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연이 소환한 롯데의 ‘그 이름’…나승현 “오히려 기록 깨져서 기뻐요”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루키 김택연(19)은 지난 27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전에서 8-7로 앞선 8회말 2사에서 등판해 1과 3분의 1이닝을 무피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세이브를 올렸다. 이로써 KBO리그 고졸 신인 최다 세이브 기록을 새로 썼다. 올해 인천고를 졸업하자마자 데뷔해 세운 뜻깊은 이정표다.
‘괴물 루키’ 김택연이 신기록을 작성하면서 함께 소환된 이름이 있다. 바로 종전 기록(16세이브) 보유자인 나승현(37)이다. 김택연처럼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데뷔했지만, 이제는 추억의 선수가 된 나승현을 지난 2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를 앞두고 만났다. 은퇴 후 롯데 구단 스카우트를 거쳐 현재 1군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나승현은 “기록이 깨져서 아쉬운 점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김)택연이가 16세이브를 넘기면서 내 이름이 자주 언급돼 기쁘다”고 활짝 웃었다.
이어 “택연이는 상위 지명권 선수라 스카우트로 일하면서 1년 넘게 관찰한 선수다. 체격이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힘을 공까지 전달하는 능력이 좋아 또래들보다 묵직한 직구를 뿌렸다. 이 공이 1군에서도 통하는지가 관건이었는데 변화구까지 확실하게 장착해 더욱 훌륭한 투수가 됐다”고 덧붙였다.
1987년생인 나승현은 광주일고 시절 초고교급 투수로 불렸다. 오른손 사이드암으로 시속 150㎞대의 빠른 공을 던져 전국구 유망주로 발돋움했다. 같은 연고지의 동기생 한기주에게 밀려 2006년도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KIA 타이거즈로부터 1차 지명은 받지 못했지만, 2차 지명 1라운드에서 롯데의 선택을 받아 부산으로 향했다. 동산고 3학년인 류현진도 후보로 놓고 고민하던 롯데는 나승현의 잠재력을 더 높이 평가했다.
류현진을 제치고 롯데 유니폼을 입은 나승현의 존재감이 처음 부각된 경기는 2006년 5월 24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KIA-롯데전이었다. 2-1로 앞선 9회 무사 1, 2루에서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 마수걸이 세이브를 올렸다. 강렬한 첫인상을 남기며 곧장 주전 마무리로 발탁됐고, 고졸 신인 최다인 16세이브를 기록했다.
나승현은 “당시 마무리는 노장진 선배였는데 잠시 1군 엔트리에서 빠지셔서 내가 급하게 투입됐다. 강병철 감독님께서 몸을 풀라고 지시하셔서 아무 것도 모른 채 마운드로 올라갔던 기억이 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렇게 깜짝 스타가 된 나승현은 그러나 이후로는 단 1세이브도 수확하지 못했다. 제구 난조와 잔부상으로 2010년까지 1승만을 추가했고, 몇 년간 2군을 전전하다가 2015년 은퇴했다. 반면 류현진은 KBO리그와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로 발돋움했고, 지금까지 한화 마운드를 지키고 있다.
비록 선수로서는 빛을 보지 못했지만, 나승현은 이후 프런트로서 새 삶을 착실히 꾸려나갔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롯데 스카우트로 근무하며 능력을 인정받았고, 올 시즌부터는 1군 매니저로 선수단과 동고동락하고 있다. 나승현은 “스카우트 시절 봤던 친구들 대다수가 현재 1군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 친구들과 함께한다는 자체가 뿌듯하다”고 했다.
김택연과는 18살 차이가 나는 나승현도 후배를 보며 많이 배운다고 했다. 과거 자신보다 더 뛰어난 공을 던지는 김택연이 빨리 20세이브 이상을 거두는 투수로 성장하기를 바란다는 응원도 잊지 않았다.
나승현은 “고졸 신인 마무리라는 자리가 쉽지 않다. 많은 압박감과 부담감을 이겨내야 한다”면서 “택연이는 지금 실력과 페이스라면 머지않아 구원왕을 다투는 선수가 되리라고 본다. 다만 우리 롯데를 상대할 때 빼고는 다른 경기에서 많은 세이브를 올렸으면 한다. 앞으로도 택연이를 계속 응원하겠다”고 미소를 지었다.
부산=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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