약 개정 요구안은 총 25개다. 이 중 핵심 안건은 △주36시간 4.5일제 실시 등 노동시간 단축 △비정상적 근무시간 정상화(영업 개시시간 9시→9시30분) △금융 취약계층 접근성 보호, 청년 채용규모 확대 등 사회적 책임 역할 강화 △본점 이전 계획 통지의무 및 본점 등 이전 폐지 시 노동조합과 합의 등이다. 사용자측은 대부분 안건에 대해 수용거부 의사를 밝힌 상태다.
금융노조는 먼저 주36시간, 4.5일제 등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해 “금융노조는 2002년 대한민국 전 산업에서 주5일제를 가장 먼저 실시했고 이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삶의 모습을 완전히 바꿔 놨다”면서 “주5일제 시행 당시에는 누군가 대한민국이 망할 것처럼 얘기했지만 국가 경제는 더 크게 성장했다. 저출생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그 어떤 대책보다 노동시간 단축이 우선적으로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금융노조는 현재 은행 등 영업점에서 근무하는 노동자의 경우 근로계약서상 근로 시작시간이 9시임에도 9시 영업 개시를 위해 매일 30분~1시간 정도 일찍 출근해야 하는 상황이 구조적으로 만들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노동자들이 9시 영업 개시를 위한 조기 출근으로 출산과 양육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호걸 금융노조 사무총장은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근무시간을 정상화하고 이를 통해 자녀 양육 등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 양육하기 좋은 노동환경을 조성해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저출생 문제를 금융산업이 선도적으로 해결해 나가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김태희 금융노조 여성위원장은 “은행원들은 아이들과 함께 아침 시간을 보내기는커녕 인사를 나눌 시간도 빠듯한 실정”이라며 “일터에 있는 시간을 줄여 국가적 최대 난제인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고자 한다. 금융노동자의 투쟁이 대한민국 대전환의 시작이라는 책임감으로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동시간 단축, 금융권이 앞장서야
다만 시중은행 참여를 얼마나 이끌어낼 수 있을지, 그리고 국민 공감대를 얼마나 얻을 수 있을지는 금융노조가 넘어야 할 과제다. 지난 2022년 총파업 당시,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 노조는 소수의 간부만 파업에 참여하는 등 시중은행 참여율이 높지 않았다. 또 잇따른 횡령사건과 ‘이자 장사’, ‘성과급 파티’ 비판 등으로 은행권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곱지 않은 점도 부담이다.
금융노조는 영업시간 조정을 바라보는 국민 시선이 곱지 않다는 우려에 대해 “고임금 등의 이유로 금융권을 바라보는 비판적인 시선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산별노조 중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새로운 담론을 선도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곳이 몇개 되지 않는다. 금융노동자만의 노동조건 향상만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주 4.5일제가 금융산업을 시작으로 곧 전 산업에 번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최 사무총장은 “아침 영업시간 30분 단축으로 고객 불편이 커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막연한 우려 같다”면서 “고객이 몰리는 시간은 주로 오전 10시부터, 그리고 오후에는 2시부터 4시까지다. 또한 2022년 노사 실태조사에 따르면 영업점 방문 고객 중 44%가 영업점을 전혀 방문한 적이 없거나 일년에 한 두 차례 방문한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금융노조는 주4일제와 함께 임금인상을 대폭 요구하는 것도 아니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4.5일제와 관련된 요구가 수용이 된다면 임금 인상과 관련해서 충분히 사측과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또 “2021년 임금인상률 2.4%, 2022년 3%, 2023년 2%로 임금인상률이 타 분야 대비해서도 현저히 낮은 임금 인상률로 합의하고 있다면서, 5.1% 인상률은 실질 임금을 하락시키지 않겠다는 수준의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요구”라고 말했다.
금융노조는 내달 4일 은행연합회에서 2024 임단협 성실교섭 촉구 결의대회, 11일 서울 여의도에서 ‘2024 임단투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연다. 이후 내달 25일 서울 광화문에서 총파업을 연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저출생 해결 위해 주 4.5일제 도입 주장
“9시→9시30분 영업시간 우려, 막연해”
조합원 9만 여명에 달하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총파업에 돌입한다. 주 4.5일제 추진과 사용자측의 교섭 보이콧을 규탄하기 위해서다. 지난 2022년 9월16일 총파업 이후 약 2년 만이다.
29일 금융노조는 내달 25일 전 조합원이 사업장을 떠나 서울 광화문에 집결하는 총파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금융노조는 전날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총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했고, 투표율 70%, 찬성표 95.06%가 나왔다.금융노조는 그동안 사용자 측이 교섭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입장이다. 중앙노동위원회에서 금융노조가 제시한 임금 인상율(5.1%)와 영업시간 조정안(9시30분 시작)에 대해 합리적이라는 취지로 판단하고, 사용자측인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에 대안을 가지고 교섭에 응할 것을 권고했지만 사용자협의회가 비협조적으로 일관했다는 것.
