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문물' 기를 쓰고 막더니…'키티 짝퉁' 판매하는 北

장희준 2024. 8. 29.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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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정권이 외부 문물의 유입을 강력히 차단하면서도, 정작 해외 브랜드 상표 등을 조악한 수준으로 베낀 모조품을 판매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내수보다 외화벌이를 노린 것으로 추정되지만, 대체로 대북 제재에 저촉되는 탓에 판매량은 매우 저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 사이트에선 의류·식품·화장품 등 1813개의 제품을 판매 중이지만, 판매량은 저조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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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무역 홈페이지에 버젓이 짝퉁 판매
日 헬로 키티부터 美 디즈니 밤비 등 다양
외화벌이 노렸지만, 실제 판매는 어려울 듯

김정은 정권이 외부 문물의 유입을 강력히 차단하면서도, 정작 해외 브랜드 상표 등을 조악한 수준으로 베낀 모조품을 판매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내수보다 외화벌이를 노린 것으로 추정되지만, 대체로 대북 제재에 저촉되는 탓에 판매량은 매우 저조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조선의 무역 홈페이지에서 판매 중인 제품. 해외 브랜드의 상표나 캐릭터를 조악한 수준으로 베꼈다.

29일 '조선의 무역' 홈페이지를 보면, 경공업 항목에서 일본 산리오사의 '헬로키티' 캐릭터가 그려진 아동복 등 의류들이 판매되고 있다. 조선의 무역은 북한의 공식 무역·투자 전용 사이트다. 선교편직공장에서 생산했다는 아동세타(아동 스웨터) 제품을 보면 아닐론(아크릴 섬유를 뜻하는 북한말) 60%에 모 40%가 함유됐다는 정보도 함께 기재돼 있다.

디즈니 장편 애니메이션 '밤비'에 나오는 사슴·토끼 캐릭터가 그려진 가방도 판매되고 있었으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아동용 책가방에 그려 넣은 제품도 있었다. 크리스찬 디올 등 해외 명품 브랜드의 상표를 그대로 본뜬 가방도 소개됐다.

이 사이트에선 의류·식품·화장품 등 1813개의 제품을 판매 중이지만, 판매량은 저조할 것으로 보인다. 상당수는 대북제재 위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주요 수출 품목으로 꼽히는 섬유 제품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결의 2375호에 따라 판매할 수 없다.

북한 조선의 무역 홈페이지에서 판매 중인 제품. 해외 브랜드의 상표나 캐릭터를 조악한 수준으로 베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한 영상물을 유포할 경우 최대 사형에 처하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까지 도입하면서 외부 문물을 차단해온 것과는 앞뒤가 다른 행보다. 특히나 북한 지도부가 꾸준히 미제에 대한 적개심을 고취해왔고 반일(反日) 정서를 비일비재하게 드러낸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 디즈니 캐릭터나 일본의 헬로키티를 도용하는 것은 중죄에 가깝다.

하지만, 북한 내부 주민들은 이런 캐릭터가 해외 상표라는 점을 모를 가능성이 크다. 제도적으로도 '상표 도용'에 대한 개념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지난해 6월 북한 외무성이 게시한 '평양 양말공장' 일화를 보면, 김 위원장은 '헬로키티'에 대한 애정을 대놓고 드러냈다. 당시 외무성은 "(김정은이) 제품 견본실에 진열된 발목에 깜찍한 고양이가 그려진 키티 양말을 보시며 '곱다'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또 "뿌(곰돌이 푸) 양말도 있는가 물으며 '어린 아이들이 이런 견본품과 같은 아동 양말을 신으면 좋아할 것'이라고 기쁨에 넘쳐 말했다"고 설명했다.

북한 조선의 무역 홈페이지에서 판매 중인 제품. 해외 브랜드의 상표나 캐릭터를 조악한 수준으로 베꼈다.

한편 북한은 남한 노래와 영화·드라마뿐 아니라 이제 중국에 대해서도 '불순 녹화물' 단속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이날 함경남도 소식통을 인용해 "불순 녹화물 목록이 포치(지시)됐는데, 인디아(인도)·로씨야(러시아) 영상과 함께 중국 텔레비죤 연속극과 영화도 수십 편 포함됐다"며 "중국 녹화물 금지 목록이 나온 건 처음 봤다"고 전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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