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은행 탓 만으론 아무것도 못 푼다

김효진 2024. 8. 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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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대출(주담대) 중심의 가계대출 증가세와 금리 문제를 두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언론에 내놓은 언급은 당황스럽다.

"은행이 물량 관리나 적절한 미시 관리를 하는 대신 금액(금리)을 올리는 것은 잘못"이라며 "대출금리 상승은 당국이 바란 게 아니다"고 한 게 특히 엉뚱하다.

이 모든 맥락을 뒤로 한 채 "더 세게 개입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그의 기세에 은행들은 더욱 물리적인 방법으로 대출 장벽을 높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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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대출(주담대) 중심의 가계대출 증가세와 금리 문제를 두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언론에 내놓은 언급은 당황스럽다. “은행이 물량 관리나 적절한 미시 관리를 하는 대신 금액(금리)을 올리는 것은 잘못”이라며 “대출금리 상승은 당국이 바란 게 아니다”고 한 게 특히 엉뚱하다.

‘적절한 미시 관리’는 대체 무엇인가. ‘다시 한번 영끌’이라는 신호로 읽히기에 충분한 시장의 환경과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에 자극받은 소비심리를 미시적으로 관리해 대출 덜 받게 하는 요술방망이는 사회주의식의 난폭한 통제뿐이다.

우리나라 은행들의 영업·수익·지배구조가 올바른지는 별론이다. 주담대 폭증과 아파트 거래가격 급등으로 다급해진 당국이 걸핏하면 은행 사람들 불러 모아 대출 억제하라고 지도하는 관행이 하루 이틀 된 게 아니라는 사실은 모두가 안다.

이렇게 팔 비틀린 은행들이 하는 수 없이 주담대 금리를 가산하고 급기야 주담대 금리가 시장금리보다 높아지거나 시중은행 주담대 최저금리가 일부 보험회사 주담대 금리 하단보다 더 높아지는 기현상을 이 원장은 오롯이 은행들 탓으로 돌리고 있다.

“(은행들이) 가장 쉽고 이익이 되는 주담대 금리 인상으로 대응한 것”이라는 그의 진단에도 지나친 측면이 있다. 주담대 증가는 3040세대가 견인하는데, 가장 왕성하게 경제활동을 하는 이들의 대출을 가능한 한 가로막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을 빌리겠다는 사람들에게서 이자를 조금씩 더 받아 과연 얼마나 큰 손익개선이 될는지는 명확하게 말하기 어렵다.

이 모든 맥락을 뒤로 한 채 “더 세게 개입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그의 기세에 은행들은 더욱 물리적인 방법으로 대출 장벽을 높이기 시작했다. 주택을 담보로 하는 생활안정자금 대출, 직장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마이너스통장을 옥죄는가 하면 전세자금대출 취급을 일부 중단하는 식이다. 원금을 나중에 갚는 거치식 주담대를 중단한 사례도 있다.

‘대놓고 관치’에 결과적으로 대출시장 전반이 흔들리는 셈이다. 생활자금이 시급하거나 이사를 해야 하는 등의 사정으로 은행 문을 두드리는 실수요자들의 피해는 누가 책임지는지 모르겠다.

내 집 마련을 향한 서민·중산층의 욕망에는 죄가 없다. 이걸 컨트롤하는 가장 근본적인 방책은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입각한 정직한 접근이다. 정부가 각종 정책금융으로 돈을 풀어 수십조 원을 부동산에 집어넣고 대출 갈아타기를 통한 금리 인하를 유도한 게 엊그제다.

금리 내리라고 통화당국을 압박한 건 또 어떠한가. 그러면서 대출 줄이라고 은행들 다그치고, 주택 공급 상황에 문제가 없다고 버티다가 ‘총력 공급’으로 급선회하는 정부를 시장이 믿을 리 없다.

정부가 시장의 기본 원리를 도외시하며 정책을 무기로 삼고 은행을 방패로 삼아 대출과 부동산을 통제하려는 태도가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는 지난 정부 내내 목도했다. 현 정부가 여봐란 듯이 관치를 시현하며 시장을 호도하는 데서 비롯된 난맥상은 지난 정부의 그것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김효진 전략기획팀장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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