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필리핀 이모의 임금, 국격에 맞는 논의 이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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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봄에 이어 대한민국의 노인돌봄까지 책임질 외국인 가사관리사의 '적정 임금'이 연일 논란이다.
저소득 국가에서 온 외국인이라 저임금을 받아도 된다는 논리가 확산한다면 국가 이민정책 수립은 첫발을 떼기 힘들다.
2019년 황교안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가 "외국인은 우리나라에 기여해온 것이 없다"며 외국인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제안했을 당시, 이를 '망언'이라 비판한 사람들은 과거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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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봄에 이어 대한민국의 노인돌봄까지 책임질 외국인 가사관리사의 '적정 임금'이 연일 논란이다. 일반 가정을 대상으로 한 본격적인 서비스가 닷새 뒤부터 시작이니, 지금 상황은 충분한 숙의가 없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내년 2월까지 예정된 시범 서비스라지만 현 사태를 놓고 보면 국가인구 대위기를 맞은 우리나라가 제대로 된 이민정책을 펼칠 준비가 돼 있는지 의구심부터 든다. 100명을 들여온 시범사업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정치권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어 이민정책의 최종 단계라 할 수 있는 사회통합은 더 요원해 보인다.
쟁점은 임금이다. 현재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주 5일, 8시간 기준 월 238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그런데 최저임금 적용이 불가피해 높은 비용 문제가 계속 제기됐다. 지난해 4분기 월평균 가구소득이 500만원을 살짝 넘는 수준으로 일반적인 가구소득의 약 절반을 내야 하는 셈이다.
외국인 근로자를 한국의 저출생·고령화의 구원투수로 만들겠다는 진영에서는 고비용 문제를 지적한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해외 인력을 도입해봐야 그림의 떡이라는 얘기다. 사적 계약을 허용하는 홍콩이나 싱가포르의 임금보다 3~4배 높아 우리도 문턱을 낮춰야 더 많은 가정이 혜택을 본다는 논리다.
경쟁률 5대 1을 뚫고 필리핀 가사 서비스 이용 가구로 선정된 가구 30% 이상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에 거주한다는 결과를 보면 일부 부유층을 위한 돌봄 서비스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틀린 건 아니다. 보통의 맞벌이 가정이 이용하기에는 양육자들의 선택 폭을 넓히겠다는 도입 취지는 물론, 지속 가능성까지도 지켜내기 힘들다.
하지만 필리핀 정부가 공인한 돌봄 자격증을 갖추고 영어와 한국어 능력 평가까지 거친 전문 인력을 불러와 이들 앞에서 최저임금과 차등임금 적용을 놓고 싸우는 모습은 민망하다. 이번 100명은 최저임금에 맞춰 계약을 끝냈지만, 대놓고 차별을 준비하는 듯한 상황에 이들의 다음 선택지는 한국이 아닐 수 있다.
차등임금을 적용하더라도 홍콩이나 싱가포르에서 받는 임금에 비하면 높은 수준이니 '노동착취는 아니지 않냐'는 주장도 뜨악하다. 외국인 근로자 도입 첫 단계에서의 차별적 접근은 산업·지역별 차등임금으로 이어져 최저임금 체계마저 흔들 우려가 크다.
준비도 없이 논쟁거리가 된 탓에 '최저임금'과 '차등임금'이라는 선택지만 남은 상황은 그래서 더 안타깝다. 개별 가구가 외국인을 직접 고용하는 사적 계약을 활용한 방식은 이제서야 논의 중이다. 국제노동기구(ILO) 협약까지 우회하는 방안을 장기 이민정책과 엮어 진즉에 논의했다면 좀 더 진전된 단계를 밟고 있지 않았을까.
저소득 국가에서 온 외국인이라 저임금을 받아도 된다는 논리가 확산한다면 국가 이민정책 수립은 첫발을 떼기 힘들다. 2019년 황교안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가 "외국인은 우리나라에 기여해온 것이 없다"며 외국인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제안했을 당시, 이를 '망언'이라 비판한 사람들은 과거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이었다.
숙의 없이 시대적 정책을 먼저 선점하겠다는 정치 논리로 지금의 분열이 생겼으니 시범사업부터라도 꼼꼼히 점검해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고강도 노동에도 비전문으로 취급받는 아이돌봄 시장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 역시 요구된다. 이를 바탕으로 이들을 국격에 맞게 대우하는, 국격에 맞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 사회부 배경환 차장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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