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진보 교육 10년 명맥 끊겼다…조희연 남은 임기 채울 후보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출신 해직교사 5명을 부당하게 채용한 혐의로 29일 징역형을 선고받으며 교육감직을 잃었다. ‘진보 교육 서울’의 10년 명맥이 끊기면서 전국의 교육감은 보수와 진보 성향이 각각 8대 8로 균형이 맞춰졌다. 이미 10월 보궐선거에 출마할 후보들이 거론되고 있는데, 보수와 진보 양 진영 모두 단일화 없이는 당선이 힘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고승덕 누르고 극적 당선됐지만 사법 리스크에 직 상실
조 교육감은 2014년 지방선거에서 유력 후보였던 고승덕 변호사를 누르고 당선됐다. 이후 두 번의 선거에서 내리 당선되며 10년 간 서울 교육 수장을 맡았다.
조 교육감은 그동안 학생인권조례 수호, 자율형사립고 폐지, 무상급식과 혁신 학교 확대 등 진보 교육 의제 추진에 앞장섰다. 그러나 자사고 폐지를 밀어 붙이는 과정에서 지정취소 대상이 된 학교와 법정 공방을 벌인 끝에 전패했다. ‘탈경쟁’을 강조하면서 학생들의 기초학력이 저하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서이초 사건 이후엔 학생인권 증진이 교권침해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특수학교 확대는 교육계 관계자 대다수가 공감하는 조 교육감의 성과로 꼽힌다. 2017년 9월 강서구 특수학교 학부모들이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무릎을 꿇은 일이 알려진 후 신설을 적극 추진했다. 이후 공립특수학교인 서울나래학교(2019년), 서울서진학교(2020년)가 문을 열었다.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에도 앞장섰다. 2019년 관내 236개였던 공립유치원을 올해 298개로 늘렸다. 온라인 입학관리시스템 '처음학교로'를 2017년 전국 처음 시범 운영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때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누리과정 예산 교부금 편성 등을 놓고 정부와 각을 세우며 진보 교육의 대표 인사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늘봄학교 확대 등 교육부 정책에 협조하며 유화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10년의 임기 동안 조 교육감은 사법 위기에 여러 번 처했다. 첫 당선 때는 선거 과정에서 고승덕 변호사에 대해 미국 영주권 보유 의혹을 제기했지만, 이것이 허위 사실로 밝혀지며 재판에 넘겨졌다. 2심에서 선고유예 판결을 받으며 가까스로 직을 유지했다. 2016년에는 측근인 비서실장이 뇌물 수수 혐의로 체포되기도 했다.
2021년에는 전교조 출신 해직교사 5명을 부당하게 채용했다는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1호 수사 대상에 올랐다. 조 교육감은 부당 수사를 주장하며 이듬해 지방선거에서 3선에 성공하기도 했지만 결국 직 상실형을 선고받으며 10년의 교육감 생활을 마무리하게 됐다.
보수·진보 후보는 누구…“단일화가 관건”
앞으로 서울시교육청은 10월 16일 보궐선거 전까지 설세훈 부교육감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교육감은 오는 2026년 6월 말까지 조 교육감의 남은 임기를 수행하게 된다. 조 교육감이 물러나면서 전국 교육감의 정치적 성향은 보수와 진보가 8대 8로 동률이 됐다.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가 향후 양 진영의 주도권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보수 진영에서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 나왔던 박선영·조전혁 전 국회의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이었던 안양옥 전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등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등판설도 여전히 유력하지만, 그는 지난 26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교육감 선거에 출마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진보 진영에서는 교사노동조합연맹의 김용서 위원장,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서 단일화를 이뤘던 강신만 전 전교조 부위원장,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인 김경범 서울대 교수 등이 거론된다. 유은혜 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강민정 전 국회의원 등도 언급되지만 두 사람이 지난해 9월 기준 더불어민주당 당원일 경우 입후보가 불가능하다. 현행법 상 교육감 후보자는 후보등록일 1년 전까지 당적 보유 사실이 없어야 한다.
이번 보궐 선거는 당장 1달 이후에 치러지기 때문에 유세 기간도 짧은 편이다. 어느 진영이든 기존의 유명세나 동원 가능한 조직이 있는 후보가 유리한 상황이다.
‘단일화=당선’ 공식도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서울은 보수 진영이, 경기는 진보 진영이 후보 단일화를 이루지 못하면서 조 교육감과 임태희 경기교육감에게 각각 자리를 내줬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추석 전까지 단일화를 이루는 쪽이 당선권에 가까워 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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