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기밀’ 7년전부터 중국에 유출됐는데… 정보사, 대체 뭐했나

이택현 2024. 8. 29.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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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요원' 명단 등 군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이 2017년부터 최소 30건의 군사기밀을 중국 측에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특정 온라인 게임 내에서 활용되는 음성 메시지 기능을 통해 중국 측 요원인 조선족 B씨에게 비밀번호 등을 전달했다.

이렇게 유출된 기밀은 블랙요원 일부 명단과 정보사 전반적 임무 및 조직 편성, 정보부대 작전계획이나 방법, 특정 지역 정세 등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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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출 군무원, 2017년 中에 체포 포섭돼
출력 등 기초적 방식으로 팔아 넘겨
아무런 제지 안받아… 보안 구멍 비판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이 28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국정원은 북한의 신형 전술 탄도미사일 발사대에 대응해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회사진기자단


‘블랙요원’ 명단 등 군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이 2017년부터 최소 30건의 군사기밀을 중국 측에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 대가로 1억6200여만원을 챙겼다. 이 군무원은 군사기밀을 출력·메모·캡처 등의 기초적인 방식으로 장기간 빼돌렸는데, 정보사 측은 최근까지 유출의 흔적도 파악하지 못해 보안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27일 군검찰에 따르면 군무원 A씨(49)는 빼돌릴 내용을 직접 메모하거나 자료를 출력하는 방식을 썼다. 정보사 팀장급 요원으로 비밀 접근이 상대적으로 수월했던 A씨는 직접 화면을 캡처하기도 했다. 본인이 취급하지 않는 기밀의 경우 대출 신청해서 특정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한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방식이었다.

정보사의 보안 절차가 너무 간단하게 돌파된 것이다. 군검찰 관계자는 “보안 앱을 설치하면 (촬영 등이) 안 되는데 앱을 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A씨는 이렇게 빼돌린 정보를 영외 숙소로 무단 반출한 뒤 중국 인터넷 클라우드 서버에 업로드했다. 이어 특정 온라인 게임 내에서 활용되는 음성 메시지 기능을 통해 중국 측 요원인 조선족 B씨에게 비밀번호 등을 전달했다. A씨가 음성 메시지로 “XX사업 세부현황이 필요하신 것 맞죠?”라고 물으면, B씨가 “네, 맞습니다. 최대한 빨리 보내주세요”라고 요구하는 식이었다. A씨는 중국 정보요원과 2000건 이상 은밀히 나눈 음성메시지 기록을 삭제했지만, 국군방첩사령부가 이를 포렌식 복원하면서 꼬리가 밟혔다.

이렇게 유출된 기밀은 블랙요원 일부 명단과 정보사 전반적 임무 및 조직 편성, 정보부대 작전계획이나 방법, 특정 지역 정세 등으로 파악됐다. 군 검찰 관계자는 “중국 요원은 더 많은 것을 요구했지만 A씨가 정보사 내 팀장급이고 큰 기밀에 접근할 여지가 없어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수사 과정에서 2017년 4월 중국 옌지 공항에서 중국 측 정보요원들에게 체포됐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중국 요원들에게 조사받던 중 본인 가족에 대한 위협을 받아 포섭에 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보요원들이 타국에서 체포될 경우에는 귀국 후 해당 부대에 신고해 조치를 받아야 하지만, A씨는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정보사 역시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같은 해 11월부터 현금을 수수하기 시작했으며, 이 시점을 전후해 군사기밀을 누설하기 시작했다고 진술했다. 진술 대로라면 7년 가까이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기밀을 넘겨 온 셈이다. 다만 군검찰이 객관적 증거 등을 토대로 확인한 금품 수수 기록은 2018년 5월이 처음이었다. 군검찰이 특정한 유출 기밀도 2022년 6월 이후 30건이었다.

군검찰 관계자는 “A씨는 한국에 거주하는 가족에 대한 위협 때문에 두려웠다고 말하지만, 7년 가까이 (기밀 유출이) 이어진 건 결국 돈 때문”이라며 “중국 측에 총 4억원을 요구해 차명계좌로 1억6200여만원을 수수했다”고 설명했다.

군검찰은 기소 단계에서 간첩죄는 적용하지 않았다. 북한 정보기관과 연계된 정황은 발견됐으나, 혐의 입증은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군검찰은 A씨의 업무상 횡령 등 여죄에 대한 수사도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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