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락 없어도 재미 공감...Z세대만의 콘텐츠 소비

이종길 2024. 8. 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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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WW'에서 콘텐츠 소비 실태 보고서 발표
맥락 없는 이야기 선호하는 경향 강해
배속 시청과 스킵 시청은 기본…2배속도 거뜬
AI 콘텐츠엔 부정적 "질 낮고 깊이 없어"

Z세대(만 15~29세)는 콘텐츠 시청에서 이야기의 개연성보다 재미를 중시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콘텐츠진흥원과 중앙그룹은 2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방송영상마켓(BCWW) 2024'에서 'Gen Z 콘텐츠 이용 트렌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Z세대의 콘텐츠 소비 실태를 분석한 보고서다. 지난달 15일부터 25일까지 전국 15~69세 남녀 약 1500명을 대상으로 선호하는 주제, 장르, 이용 시간 등을 조사했다.

이에 따르면 Z세대의 40% 이상은 드라마와 영화 시청에서 내용의 타당성보다 흥미를 중요하게 여겼다. 예능과 웹툰에서도 웃음을 유발하면 개연성이나 현실성이 떨어져도 괜찮다고 답했다. 이런 성향은 게임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과반수가 현실적인 설정보다 상상력이 풍부한 세계나 이상한 이야기를 더 선호한다고 했다.

맥락 없는 이야기를 선호하는 경향은 유튜브와 틱톡 사용에서도 확인됐다. Z세대의 43%가 어이없거나 생뚱맞은 콘텐츠를 재미있게 본다고 답했다. 김인애 콘진원 선임연구원은 "상반기에 유행한 '꽁냥이 챌린지', '마라탕후루 챌린지' 등이 대표적 예"라며 "28%에 그친 베이비부머 세대(만 60~78세)와 크게 대조됐다"고 설명했다.

Z세대만의 특징은 콘텐츠의 소재와 배경에서도 나타났다. 과반수가 현실에 있을 법한 가상을 반겼다. 황오영 JTBC 중앙 투자국장은 적중한 사례로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와 '낮과 밤이 다른 그녀',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을 꼽았다. "하나같이 현실과 판타지를 오가는 독특한 서사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연출로 화제성을 이어갔다"며 "예능을 더 선호하는 Z세대의 눈길을 사로잡았다"고 부연했다.

현실과 판타지 사이 줄타기에선 몰입감이 중요하다. 예능에서 이를 필요로 하는 장르는 추리와 연애. 시청자가 스스로 등장인물이 되어가도록 유도하는 연출이 중요하다. 황 국장은 "상반기에 '크라임씬 리즈', '연애남매', '여고추리반3' 등이 큰 재미를 봤다"고 말했다.

Z세대는 타인의 반응에 신경을 쓰는 경향도 보였다. 자신과 같은 반응을 접하면 콘텐츠에 더 큰 공감과 흥미를 느꼈다. 반면 상반된 반응을 확인하면 유튜브, 인스타그램, X(구 트위터) 등에서 반응을 더 찾아보며 본인의 생각을 점검하려고 했다.

김 연구원은 전자에 해당하는 콘텐츠로 '서울의 봄'을 꼽았다. "관람하면서 심박수와 스트레스 지수를 스마트 워치로 측정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증하는 챌린지가 유행했다"며 "1000만 이상 관객을 모은 단초(端初)였다고 할만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공감과 소통의 욕구가 '덕질'이라는 적극적 표현 방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며 "취향이 같은 사람들끼리 감정을 나누고 소통하는 장이 자주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초 단위 콘텐츠 소비도 Z세대의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다. 배속 시청과 스킵 시청은 기본이다. 상당수가 1.5배속으로 경험한다. 2배속으로 즐기는 경우도 적잖다. 황 국장은 "시간 절약보다 지루함을 참지 못해서라는 이유가 더 많았다"고 전했다.

이런 성향은 뉴스 시청에서도 나타났다. 풍부한 정보보다 핵심만 간단히 이해할 수 있는 경우를 더 선호했다. 황 국장은 "유튜브 뉴스를 이용하는 Z세대의 43%가 숏츠로 정보를 수집했다"며 "화제가 되는 소식을 빠르게 파악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싶어 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드라마와 예능에서도 핵심 정보만 빠르게 얻어가는 '쪼개기 콘텐츠'를 선호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에 대해서는 모순적 면모를 드러냈다.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콘텐츠를 다른 세대보다 더 신뢰하고 활용하면서도 AI 콘텐츠에는 가장 부정적이었다. 김 연구원은 "베이비부머 세대보다도 AI 콘텐츠의 질이 낮다고 봤다"며 "여전히 창조의 영역에 미치지 못하고, 세밀한 부분에 깊이가 없어 신뢰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만큼 AI 결과물에 대한 기대와 요구가 크다고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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