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집값 잡겠다고 올린 금리…지방은 이중고 '초토화' [관치금융의 역습]
경남 창원의 중개업소 대표 A씨는 “최근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갑자기 오르면서 조금씩 늘던 아파트 거래가 다시 줄게 생겼다”며 울상을 지었다. 그는 “계약 성사 직전에 있던 젊은 30대 부부가 '갑자기 금리가 올라 매달 내야 할 원리금이 늘어나게 생겼다'며 아파트 매수 계약을 보류했다"며 "7~8월 계약한 손님들에게는 금리가 더 높아지기 전에 대출 신청을 서둘러 달라고 전화를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지방 부동산 시장은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싹튼 상황이었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아파트값이 큰 폭으로 오르면 시차를 두고 지방 아파트값도 오름세를 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 줄인상으로 이런 기대감이 사라지는 분위기다. 전북 전주의 B공인중개사는 “서울 집값 잡겠다고 대출 금리를 올리면, 지방 부동산 시장은 그야말로 초토화된다”며 “당장 아파트 매수를 고민하던 손님들이 금리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고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간 지방 부동산 시장은 거래가 침체하고, 가격 하락을 면치 못했다. 올해 들어 지난 19일까지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누적 변동률(부동산원)을 보면 서울의 아파트값은 2.67%, 수도권 전체로는 0.82% 올랐다. 같은 기간 지방이 1.26% 내린 것과 대조적이다. 서울 아파트값은 2021년 최고가 대비 평균 90% 이상 회복했지만, 지방은 최근 가격 수준이 이전 최고가의 75~85%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 와중에 금융당국의 금리 개입은 회복을 기대했던 지방 부동산 시장에 후폭풍을 불러온 셈이다. 특히 지방 주택 시장은 아직도 신규 아파트 공급 과잉에 따른 미분양 적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4037가구이며,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규모는 1만4856가구다. 이 중 지방 미분양이 5만8986가구(79.7%), 악성 미분양도 지방이 1만1965가구로 전체의 80.5% 차지한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중개업소 관계자 등과 얘기를 해보면 수도권보다 지방에서 대출금리에 대한 민감도가 큰 편”이라며 “미분양 해소 등을 위해서는 결국 매수심리가 회복해야 하는데, 대출금리가 오르면 집을 사야겠다는 심리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자 금융당국과 시중 은행들도 서울 집값 상승세를 억제하되, 지방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려 신경 쓰고 있다. 다음 달 대출 한도를 줄이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적용을 예고하면서, 스트레스 금리를 수도권(1.2%포인트)과 지방(0.75%포인트)을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수도권의 주담대 한도가 지방보다 많이 줄어든다. 일부 시중은행에서는 대출 억제를 위해 주담대 최대 상환 기간을 40년에서 30년으로 줄일 방침인데, 이를 수도권에만 적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방 부동산에는 이런 조치의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이번 대출금리 인상 목적이 서울과 수도권의 집값 안정인데 금리가 전국적으로 오르면 결국 지역적 형평성 문제를 불러오게 된다”며 “가산금리를 조정하는 식으로 대출금리 기준을 인위적으로 바꾸면 결국 대출을 활용하는 금융 소비자만 피해 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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