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나는 편의점과 고전 중인 '엔젤 슈퍼' 힘내라

용인시민신문 2024. 8. 29.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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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역사 뒤로하고 하루하루 힘겨운 영업... 그럼에도 자리 지키는 이유는 '이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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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민신문]

 25년 된 골목 구멍가게인 엔젤 문구 슈퍼. 곳곳에 문을 연 세련된 편의점과 경쟁에 힘겨워하고 있다.
ⓒ 용인시민신문
25년째 한 자리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함춘연씨. 30도가 훌쩍 넘는 데다 비까지 내려 습한 기운이 가게를 가득 채웠다. 슈퍼라 적힌 간판과 고장 난 커피 자판기 사이에 또 다른 간판이 보인다. 고객쉼터.

길을 걷다 가장 많이 보이는 것으로 편의점이 차지한 시대다. 그러니 한때 골목 사랑방 역할을 했던 소규모 가게는 더는 설 자리가 없게 됐다.

그런 시대에서 슈퍼를 운영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참 무모할 수 있다. 함씨도 이에 대해 공감한다. 기흥구 구갈동에 자리한 슈퍼 정식 매장명은 '엔젤 문구 슈퍼'다. 가게 내부에는 한눈에 봐도 오래된 문구가 가득하다.

"인근에 초등학교가 두 곳 있어요. 예전에는 주변에 문방구만 6개가 있을 만큼 학생 손님이 많았어요. 지금은 보시면 알겠지만, 오래된 물건이 더 많아요."

10년 전까지만 해도 그나마 손님이 수시로 찾았지만, 어느 순간 아이들 발길부터 끊기기 시작했단다. 학생 수가 줄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변에 편의점이 우후죽순 생겨 경쟁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처음 가게를 시작했을 때와 지금 비교하면 수익이 20% 정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주변에 연세가 많은 분이 오래된 단골인데, 그분들도 소비를 많이 하질 못하잖아요."

함씨는 가게 월세를 감당하기 위해 이른 시간이면 다른 일을 하러 나간다. 저녁 늦은 시간까지 가게 문을 열어둬도 찾아오는 손님이 그리 많지 않아 일찍 잠자리에 들고 싶지만, 현실은 그것마저 수용하지 않는다. '한 명이라도 더'라는 심정이 간절하기 때문이란다.

고된 하루, 그곳에는 늘 이웃이 있었다
 슈퍼 앞에 큼지막하게 적혀있는 고객 쉼터 안내판. 고객 쉼터를 대표하는 기기인 자판기는 현재 고장 난 상태다.
ⓒ 용인시민신문
언제부터인가 문을 닫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것도 사실이다. 그때마다 마음을 잡게 하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단다. 들어오는 입구에 큼지막하게 적혀있는 고객쉼터가 힌트다.

"예전에는 동네 주민들이 수시로와 앞에서 음료수를 마시며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그래서 말 그대로 고객께서 오셔서 쉬는 공간이었죠.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동네 어르신들이 찾아와 커피를 마시며 두런두런 소통하셔요. 오랫동안 가게를 찾아주신 분들이에요."

지금은 그들 발길마저 끊겼다. 자판기가 고장 났기 때문이다. 들어오는 입구에 서 있는 자판기에는 '고장'이란 메모가 약한 바람에도 위태롭게 날릴 듯 붙어 있다.

두 번째도 오래된 손님이 있기 때문이다. 25년을 한 자리에서 가게를 운영하다 보니 함씨를 알아보는 젊은 부모들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그들은 '엔젤슈퍼'와 함께 학창 시절을 보냈다. 함씨의 젊은 시절이 그들 머릿속에 남아 있다는 의미다.

"한 번씩 젊은 부모들이 찾아와요. 아직 가게가 운영되고 있다는 것에 반가워하면서 또 주인이 바뀌지 않았다는 것에도 정말 놀라워해요. 다 기억이 나질 않지만 초등학생 시절 모습이 떠오르는 애들이 많아요. 정말 반가운데 아쉬운 게 그 아이들이 이 동네를 많이 떠났다는 거예요."

함씨는 잠시 그때를 기억하는 듯 말 문을 닫았다. 약간의 시간이 지났을까. 가게 한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10년 전쯤까지 저 공간에 오락기가 있었어요.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집으로 가는 길에 여기 모여 오락도 많이 했어요. 정말 바글바글 할 정도로 많은 아이가 찾았는데, 이제는 창고로 변했어요."

함씨 가게 한쪽에 그득하게 쌓여있는 문구 대부분은 오래돼 사용하기 힘들어 보인다. 쾌쾌한 먼지가 곳곳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시설이나 물품 종류를 따진다면 편의점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엔젤 문구슈퍼'는 계속 운영되길 바라는 이웃도 많으며, 함씨 역시 같은 마음이다. 편의점에는 없는 특별함이 있기 때문이다.

가게 이름에 그 특별함이 그대로 아로새겨져 있다. '엔젤' 천사라는 말이다. 25년 역사에서 많은 천사가 이 가게를 찾았다. 아이들이며, 곁에 사는 이웃사촌이 그들이다.

그들이 긴 역사 동안 도란도란 만든 추억은 말라가는 골목상권을 살리는 기적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앞으로 10년 또 20년 뒤에도 기흥구 구갈동 한 구석에 '엔젤 문구 슈퍼'가 남아 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두 간절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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