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마지막 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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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년 타이타닉호가 침몰하고 1년 뒤 아일랜드 코크 항구에서 작은 유리병이 발견됐다.
구두끈으로 마개를 동여맨 병 안에는 딱 한 줄을 휘갈긴 편지가 들어 있었다.
지난 3월 일본 근해에서 침몰한 화물선 선장이 최후의 순간에 보낸 문자는 '여보, 사랑해' 한마디였다.
이런 문자조차 보내지 못할 급박한 상황도 많을 터라, 미국에선 마지막 메시지를 평소 작성해두면 사후에 발송해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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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년 타이타닉호가 침몰하고 1년 뒤 아일랜드 코크 항구에서 작은 유리병이 발견됐다. 구두끈으로 마개를 동여맨 병 안에는 딱 한 줄을 휘갈긴 편지가 들어 있었다. ‘타이타닉에서. 모두 안녕. 코크 글랜마이어의 버크.’ 해변을 산책하다 병을 주운 이는 마침 우편배달부였다. 직업정신 덕에 타이타닉 삼등칸 탑승자 제레미아 버크, 코크주 글랜마이어에 살던 19세 청년이 유리병 편지의 발신자로 확인됐다. 기회를 찾아 대서양을 건너던 젊은이가 침몰하는 배에서 사랑하는 이들에게 띄운 마지막 메시지는 결국 가족에게 전달됐다.
미국 뉴욕의 9·11 추모 박물관에는 브라이언 스위니란 남성의 음성 메일이 보관돼 있다. 2001년 9·11 테러 당시 납치된 비행기에 타고 있던 그는 세계무역센터에 충돌하기 3분 전 기내 전화로 아내의 번호를 눌렀고, 연결되지 않자 사서함에 음성을 남겼다. “나야. 비행기가 납치됐는데, 상황이 좋지 않아. 당신을 정말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었어. 항상 즐겁게 지내.” 죽음 앞에서 아내에게 사랑을 전한 그의 목소리는 무척 차분했다고 한다. 그래서 위안을 받은 아내는 다른 유족에게도 힘이 되리라 여겨 이를 공개했다.
이후에도 재난은 계속됐고, 운명을 감지한 이들의 마지막 메시지도 이어졌다. 전령 역할은 주로 문자의 몫이 됐다. 지난 3월 일본 근해에서 침몰한 화물선 선장이 최후의 순간에 보낸 문자는 ‘여보, 사랑해’ 한마디였다. 국내에서도 대구 지하철 화재나 세월호 참사 등 재난 현장마다 발신돼온 ‘사랑해’ 문자는 며칠 전 부천 호텔 화재에서 다시 전파를 탔다. ‘엄마 아빠 모두 미안하고 사랑해.’
이런 문자조차 보내지 못할 급박한 상황도 많을 터라, 미국에선 마지막 메시지를 평소 작성해두면 사후에 발송해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했다. 유리병에서 음성 메일로, 문자로, 앱으로 전달 수단은 계속 바뀌지만, 메시지의 내용은 달라지지 않을 듯하다. 마지막 순간에 하는 말은 평소에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일 테니, 우리는 늘 사랑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 아닐까.
태원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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