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만에 존재감 '우뚝' 한동훈에…오세훈도 활동량 '쑥'
吳, 뒤질세라 현안 목소리 내며 차별화에 '박차'
'잠룡간 정책 대결'에 당내서도 기대감 고조 돼
일각선 "계파 형성 여부에 따라 승패 갈릴 것"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 한 달 만에 다양한 현안에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존재감을 부각시키는데 성공했다. 한 대표가 대권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위치를 선점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또다른 대권 잠룡인 오세훈 서울시장도 활동폭을 넓히면서 존재감 확보에 나섰다. 다양한 민생정책을 펼치면서 나경원 의원 등 거물급 인사들과의 협업에 나서는 오 시장의 최근 행보 역시 확실한 차기 대권주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란 분석이 나온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 26~27일 100% 무선 ARS 방식으로 차기 대선후보 호감도를 물어본 결과, 한동훈 대표는 직전 조사(12~13일)의 19.8% 대비 4.2%p 상승한 24.2%의 호감도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조사에서 오세훈 시장의 호감도는 7.3%로 직전 조사(7.4%)와 비슷한 수치를 유지했다.
한 대표의 호감도가 상승한 이유로는 대표 취임 이후 한 달 동안 존재감 부각에 성공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한 대표가 존재감을 드러내는데 단순 정쟁이나 언쟁이 아닌 정책적인 면을 끌어올렸다는 점이 주목된다. 실제로 한 대표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1400만 개인 투자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아울러 취임 이후 한 대표는 △여름철 저소득층 전기료 지원 △일본도 살인에 따른 총포·도검 관리 강화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 지원 △난임 지원 사각지대 해소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 부활 △간첩법(형법 98조) 개정안 적극 추진 등 민생 이슈가 터져나올 때마다 시점에 맞는 대안을 제시하면서 정책 행보에 집중했다.
최근엔 2026년 의대 정원 증원 유예를 고리로 한 의정 갈등의 해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 대표가 "할 말은 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가져가고 있다는 당 안팎의 평가가 나온다. 또 '딥페이크 음란물 제작 및 유포' 사건이 터지자마자 곧바로 당대표 주재 긴급 현안 간담회를 추진하는 것 역시 기민한 대응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정부와 각을 세우는 게 반드시 좋은 일만은 아니지만, 한동훈 대표가 꺼낸 정책들은 현재 필요했던 부분을 긁어주는 느낌이 있다"며 "의제를 일단 던져서 이슈를 주도하는데는 분명히 성공했다고 봐야하는데, 앞으로 어떻게 협상이나 소통을 해서 어떤 흐름으로 이 이슈들을 풀어내고 자기 쪽으로 가져오는지 여부가 굉장히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또다른 대권 잠룡인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의 행보도 만만치 않다. 오 시장은 지난 27일 국회에서 5선 중진 나경원 의원과 공동으로 세미나를 주최하고 최근 이슈로 떠오른 외국인 가사관리사에게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 같은 오 시장의 주장이 정치권의 이목을 끄는 건 중진인 나 의원과 함께했다는 점도 있지만, 한 대표의 정책 방향과 각을 세우는 의견을 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앞서 한 대표는 전당대회 기간 동안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위반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외국인 근로자 최저임금 차등 적용에 반대한 바 있다.
오 시장이 한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오 시장은 지난 5월 한 대표가 정부의 해외 직접구매 규제에 대해 반발하는 메시지를 내자 "안전과 기업 보호는 직구 이용자의 일부 불편을 감안해도 포기할 수 없는 가치로, 정책 전체에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지적하는 것은 여당 중진으로서의 '처신'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맞받은 바 있다.
뿐만 아니라 한 대표가 지구당 부활을 약속하자 "양당이 짝짜꿍이 맞아서 지구당에 정치 후원회를 만드는 게 가능해질 것처럼 보이는데, 역사를 거스르는 것(25일 부산 동서대 대담회)"이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물론 4선째 서울시장을 하고 있는 '행정가' 오 시장의 정책 행보는 단순히 한 대표를 겨냥한 것을 넘어서서 더 높은 차원에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오 시장은 광화문광장에 '100m 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하겠다는 정책을 내놓았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등 특정 성향 진영에서는 이를 지나친 국가주의이자 예산 낭비라고 비난하고 있지만, 당 안팎에선 오 시장의 게양대 사업이 보수 정체성을 확고히 해 전통 지지층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사업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오 시장은 합리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개혁보수라는 이미지가 아직 남아 있어 전통 지지층에게 약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그런 부분을 상쇄할 수 있는 애국적인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분명히 당에서 자신의 입지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한 대표와 오 시장 모두 '당내 계파가 없다'는 한계점을 가진 만큼 이를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향후 대권 가도를 판가름할 요소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국민의힘 한 의원은 "친한계가 있다고 해도 아직은 소수고 오세훈 시장의 사람이라고 할 만한 의원이 원내에 없는 것도 사실"이라며 "정책도 좋지만 같이 갈 수 있는 사람들을 얼마나 모아서 조직화 하느냐가 중요한 요소다. 이걸 해결해내는 쪽이 주도권을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26~27일 전국 남녀 유권자를 대상으로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무선 100% RDD 방식 ARS로 진행됐다. 전체 응답률은 2.3%로 최종 1002명이 응답했다. 표본은 올해 5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 기준에 따른 성·연령·지역별 가중값 부여(림가중)로 추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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