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재생에너지 56% 선언 KT, 고작 1% 썼다…이통3사 목표달성 ‘빨간불’
ESG 경영 실태 살펴보니
RE100 실현 가능성 의문
인공지능(AI) 기술과 탄소중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이동통신 3사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이 목표치를 크게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2030년까지 전체 에너지 사용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50% 이상으로 높이겠다고 했지만 최근 비중을 보니 10%에도 못 미친 것이다. 목표 달성까지 6년밖에 남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어두운 평가가 나온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의 지난해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은 8.6%로 나타났다. LG유플러스가 6.96%로 두 번째였으며 KT는 이보다도 한참 낮은 1.1%에 불과했다. SK텔레콤과 KT는 2050년까지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약속을 한 글로벌 RE100 가입 기업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SKT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을 65%로, KT는 56%로 높이겠다고 각각 공언했다. LG유플러스는 글로벌 RE100 가입 기업은 아니지만 2022년 한국형 RE100(K-RE100)에 가입해 재생에너지 비중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목표하는 재생에너지 전환 비중은 2030년 48%, 2050년은 KT와 SKT와 동일한 100%다.
KT 재생에너지 비중 ‘꼴찌’
이통3사의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에 비상이 걸린 건 전기사용량이 폭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은 하나 같이 AI 기업으로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다. AI 시대 에너지 핵심은 전력이다. 전기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는 비상이 걸렸다. 5G 서비스 통신장비가 늘어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난 것도 문제다. SK텔레콤의 지난해 온실가스 총 배출량은 114만9240tCO2e로 전년 대비 4.3% 증가했다.
SK텔레콤은 2021년에 ESG위원회를 신설해 ESG 전반의 추진 방향과 목표, 이행에 대한 심의·의결 맡기고 있다. 하지만 위원장인 오혜연 카이스트 전산학부 교수를 비롯해 윤영민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김준모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부교수 등 ESG 위원들은 환경과는 거리가 먼 인물들로 구성돼 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ESG위원회는 최고 의사결정 권한을 가진 이사회 산하 조직이라는 점에 방점이 찍혔다"며 "환경 문제 포함해 경영 전반을 ESG 차원에서 검토하는 것"이라고 했다.
KT의 연간 에너지 사용량 중 전기 사용량은 2021년 2만1581TJ(테라줄)에서 2022년 2만2331TJ, 지난해 2만3086TJ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2022년도 에너지 사용량 통계에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KT클라우드를 제외했다는 점이다. KT클라우드는 KT의 100% 자회사로, 2022년 4월 출범했다. 데이터센터는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릴 만큼 에너지 사용량이 많아 재생에너지 전환 필요성이 더욱 큰 영역이다.
KT는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말 기준 전국에 태양광 발전소 101개를 구축했다. 그러나 지난해 태양광 발전소 연간 발전량은 9530㎿h, 이 가운데 자가소비량은 1376㎿h에 불과했다.
LG유플러스 역시 온실가스 배출량은 매년 증가 추세다. 직·간접 온실가스(Scope1·2) 배출량은 2021년 139만8814CO2eq(이산화탄소 환산t)에서 2023년 147만5232CO2eq로 꾸준히 증가했다.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기타 간접배출 항목도 지난해 56만417tCO2eq로 직·간접 온실가스 배출량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이통사들은 RE100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녹색프리미엄 제도에 기대고 있다. 녹색프리미엄은 RE100을 달성하는 가장 손쉬운 제도로 손꼽힌다. 한국전력에 전기 요금에 추가로 프리미엄을 내고 비싸게 전기를 사는 것이다. 여기서 발생한 추가요금은 에너지공단에서 재생에너지 투자 비용으로 활용된다.
가령 LG유플러스의 재생에너지 총 사용량을 살펴볼 때 2023년 태양광 발전량(3.82TJ)은 전년도(4.02TJ)와 비교할 때 감소했다. 그러나 녹색프리미엄이 2141TJ 증가하면서 재생에너지 총 사용량은 녹색프리미엄이 전혀 없었던 전년(4.02TJ) 대비 크게 증가했다.
美 제도적 뒷받침·투자 활발
국내 이통사의 낮은 재생에너지 활용은 해외기업과도 비교된다. RE100 가입 기업인 미국 통신사 T모바일은 대규모 풍력 및 태양열 발전에 적극 투자해 2021년 말 전기사용량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데 성공했다.
T모바일은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제도를 적극 활용했다. 미국 전역에서 이뤄지는 청정 전력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고 이 프로젝트를 통해 생산한 재생에너지로 RE100 의무를 이행한 것이다. RE100 캠페인을 공동 주관하고 있는 국제 비영리재단 ‘클라이밋 그룹’의 북미 프로그램 책임자 루이자 플로닉(Louisa Plotnick)은 "T모바일은 업계에서 지속가능성을 위한 리더십의 본보기"라고 극찬했다.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인 구글도 재생에너지 기업 ‘에너직스’와 계약을 맺고 데이터센터 운영을 위해 2030년까지 태양광 에너지 1.5GW 규모를 공급받기로 했다.
미국 기업들이 청정 에너지 활용에 적극적인 배경에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영향도 있다. 2022년 미국은 기후변화 대응과 청정에너지 활성화를 주요 골자로 하는 IRA를 통과했다. 이 법에 따라 미국 정부는 2031년까지 10년간 3690억 달러(약 486조원)를 청정에너지 및 기후변화 대응에 투입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탄소 배출 없는 에너지 생산 시설에 세제 혜택을 주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처럼 RE100 달성을 위해선 기업의 의지뿐만 아니라 정부의 인센티브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노력도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장현숙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위원은 "재생에너지 구매에 소요되는 비용을 보전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와 금융지원을 강화하고,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인프라 확충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훈 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 "탄소중립과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종합적인 전략을 마련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 달에 150만원 줄게"…딸뻘 편의점 알바에 치근덕댄 중년남 - 아시아경제
- 버거킹이 광고했던 34일…와퍼는 실제 어떻게 변했나 - 아시아경제
- "돈 많아도 한남동 안살아"…연예인만 100명 산다는 김구라 신혼집 어디? - 아시아경제
- "일부러 저러는 건가"…짧은 치마 입고 택시 타더니 벌러덩 - 아시아경제
- 장난감 사진에 알몸 비쳐…최현욱, SNS 올렸다가 '화들짝' - 아시아경제
- "10년간 손 안 씻어", "세균 존재 안해"…美 국방 내정자 과거 발언 - 아시아경제
- "무료나눔 옷장 가져간다던 커플, 다 부수고 주차장에 버리고 가" - 아시아경제
- "핸들 작고 승차감 별로"…지드래곤 탄 트럭에 안정환 부인 솔직리뷰 - 아시아경제
- 진정시키려고 뺨을 때려?…8살 태권소녀 때린 아버지 '뭇매' - 아시아경제
- '초가공식품' 패푸·탄산음료…애한테 이만큼 위험하다니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