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첫만남 가진 금융위원장 "종투사 10년인데, 부동산 금융 치중"

차민영 2024. 8. 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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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증권업계 CEO 간담회
밸류업 프로그램 적극 참여 당부
부동산 금융 쏠림 지적…종투사 제도 손본다
김병환 금융위원장과 증권업계 CEO들이 만나 기업 밸류업과 금투세 등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간담회가 29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렸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김병환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29일 증권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종합 기업금융(IB)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회사로서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10년 전 도입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 등을 통해 외형을 키운 증권사가 막상 모험자본 공급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단기 고수익 사업에만 치중하는 실태를 꼬집은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금융권 릴레이 간담회' 일환으로 국내 종합금융투자사업자 5곳(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KB·삼성증권)을 비롯한 10개 증권사 CEO들과 만남을 갖고 여러 당부사항을 전달했다.

우선 김 위원장은 증권사들에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정부는 자본시장 선진화와 기업 밸류업을 통한 우리 자본시장과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중요 정책과제로 삼고 적극 추진 중에 있다"며 "이는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만큼 자본시장의 최전선에 있는 증권업계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또 "취임 전부터 우리 경제의 역동성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부채 중심'에서 '자본 중심'으로의 전환이 긴요함을 강조해 왔다"면서 "가계와 기업의 레버리지 비율이 다른 국가보다 상당히 높은 상황에서 가계부채의 적절한 관리와 함께 기업도 부채(Debt)보다는 지분(Equity) 방식으로 자금조달을 늘려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금융권 중에서도 특히 증권사의 지분금융(Equity Financing)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당부다.

그러면서 "레고랜드 사태 당시 단기수익에 치중한 특정 부분으로의 쏠림현상이 증권업계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저하시키고 금융시스템 리스크 확산 우려로까지 이어졌다"며 "우리 자본시장과 역동적인 경제성장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금융회사로서 증권사의 역할과 운영도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최근 수년간 일부 대형사와 중소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부동산 PF 우발채무가 급증한 가운데 레고랜드 사태를 계기로 시장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금융위는 2013년 도입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 도입 10주년을 맞아 제도 공과를 평가하고 증권업계와의 논의를 거쳐 재정비에 나설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증권사의 외형은 상당 부분 성장했지만, 혁신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이 미미하고 부동산 금융에 편중돼 있다는 비판도 있다"며 "증권사도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한 재정비를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증권사들에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유동성·건전성 관리도 당부했다. 선제적으로 철저하게 리스크를 관리해달라는 주문이다. 금융당국 역시 유동성·건전성 규제가 실제 리스크 수준을 적절히 반영할 수 있도록 제도 정비를 추진한다.

김 위원장은 투자자 보호 필요성과 더불어 불법·불공정 문제에 대한 '무관용' 원칙하의 엄정 대응 방침도 강조했다. 증권사들에도 공매도 전산시스템 구축 등 제도개선 방안의 이행 준비를 차질 없이 해달라고 당부했다. 한국거래소는 공매도 전산시스템을 내년 3월까지 개발할 계획으로 이 과정에서 증권사 협조가 필수적이다. 아울러 당국은 증권사의 내부통제 재점검도 당부했다.

증권업계서도 밸류업 프로그램 동참 의지로 화답했다. 기업 밸류업 과정에서 기업을 대상으로 자금조달을 지원하고 투자자문을 제공하는 등 관련 서비스 제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일부 회사는 상장사로서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에 참여할 예정이다. 아울러 부동산 PF 등 리스크 안정을 위해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설정하는 등 재무 안정성 유지를 위한 노력을 병행할 예정이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최근 증권사가 특정 IB 사업에 치중한다는 지적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이제 IB 사업의 현황을 진단하고 사업을 재조정해 IB 사업의 질적 성장을 도모할 시점"이라고 짚었다. 이와 함께 IB 사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금융당국의 제도적 지원도 요청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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