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텔레그램 CEO 예비기소…"최대 징역 10년형"
텔레그램 최고경영자(CEO)인 파벨 두로프가 온라인 성범죄 및 마약 밀매 공모 등의 혐의로 프랑스에서 28일(현지시간) 기소됐다. 철저한 익명성과 비밀보장을 기치로 내걸며 전 세계 수억 명의 이용자들을 열광시킨 텔레그램이 도마 위에 오른 만큼 큰 파장이 예상된다. 가상화폐 업계를 비롯한 두로프 CEO 변호인 측은 공권력에 의한 표현의 자유 침해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파리 검찰은 이날 성명을 통해 두로프 CEO가 아동 성 착취물 유포·마약 밀매 공모·범죄조직 불법 거래에 플랫폼 제공 및 관리·프랑스 수사 당국의 협조 요청 거부 등의 혐의로 예비기소 처분을 받았다고 밝혔다.
프랑스법상 예비기소란 수사 판사가 내리는 준(準) 기소 행위로, 범죄 혐의가 있다고 믿을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지만,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내리는 조치다. 예비기소된 피의자는 혐의를 구체화하기 위한 수사 판사의 조사 이후 본 기소 여부를 판단받는다. 본 기소까지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릴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추가된 혐의 가운데 갱단 조직의 불법 거래를 돕기 위한 온라인 플랫폼 관리 공모는 최대 10년의 징역형이 부과될 수 있다"고 짚었다. 두로프 CEO는 현재 보석금 500만유로(약 74억원)를 내고 석방 허가를 받은 상태다. 다만 일주일에 두 번 경찰서에 출석해야 한다. 프랑스 당국은 두로프 CEO에 출국 금지 명령도 내렸다.
두로프 CEO 변호인 측은 즉각 반발했다. 다비드 올리비에르 카민스키 변호사는 "메신저 서비스에서 저질러질 수 있는 범죄행위에 소셜미디어 대표가 연루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완전히 터무니없다"며 "텔레그램은 모든 준법정신을 다해 디지털 기술과 관련한 유럽의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두로프 CEO에 대한 프랑스 사법 당국의 수사는 지난 2월 시작됐다. 당시 프랑스 검찰은 미성년자 성 착취물과 관련한 사건을 수사하면서 텔레그램에 용의자의 신원을 알려 달라고 요청했지만, 협조를 받지 못했고, 지난 3월 두로프 CEO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두로프 CEO는 지난 24일 파리 르부르제 공항에서 체포됐다. 두로프 CEO의 형이자 텔레그램 공동 창업자인 니콜라이 두로프에 대해서도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두로프 CEO에 대한 프랑스 사법당국의 예비기소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CEO에게 해당 플랫폼에서 벌어지는 범죄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란 점에서 파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2013년 두로프 형제가 만든 텔레그램은 철저한 암호화·익명화를 바탕으로 규제 당국의 검열에 대응해 이용자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데이터 분석 업체 디멘드세이지에 따르면 지난해 텔레그램의 전 세계 월간활성이용자(MAU) 수는 약 8억명으로, 2013년 출시 이후 매년 40% 이상 증가했다. 올해 말까지 10억명을 돌파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텔레그램이 지닌 특유의 비밀성은 가상화폐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는 요인이기도 하다. NYT는 "가상화폐 투자자들에게 텔레그램이 없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며 "텔레그램과 연동된 코인과 가상화폐 자산만 15개에 이른다"고 보도한 바 있다. 두로프 CEO 체포 이후 지난 27일에는 비트코인 가격이 5% 넘게 폭락해 6만달러 선을 밑돌기도 했다. 텔레그램이 자체 발행한 톤코인 가격은 두로프 CEO 체포 직후 20% 넘게 빠진 뒤 현재 5달러 중반에서 거래되고 있다.
가상화폐 업계를 비롯해 익명성과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측에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유엔(UN)에서 전 세계 표현의 자유 감시역을 맡았던 데이비드 케이는 "두로프에 대한 기소는 온라인 표현에 대한 정부의 제한과 압력의 시대를 초래할 수도 있는 큰 사건"이라며 권위주의 국가들이 이를 선례로 삼아 고위 기술 임원들을 공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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