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 고집? ‘내가 무조건 마무리’ 생각 안 해" '6909일' 만 4회 깜짝 등판, 돌부처는 10일간 많은 걸 내려놨다

김근한 기자 2024. 8. 29. 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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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베테랑 투수 오승환이 6909일 만에 4회 구원 등판을 치러 1이닝 무실점 호투로 시즌 3승을 달성했다. 고척, 김근한 기자

(엑스포츠뉴스 고척, 김근한 기자) 삼성 라이온즈 베테랑 투수 오승환이 돌아왔다. 그것도 오승환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9회가 아닌 4회 깜짝 등판으로 복귀전을 치렀다. 1군 엔트리 말소 뒤 10일간 많은 걸 내려놓은 돌부처는 9회 마무리 보직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뜻을 다시 강조했다. 

오승환은 8월 28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4회 말 구원 등판해 1이닝 13구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팀의 9-5 승리에 이바지했다. 

오승환은 올 시즌 49경기에 등판해 2승 7패 27세이브 평균자책 4.40을 기록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오승환은 7월 이후 13경기 등판 1승 3패 3세이브 평균자책 12.10으로 기나긴 침체에 빠져 있었다. 오승환은 지난 15일 대구 KT 위즈전에서 9회 초 등판해 0.2이닝 2피안타(2홈런) 2실점으로 크게 부진했다. 결국, 삼성 박진만 감독은 심신을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틀 날 오승환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2군으로 내려가 심신 회복 시간을 보낸 오승환은 지난 23~24일 퓨처스리그 NC 다이노스전에 등판한 뒤 26일 1군 엔트리로 다시 복귀했다. 

박진만 감독은 지난 27일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나 "오승환 선수는 편안한 상황에서 1~2번 정도 던지면서 점검할 계획이다. 마무리 투수 자리는 잘 던지고 있는 김재윤 선수로 계속 간다. 오승환 선수의 구위가 괜찮다고 판단되면 앞에서 필승조 역할로 준비해야 할 듯싶다"라며 "제구는 원래 좋았던 선수인데 구위가 많이 떨어져 있었다. 구속이 140km/h 후반대까지 나왔다고 보고 받았는데 휴식을 취하면서 준비를 잘한 느낌"이라며 기대했다. 

오승환의 1군 복귀전은 예상한 그림과 크게 달랐다. 지난 28일 경기에서 오승환은 팀이 6-2로 앞선 4회 말 마운드에 깜짝 등판했다. 오승환이 4회 등판을 소화한 건 2005년 5월 26일 문학 SK 와이번스전과 2005년 9월 28일 대구 한화 이글스전 이후 무려 6909일 만에 나온 장면이었다. 

오승환은 4회 말 선두타자 변상권을 좌익수 뜬공으로 잡은 뒤 후속타자 김건희에게 우전 안타를 허용했다. 하지만, 오승환은 김병휘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어 박수종마저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운 오승환은 실점 없이 이닝을 매듭지었다. 

삼성은 5회 말 최채흥을 마운드에 올렸지만, 이주형과 송성문에게 각각 솔로 홈런과 2점 홈런을 내주면서 7-5로 쫓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삼성은 김태훈(1이닝)부터 시작해 이승현(0.2이닝)-임창민(1.1이닝)-최지광(1이닝)-김재윤(1이닝)으로 이어지는 필승조를 총동원해 9-5 리드를 끝까지 지켰다.

28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4회말 삼성 오승환이 공을 힘차게 던지고 있다. 고척, 김한준 기자
28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4회말 삼성 오승환이 공을 힘차게 던지고 있다. 고척, 김한준 기자

이날 1군 복귀전에서 4회 구원승으로 시즌 3승을 달성한 오승환은 경기 뒤 취재진과 만나 "최근 내 공이 좋지 않았기에 어떤 이닝이든 상관없이 좋은 투구를 보여주는 게 가장 첫 번째 목표였다. 이닝과 점수 차와 상관없이 마운드에 올라가 결과로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라 다른 건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감독님께서 미리 그런 부분을 말씀해주셨고, 오늘 일찍 등판을 준비해달라고 미리 전달받아서 거기에 맞춰서 준비했다"라며 6909일 만에 나온 4회 구원 등판 배경을 밝혔다. 

오승환은 1군 말소 뒤 10일 동안 많은 걸 내려놓고자 노력했다. 오승환은 운동을 많이 하는 것보다 운동을 쉬는 게 더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오승환은 "10일 동안 체력 비축을 하면서 정신적으로 조금 내려놓는 것에 주안점을 뒀다. 운동을 더 할까도 생각했는데 2~3일 정도 아예 쉬면서 다시 컨디션을 끌어 올렸다. 오히려 운동을 쉬는 게 솔직히 더 힘들었다"라며 "나도 모르게 몸이 피곤해졌고, 스트레스가 크게 쌓였던 듯싶다. 확실히 쉬고 돌아오니까 예전보다 투구할 때 몸 상태가 좋아진 게 느껴진다"라며 고갤 끄덕였다. 

박진만 감독은 당분간 마무리 투수 자리를 김재윤에게 맡기겠다고 공언했다. 올 시즌 세이브왕 경쟁을 펼치고 있었던 오승환에게는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오승환은 개인적인 욕심을 다 내려놓고 어떤 이닝이든 상관 없이 마운드로 올라가겠다고 강조했다. 

오승환은 "내가 9회를 고집한 적은 없다. 또 내가 무조건 마무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부분은 벤치에서 판단을 내려주시는대로 따라야 한다. 어떤 상황이든 항상 등판을 준비해야 한다. 일단 오늘 등판에서 점수를 주지 않은 것에 만족한다. 향후 등판에서 더 안정적인 투구를 계속 보여드리는 게 중요할 듯싶다“라며 입술을 굳게 꺠물었다. 

삼성은 최근 10경기 8승 2패로 리그 2위 자리를 굳히고 있다. 시즌 내내 약점으로 꼽힌 불펜진에서 오승환의 부활이 이뤄진다면 막판 순위 싸움에 엄청난 힘이 될 전망이다. 

오승환은 "최근 팀 분위기가 좋은데 후배들이 잘 만든 이 분위기를 내가 망치지 말아야 한다는 게 먼저다. 그리고 팀 승리를 위해 선수들이 하나로 똘똘 뭉쳐서 잘하고 있지 않나. 나도 4회든 6회든 언제라도 나가서 팀 승리와 순위 싸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힘줘 말했다. 

28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4회말 삼성 오승환이 공을 힘차게 던지고 있다. 고척, 김한준 기자
28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4회말 수비를 마친 삼성 오승환이 더그아웃에서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고척, 김한준 기자

사진=고척, 김한준 기자 김근한 기자

김근한 기자 forevertoss8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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