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옥죄기, 거래 줄여도 집값은 못 잡는다"

김혜민 2024. 8. 29.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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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규제에 전문가들 '글쎄'
일시적 수요 억제 효과일 뿐
타지역으로 매매 분산 전망
갭투자 방지 전세대출 제한
세입자까지 피해 볼수도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해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 옥죄기에 들어갔으나 전문가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일시적으로 거래는 줄겠으나 불붙은 집값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집값 상승의 기대감이 커진 상황에서 대출 규제가 이뤄지면 매수를 포기하기보다 눈을 낮춰 다른 집을 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대출 규제로 수요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주변 지역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향후 금리 인하에 따른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이번 대출 규제가 이뤄진다는 시각과, 집값 상승의 근원지인 강남 3구의 거래가 현금 거래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이번 규제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더 강화된 대출 옥죄기

29일 금융 및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아파트 가격·거래량 상승이 지속되면서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이 거세졌다. 당장 다음 달부터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가 시행돼 주담대 금리가 오르고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금리 동결을 결정하며 부동산 시장에 대해 우려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 총재는 지난 27일 "왜 우리가 지금 금리 인하를 망설여야 할 만큼 부동산 가격의 늪에 빠지게 됐는지에 대한 성찰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5일 "은행이 금리 인상 등 손쉬운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후 은행들은 대출 만기를 축소했고, 갭 투자를 겨냥해 조건부 전세자금 대출도 중단했다. 신규 주담대의 모기지보험 적용도 막았다.

KB부동산 주간KB아파트시장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일주일만에 0.22% 치솟았다. 사진은 5일 서울 마포구 그랑자이아파트.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집값 잡기 힘들 것"

전문가들은 이 같은 대출 옥죄기를 수요 억제책으로 정의하고, 일시적인 거래량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추세적인 집값 상승세를 누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수요 억제책이 당장은 효과가 있을지 모르나 시간이 지나면 적응하게 되는 부분이 크다. 장기적으로는 공급으로 해결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권영선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도 "부동산 시장이 뜨거워지면서 가격이 올라도 대출을 받을 수 있을 때 사자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현재 시장 금리는 기준금리 인상기보다 내려온 상황이어서, 실수요자들이 체감상 대출받는 것이 예전보다 어려워졌다고 느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수요를 억제하는 부동산 정책은 한계가 뚜렷하다고 입을 모은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두더지 잡듯이 수요 규제를 하면 풍선효과처럼 다른 데서 부작용을 만들어낸다"며 "수요가 줄어드는 건 경기가 좋지 않고 시장이 오히려 침체될 때이지, 지금처럼 거래가 살아나던 중에 대출을 막으면 타지역으로 매매가 분산되는 효과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상남경영원 교수도 "대출 한도 축소, 고금리 정책은 집값 상승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의 대출 옥죄기가 향후 금리 인하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시장에 자금이 풀려 집값이 더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라는 것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금융당국이 대출을 까다롭게 유도하는 것은 기준금리를 이제는 낮추려는 시그널로도 해석된다"며 "지금의 대출 죄기로 부동산 시장이 잠깐 위축돼도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거래량은 다시 회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부동산에 아파트 매매와 전세 가격이 붙어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서민 내 집 마련은 힘들어져

강화된 대출 규제로 대출 의존도가 높은 중산층, 서민의 내 집 마련은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졌다. 윤 수석연구원은 "강남권은 유일하게 부동산 규제가 지속되고 있지만, 가격 회복이 가장 빠르다. 현금 거래가 많아서 대출 한도나 금리 영향도 받지 않는다"며 "결국 서울 외곽에 집을 사려는 실수요자들의 진입장벽만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문위원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로 9억~12억원대 아파트를 매수하려던 수요자들은 대출 한도에서 걸릴 수 있다. 노도강(노원·도봉·강북), 금관구(금천·관악·구로)는 가격 회복이 더뎠던 곳인데 상승세를 뒤따라가다 규제를 받게 되는 격"이라고 말했다.

‘갭 투자’ 방지책으로 조건부 전세대출을 취급하지 않겠다는 금융권의 발표로 전세시장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집을 사면서 전세를 내놓는 주택에 전세자금대출을 내주지 않겠다는 것인데, 대출이 막히면 세입자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 권 팀장은 "전세시장은 실수요가 받쳐주는 시장"이라며 "전세 물량이 줄고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송 대표 역시 "갭 투자용 전세자금대출 중단은 전셋값이 급격히 오른 상황에서 전세수요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다른 시중은행으로의 확대나 전세대출 규제를 확대하는 것은 점진적이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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