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Stage]이해수 “미요·보웬의 비올라 명곡 들려드릴게요”

박병희 2024. 8. 29.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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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1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독주회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 젊은 비르투오소

좋아하는 작곡가와 음악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대한 비올리스트 이해수의 답변은 다소 의외였다. 비올라 곡이 아닌 쇼스타코비치의 첼로 소나타를 꼽았기 때문이다.

"쇼스타코비치 특유의 억압돼 있지만 솔직하게 표현되는 감정들이 정말 감동적이라고 생각한다.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은 한 번 들었을 때 공감이 안될 수도 있다. 조금 더 깊게 파고들어야만 그 숨은 감정들을 이해할 수 있어서 더 매력적이다."

이해수가 첼로 곡을 언급한 이유는 바이올린이나 첼로에 비해 비올라 곡이 많지 않은 탓이기도 하다. 비올라는 현악기 중 가장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높은 음을 내는 바이올린과 중저음을 내는 첼로의 중간쯤 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나쁘게 표현하자면 그 어중간한 소리 탓에 작곡가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비올라 소리는 바이올린과 첼로 소리에 파묻혀 잘 안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해수는 "음악에 진지하게 관심을 가질 무렵의 어린 시절, 한 앙상블 연주에서 비올라의 중저음이 굉장히 아름답게 들렸다"고 했다. 어렸을 때 피아노와 바이올린도 연주해봤다는 이해수는 그렇게 비올라를 자신의 악기로 삼았다. "당시에는 주변 친구들이 많이 하지 않는 악기라 이 악기를 더 특별하게 느꼈던 것 같다."

비올리스트 이해수 [사진 제공= 세종솔로이스츠]

이해수는 오는 31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독주회를 한다. 그는 지난해 독일의 권위있는 ARD 국제 콩쿠르 비올라 부문에서 우승했다.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을 주최하는 실내악 단체 세종솔로이스츠가 '젊은 비르투오소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이해수를 선정해 독주 무대가 마련됐다. 이해수는 비올라의 매력을 제대로 알릴 계획이다.

그는 "숨은 비올라 명곡을 발견한 기분이 들어서 꼭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두 곡 다리우스 미요의 '네 개의 얼굴'과 요크 보웬의 '비올라와 피아노를 위한 판타지'를 연주한다. 이해수는 특히 미요의 곡에 대해 듣는 순간 그 매력에 빠졌다고 설명했다. "각기 다른 도시에서 온 여자들의 성격과 특징을 음악으로 풀어놓은 곡이다. 사람 목소리와 가장 비슷한 비올라로 연주하기 때문에 마치 네 명의 여성이 되는듯한 느낌이 드는 아주 재미있는 곡이다."

지난해 ARD 콩쿠르의 위촉곡인 알베르토 포사다스의 '도리포로스'도 연주한다. "콩쿠르를 위해 준비했던 수많은 곡들 중 특히 어려운 곡이었다. 콩쿠르가 끝난 후 작곡가인 포사다스와 직접 대화하며 곡을 더 자세하게 배울 수 있었다. 포사다스가 '도리포로스'라는 그리스의 고대 조각상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곡이다. 조각상의 황금비율처럼 이 곡도 7개 부분으로 나눠져있다. 포사다스는 악기의 지판도 7개 부분으로 나눠, 아랫 부분부터 점점 올라가면서 화음이 겹겹이 쌓이도록 작곡했다."

1부에서 세 곡을 연주하고 2부 공연에서 세자르 프랑크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A장조'를 연주해 공연을 마칠 예정이다.

이해수는 요즘 부쩍 비올라의 매력을 더 크게 느낀다고 했다. "비올라는 사람의 목소리처럼 호소력이 짙은 악기인것 같다. 또 실내악을 연주할때 비올라의 역활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독주든, 실내악 연주든 열심히 할 계획이다. 비올라의 매력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많은 분들께 알려드리고 싶기 때문이다."

이해수는 자신의 성격도 비올라와 어울린다고 했다. "약간 내향적이라 나서기보다는 뒤에서 돕는 역할을 더 즐기고 때로는 즉흥적이라 다른 연주자들의 연주에 빠른 반응을 할 수 있어서 비올라랑 잘 맞는 것 같다."

이해수는 ARD 콩쿠르에 앞서 2018년 프림로즈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프림로즈 콩쿠르는 세계 최초로 비올리스트만을 위해 개최된 콩쿠르이며 미국에서 가장 큰 비올라 콩쿠르다. 그는 두 콩쿠르에서의 우승 비결에 대해 "경쟁하려는 마음보다는 오로지 저의 음악을 공유하며 진심을 보여주는 일에 더 집중했기에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협연해보고 싶은 단체로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꼽았다. "베를린 필의 실황 연주를 처음 들었을 때의 감동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런 오케스트라와 연주를 할 수 있다면 정말 황홀할 것 같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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