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 흉기 들고 법정 검색대 통과했다…구멍 뚫린 법원 보안

이찬규 2024. 8. 29.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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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부지법 법정에서 방청인이 미리 준비한 흉기로 피고인을 습격하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방청인이 범행에 사용한 흉기의 재질을 금속성으로 추정하고 있다. 뉴스1


재판이 열리는 공개 법정에 흉기를 들고 들어가 피고인을 습격한 사건이 발생해 법원 보안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29일 50대 남성 A씨에 대해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A씨는 전날 오후 2시 24분쯤 서울남부지법 법정에 방청인으로 들어왔다가 40대 남성 이모씨의 목 부위를 흉기로 수차례 찌른 혐의를 받는다.

이씨는 지난해 6월 갑자기 입출금 서비스를 중단해 논란이 된 가상자산 운용사 ‘하루인베스트’의 대표로, 이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사기) 등 혐의 공판에 피고인으로 출석했다. 그러나 재판 도중 일어난 A씨 범행으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이씨는 지난 2월 5일 구속됐다가 지난달 25일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였다.

A씨는 하루인베스트에 가상자산을 예치했다가 출금 중단으로 피해를 본 데 불만을 품고 범행을 했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했다. 하루인베스트 사건 피해자는 “A씨가 약 80억원을 잃게 되면서 생활형편이 굉장히 안 좋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A씨를 비롯해 피해자들은 법원에 배상 절차 진행을 신청했지만 피고인들의 배상 책임 범위 및 공판 절차 지연 등의 이유로 각하 결정이 내려졌다고 한다.

각 법원 입구에는 소지품을 검사하는 컨베이어벨트식 엑스레이소형 화물 탐지기와 사람이 걸어서 통과하는 문형 금속탐지기가 설치돼 있다. 화물 탐지기는 엑스레이 영상을 통해, 문형 탐지기는 소리를 통해 금속 물질 여부를 판단한다. 사진은 29일 서부지법 보안검색대의 모습. 이찬규 기자

특히 A씨는 집에서 사용하던 금속 과도(果刀)를 가방에 넣어 법정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금속성 재질로 추정되고 있다”며 “제조사 등을 통해 정확한 제원을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정에 들어가기 위해선 금속 탐지 기능이 있는 보안 검색대를 통과해야 한다. 가방 등 소지품을 검사하는 컨베이어벨트식 엑스레이(X-ray) 소형 화물 탐지기의 경우, 보안관리대 요원의 눈으로 엑스레이 영상을 통해 금속 물질을 판단한다. 사람이 걸어서 통과하는 문형 금속탐지기는 금속 재질이 있을 때 소리가 울린다.

그러나 A씨 범행이 일어나기까지 법원은 사실상 아무런 사전 조치를 하지 못했다. 경찰은 A씨가 어떻게 흉기를 들고 법정 안으로 들어왔는지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형사재판 경험이 많은 판사 출신 변호사는 “일일이 몸수색 등을 하는 게 아니고서야 법원 경위‧보안대의 확인 절차 등 현행 보안 체계론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도권의 한 보안관리 대원은 “문형 금속탐지기에서 소리가 울려도 벨트·귀걸이라고 하면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일부 법원에선 인력 부족으로 공익요원이 청사 보안 업무를 담당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남부지법 관계자는 “경찰 조사 이후 관련 조치를 하겠다”며 “법정 관리 및 출입 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매뉴얼, 인력 등 다양한 부분에서 문제점을 살펴보고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법원조직법‧규칙에 따르면 법원은 법정의 존엄과 질서 유지 및 청사 방호를 위해 보안 관리대를 두고, 흉기나 위험한 물건 소지 여부를 파악해 퇴거 조치 등을 해야 한다. 사람의 생명‧신체‧재산 등을 보호하기 위해선 긴급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 유사사례가 있었기에 법원 보안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지난 21일 대전지법에선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구속 피고인 B씨가 항소심 재판이 열리는 법정에서 자신의 변호를 맡은 국선 변호인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B씨는 플라스틱 칫솔 대를 갈아 만든 흉기를 신발 밑창에 숨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찬규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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