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한 갈등 자제하고 의료 현장 해법 머리 맞대길

2024. 8. 29. 00:3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사진은 윤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와 만찬회동을 앞두고 이동하는 모습. 사진제공=대통령실


윤 대통령·여당 만찬 연기…‘의대 증원 유예안’ 갈등


한 대표 엇박자 자초, 중재안은 진지하게 논의해야


내일로 예정됐던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의 만찬이 돌연 추석 이후로 연기됐다. 당정 화합을 위해 먼저 만나자던 대통령실이 입장을 바꾼 것이다. 대통령실은 추석을 앞두고 식사보다는 “민생 대책을 고민하는 모습이 우선”이라는 이유를 댔지만, 한 대표의 의대 정원 증원 유예안을 둘러싼 불협화음으로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 갈등이 다시 불거진 양상이다.

한 대표의 중재안은 2025년 증원(1509명)은 그대로 시행하되 2026학년도는 기존 학생 3000명에 증원된 신입생 4500명을 더해 7500명을 한 학년에서 교육하는 게 무리니 증원을 1년 유예하자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즉각 “증원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한 대표가 다른 건 몰라도 정책에선 한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그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발끈하는 소리도 나왔다. 국정의 양대 축인 대통령실과 여당 간 소통이 이렇게까지 꽉 막혀 있을 수 있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의·정 갈등이 반년을 넘기면서 응급의료 현장은 그야말로 붕괴 직전이다. 경기 남부 권역응급센터인 아주대병원은 21명이던 응급실 전문의가 12명으로 반 토막 날 위기고, 건국대 충주병원은 지난주 응급의학과 전문의 7명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충북대병원은 지난 14일 전문의 2명이 병가를 내면서 응급실 운영을 일시 중단했다. 그러는 사이 70대 뇌경색 환자와 공사 현장 근로자가 지난달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숨졌다. 최후의 보루인 수술실은 더 심각해 40∼50%가 문을 닫았다고 한다.

한 대표가 대안을 내놓는 과정에서 정제되지 않은 모습을 보인 측면은 있다. 한 대표는 지난 25일 고위 당정협의회가 끝난 직후 한덕수 총리에게 증원 유예 카드를 내밀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틀 뒤 페이스북에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적고 “더 좋은 대안이 있으면 내놓으라”는 투로 응수했다. 소통보다는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려는 모습으로 비칠 소지가 컸다. 대통령실이 “이런 식이면 내밀한 대화는 어렵다”고 한 것도 그런 이유일 터다. “사전에 (한 대표와) 구체적인 논의가 없었다”는 추경호 원내대표의 말대로라면 당내 논의 과정도 소홀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한 대표가 엇박자를 자초한 연유는 그것대로 따지되 중재안은 중재안대로 당정이 머리를 맞대는 게 급선무다. 대통령실은 한 대표의 접근법을 불쾌하게만 여기지 말고 대승적 논의를 통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할 형국이다. 국민이 언제까지 ‘응급실 뺑뺑이’를 도는 상황을 견뎌야 한다는 말인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불가피한 대안”이라고 호응한 만큼 여·야·정 협의로도 이어지기를 고대한다. 의료계도 이젠 참호에서 나와 전향적 자세를 보여줘야 마땅하다.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