김형선 금융노조 위원장은 “중앙위 권고에도 사측은 대안 제시는 커녕 교섭을 사실상 보이콧 했다”며 “정부 눈치보기로 노사 자율교섭이라는 헌법 가치를 파괴하며 노동자를 무시했다. 우리의 투쟁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총파업은 주4.5일제를 위한 최초의 산별 총파업이라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산별 중앙교섭에서 금융노조가 요구한 단체협약 개정 요구안은 총 25개다. 이 중 핵심 안건은 △주36시간 4.5일제 실시 등 노동시간 단축 △비정상적 근무시간 정상화(영업 개시시간 9시→9시30분) △금융 취약계층 접근성 보호, 청년 채용규모 확대 등 사회적 책임 역할 강화 △본점 이전 계획 통지의무 및 본점 등 이전 폐지 시 노동조합과 합의 등이다. 사용자측은 대부분 안건에 대해 수용거부 의사를 밝힌 상태다.
금융노조는 먼저 주36시간, 4.5일제 등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해 “금융노조는 2002년 대한민국 전 산업에서 주5일제를 가장 먼저 실시했고 이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삶의 모습을 완전히 바꿔 놨다”면서 “주5일제 시행 당시에는 누군가 대한민국이 망할 것처럼 얘기했지만 국가 경제는 더 크게 성장했다. 저출생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그 어떤 대책보다 노동시간 단축이 우선적으로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금융노조는 현재 은행 등 영업점에서 근무하는 노동자의 경우 근로계약서상 근로 시작시간이 9시임에도 9시 영업 개시를 위해 매일 30분~1시간 정도 일찍 출근해야 하는 상황이 구조적으로 만들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노동자들이 9시 영업 개시를 위한 조기 출근으로 출산과 양육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호걸 금융노조 사무총장은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근무시간을 정상화하고 이를 통해 자녀 양육 등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 양육하기 좋은 노동환경을 조성해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저출생 문제를 금융산업이 선도적으로 해결해 나가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김태희 금융노조 여성위원장은 “은행원들은 아이들과 함께 아침 시간을 보내기는커녕 인사를 나눌 시간도 빠듯한 실정”이라며 “일터에 있는 시간을 줄여 국가적 최대 난제인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고자 한다. 금융노동자의 투쟁이 대한민국 대전환의 시작이라는 책임감으로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동시간 단축, 금융권이 앞장서야
다만 시중은행 참여를 얼마나 이끌어낼 수 있을지, 그리고 국민 공감대를 얼마나 얻을 수 있을지는 금융노조가 넘어야 할 과제다. 지난 2022년 총파업 당시,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 노조는 소수의 간부만 파업에 참여하는 등 시중은행 참여율이 높지 않았다. 또 잇따른 횡령사건과 ‘이자 장사’, ‘성과급 파티’ 비판 등으로 은행권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곱지 않은 점도 부담이다.
금융노조는 영업시간 조정을 바라보는 국민 시선이 곱지 않다는 우려에 대해 “고임금 등의 이유로 금융권을 바라보는 비판적인 시선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산별노조 중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새로운 담론을 선도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곳이 몇개 되지 않는다. 금융노동자만의 노동조건 향상만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주 4.5일제가 금융산업을 시작으로 곧 전 산업에 번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최 사무총장은 “아침 영업시간 30분 단축으로 고객 불편이 커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막연한 우려 같다”면서 “고객이 몰리는 시간은 주로 오전 10시부터, 그리고 오후에는 2시부터 4시까지다. 또한 2022년 노사 실태조사에 따르면 영업점 방문 고객 중 44%가 영업점을 전혀 방문한 적이 없거나 일년에 한 두 차례 방문한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금융노조는 주4일제와 함께 임금인상을 대폭 요구하는 것도 아니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4.5일제와 관련된 요구가 수용이 된다면 임금 인상과 관련해서 충분히 사측과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또 “2021년 임금인상률 2.4%, 2022년 3%, 2023년 2%로 임금인상률이 타 분야 대비해서도 현저히 낮은 임금 인상률로 합의하고 있다면서, 5.1% 인상률은 실질 임금을 하락시키지 않겠다는 수준의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요구”라고 말했다.
금융노조는 내달 4일 은행연합회에서 2024 임단협 성실교섭 촉구 결의대회, 11일 서울 여의도에서 ‘2024 임단투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연다. 이후 내달 25일 서울 광화문에서 총파업을 연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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