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끼리 싸워 갈라선 오아시스, Z세대가 화해시켰다?
[이현파 기자]
1990년대 영국 록을 상징하는 밴드 오아시스(Oasis)가 돌아온다. 2009년 8월 해체 이후 무려 15년 만의 재결합이다. 지난 27일(현지시간) 오아시스는 공식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밴드의 재결합 소식과 오는 2025년 라이브 공연 소식을 전했다.
▲ 15년 만의 재결합을 선언한 밴드 오아시스(왼쪽부터 리암 갤러거, 노엘 갤러거) |
ⓒ Oasis |
오아시스는 브릿팝의 시대를 견인한 록밴드다. 일곱 장의 정규 앨범을 모두 영국 앨범 차트 1위에 올렸으며, 지금까지 7천만 장 이상의 앨범을 판매했다. 1994년, 오아시스는 1집 < Definitely Maybe >로 데뷔했다. 이 앨범은 영국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데뷔 앨범이 됐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영원의 삶을 노래했던 'Live Forever', 'Rock'n Roll Star', 'Supersonic', 'Slide Away' 등의 명곡이 탄생했다.
이듬해 발표된 2집 < What's the story? >의 'Morning Glory'는 오아시스를 록의 전설로 우뚝 세웠다. 제 2의 국가로 불리는 'Wonderwall'을 비롯해 'Don't Look Back In Anger', 'Champagne Supernova'는 전 세계에서 울려 퍼지는 록의 찬가가 됐다. 이 앨범은 2010년 영국 브릿 어워드에서 '지난 30년간 최고의 앨범상'을 받았다.
서정적이고 따라 부르기 쉬운 멜로디, 그리고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담은 가사는 곧 시대의 송가를 완성했다. 자신만만하고 오만한 독설조차도 록스타의 캐릭터가 됐다. 이들은 아일랜드계 노동 계급이 낳은 영웅이자, '쿨 브리태니아(Cool Britania)' 시대를 상징하는 영국 대중문화의 자랑이었다. 특히 이틀 동안 25만 명 이상의 관객을 모았던 넵워스(Knebworth) 평원에서의 공연은 오아시스의 전성기를 상징하는 명장면이었다.
"오아시스 최대의 강점은 나와 리암의 관계였지. 그것이 밴드를 끝내버린 요소이기도 했지만 말이야." - 노엘 갤러거(오아시스 다큐 영화 <슈퍼소닉> 중)
오아시스의 성공을 이끈 주된 동력은 단연 갤러거 형제(형 노엘 갤러거, 동생 리암 갤러거)의 존재다. 비틀의 프로듀서 조지 마틴 경도 극찬했던 형 노엘 갤러거의 탁월한 작곡 솜씨, 그리고 동생 리암 갤러거의 야성적인 보컬과 카리스마는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
그러나 밴드의 역사를 끝낸 것 역시 형제였다. 형제는 활동 기간 내내 크고 작은 다툼을 거듭했다. 형제의 갈등은 2009년 8월 프랑스 파리에서 폭발했다. 노엘 갤러거가 "단 하루도 리암 갤러거와 함께 할 수 없다"는 성명문을 발표하면서 밴드에서 탈퇴했고, 오아시스는 해체됐다.
이후 노엘 갤러거는 솔로 프로젝트 '노엘 갤러거의 하이 플라잉 버즈(Noel Gallagher's High Flying Birds)'로 활동하며 건재한 음악적 역량을 과시했다. 동생 리암 갤러거 역시 오아시스의 남은 멤버들과 비디 아이(Beady Eye)로 두 장의 앨범을 내고 활동하다가, 2017년 첫 솔로 싱글 'Wall Of Glass'를 발표하면서 반등했다. 특히 2023년에는 오아시스 시절 공연했던 넵워스 평원에서 단독 공연을 펼치는 위업도 달성했다.
▲ 재결합 소식을 알린 오아시스 |
ⓒ 오아시스 SNS |
오아시스의 재결합은 단순히 전설의 밴드가 돌아온 사건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흥미롭게도 오아시스의 음악이 가진 생명력은 해체 이후에 더욱 강해졌다. 끊임없이 새로운 세대의 팬이 유입됐기 때문이다. 오아시스의 전성기 시절을 경험해 보지 못한 Z세대 음악 팬들에게 오아시스의 음악은 록의 입문서와 같은 존재가 됐다.
지난 7월 열린 노엘 갤러거의 내한 공연에는 2만 명 이상의 관객이 모였다. 오아시스의 음악이 지닌, 시대를 뛰어넘는 보편성의 증거다. 지난 십수년간 형제가 서로 갈라져서 불렀던 노래를, 함께 부르게 됐다는 것은 큰 의미다. 20세기의 향수를 자극하는 아이콘이자, 현재 진행형의 록 아이콘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오아시스의 공식 SNS에는 "총성은 멈췄다. 별들이 정렬했다. 긴 기다림이 끝났다. (공연을) 보러 오라. 이것은 중계되지 않는다"라는 문구가 게시됐다. 오랜 불화에 종지부를 찍은 록의 영웅들이, 무대에서 조우하는 순간을 암시한 문구다. 지난 2009년에 멈춘 시계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 세계 록 팬의 시선은 중년이 된 갤러거 형제의 모든 발걸음을 향하고 있다.
"Because we need each other, We believe in one another.
And I know we're going to uncover What's sleepin' in our soul"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니까, 우리는 서로를 믿으니까
그리고 우리는 우리 영혼에 잠든 것을 밝혀낼거야) - 노래 'Acquiesce'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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