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는 왜 비밀리에 지령 내렸나…"독도는 우리 땅" 전략과 국익 [현장에서]
역대 대통령 가운데 ‘독도는 우리 땅’ 임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 건 이명박 전 대통령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2012년 8월 10일 독도에 직접 발을 디디며 이곳이 대한민국 영토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 이전에도, 이후에도 독도를 찾은 대통령은 없었다.
이 전 대통령의 대일 강경 대응에 일본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그들은 기다렸다는 듯 독도를 국제분쟁지역으로 규정하며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했다. 1962년 ICJ 제소 이후 국제적으로 독도 문제를 이슈화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던 일본이 이같은 ‘호재’를 놓칠 리 없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정부를 향해 벌이는 ‘독도 지우기’ 공세를 보면서 이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 떠올랐다. 이미 우리가 실효 지배하고 있는데 구태여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소리치게 하는 것이 과연 국익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다.
민주당은 서울 지하철 역사와 용산구 전쟁기념관에 있던 독도 조형물이 철거됐다며 지난 25일 이재명 대표 지시로 ‘독도 지우기 의혹’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26일 최고위에선 “한쪽에선 친일파가 득세하고 한쪽에선 독도가 사라지고 있다”(박찬대 원내대표), “일본 기시다 총리가 퇴임을 앞두고 한국을 찾을 예정인데, 이에 맞춰 독도 조형물이 일제히 철거되고 있다”(전현희 최고위원) 등의 강경 발언이 뒤따랐다.
급기야 27일 국회 운영위에선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을 향해 “친일파 밀정이냐”(서미화 의원)는 말까지 나왔다. 16일 KBS 인터뷰에서 김 차장이 한ㆍ일 간 과거사 정리 문제와 관련해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이라고 말한 것과 관련해서다. 김 차장이 “일본의 마음을 다스려서 우리가 더 잘 해내고 자신감을 갖고 한ㆍ일 관계를 리드해 가자는 말씀”이라고 설명했지만, 서 의원은 “(독도 방어 훈련) 규모를 축소하고 비공개로 하자고 김 차장이 대통령에게 건의했느냐”며 재차 몰아세웠다.
이 밖에도 민주당 윤건영ㆍ부승찬ㆍ전용기 의원 등이 독도 관련 공세를 이어갔고, 이에 신원식 국가안보실장과 성태윤 정책실장 등은 “독도는 우리의 고유 영토”란 말을 반복하는 촌극도 있었다. 결국 정진석 비서실장은 “자꾸 일본은 이것을 국제 분쟁화 만들어서 국제사법재판소로 끌고 가려고 하는데, 이것을 제대로 직시해 일본의 전략에 말려들지 않도록 하는 우리의 고민도 있어야 한다”며 야당의 자제를 요청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중앙일보 통화에서 “실효적 지배로 영유권을 행사하는 나라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려는 반면, 분쟁화하려는 나라는 문제를 증폭시키려 한다”며 “독도는 우리가 완전히 주권을 행사하는 대한민국의 영토인 만큼 국내에서 정치적인 목적으로 문제를 만드는 것은 상대방을 유리하게 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예컨대 내가 실제 소유하고 있는 땅을 굳이 “여기 내 땅이요”라고 바깥에 소리치면, 관심 없던 외부인조차 ‘필시 저 땅이 문제가 있는 곳이구나’라고 의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6년 4월 한·일 갈등이 고조되며 일본이 독도 주변에서 해양조사를 하겠다고 나서자 당시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에게 “만약 일본 탐사선이 독도에 오면 ‘당파(撞破ㆍ배로 밀어 깨뜨리는 것)’ 하라”는 비밀 지령을 내렸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은 이런 강경 대응 지시를 왜 비밀리에 했을까. 정녕 민주당이 국익을 생각한다면 한번 곱씹어봐야 하는 대목이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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