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 녹색성장에 기여하는 수소경제가 필요하다
이제는 이를 넘어 한국경제 지속가능한 성장에 공헌해야
어떤 핵심기술 우선 확보할지 글로벌 시장 변화에 발맞추길
최근 오해의 소지가 있는 한 광고가 있었다. 수소를 우주의 75%를 차지하는 무한한 자원으로 소개하여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는 희망을 불러일으켰다. 수소는 자연 상태에서 독립적으로 존재하기 어려우며, 주로 물을 전기분해해 생산한다. 연소 시 물로 돌아가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청정에너지다.
우리나라 수소경제의 출발점은 탄소중립보다는 성장동력 창출에 있었다. 2019년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은 제조업 경쟁력이 있는 수소차산업 육성에 중점을 두었으나, 2020년 말 탄소중립 선언 이후 수소경제가 탄소중립 전환의 필수 요소로 부각됐다. 세계 최초로 수소법이 제정되었고, 최근에는 청정수소발전입찰시장도 출범했다.
탄소중립은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는 데 목적이 있다. 하지만 화석연료를 완전히 대체하기 위해서는 전기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산업적 수요가 존재하고 수소는 탈탄소화와 전기화의 누락된 연결고리로 중요한 역할을 할 에너지원이자 순환경제의 자원이 된다. 특히 국내 산업분야 온실가스 1·2위를 하는 철강과 석유화학 같은 산업에서는 수소가 필수적이다.
그렇지만 온실가스를 발생하지 않는 그린수소가 있어야 의미가 있다. 태양광과 풍력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재생에너지 산업은 급성장했지만, 간헐성이라는 한계가 있다. 밤에는 태양에너지가 없고 바람이 없으면 풍력도 멈춘다. 이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해 잉여 재생에너지를 장기간 대량으로 저장할 수 있는 수단으로 수소에 주목한다.
수소경제 생태계는 수소의 생산, 저장, 운송, 응용으로 구성된다. 연관 효과가 크고 미래 화학산업의 갈 길이기도 하다. 수소 생산은 재생에너지 기반의 물의 전기분해이어야 하지만, 부생수소나 원자력 기반 수소 생산도 과도기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수소 운송은 특수한 운반선이나 트럭을 이용할 수 있거나 기존의 가스공급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다.
수소 응용 분야로는 연료전지, 수소차와 화학산업이 대표적이다. 대한민국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르면 재생에너지만으로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어렵다. 최종 에너지 중 전력 비중은 약 50%이며, 그중 60~70%는 재생에너지가 공급한다. 전기에너지 외의 최종 에너지 중 약 20% 이상은 철강 및 화학산업에서 사용될 수소가 담당한다. 수소발전을 포함하면 수소는 전체 에너지의 34% 이상을 담당하게 된다.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한 수소경제 구축에는 국내에서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수소 생산이 필요하지만, 이는 수요의 10%에도 못 미친다. 따라서 전체 수소의 대부분은 해외에서 청정수소를 수입해야 하며, 이로 인해 현재 에너지 수입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화석연료 의존은 30%대 수준의 수소 의존으로 전환되어 에너지 안보에 기여하게 된다.
수소경제는 탄소중립을 넘어 한국 경제의 녹색 성장과 지속가능한 성장에 기여해야 한다. 특히 수출 중심인 한국 경제는 글로벌 시장 변화에 대응해야 하므로 국제 수소경제 동향을 넓게 보고 주시해야 한다. 현재 국내에서는 암모니아혼소 석탄발전, 수소 연료전지 발전, 수소차 중심으로 수소경제를 추진하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주로 청정수소 생산과 화학산업 적용에 중점을 두고 있다.
탄소국경조정제도 대비라는 방향성에도 맞는다. 암모니아 혼소발전이 석탄발전 생명을 연명치료하는 ‘산소마스크’라는 비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석탄발전은 국내 온실가스 배출의 주요 원인이며, 다른 분야 대비 조기 폐쇄가 온실가스 감축에 더 비용 효율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러한 전환 과정에서 이해당사자 간 조정은 정부의 리더십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국내 온실가스 감축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모르지만 신성장산업으로서의 수소경제를 고려한다면 당장의 작은 이익보다는 길게 큰 발전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녹색성장을 위한다면 국내 수소기술을 기반으로 국내 기업이 해외시장에 참여하고 확장하는 길을 가야 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자명하다.
따라서 글로벌 시장 변화에 발맞춘 정책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어떤 핵심 기술을 우선적으로 확보할 것인가, 그리고 내수시장에서 기술발전을 꾀하는 것과 함께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것에 대한 냉철한 현실 진단과 분명한 로드맵이 필요하다.
윤제용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게 된다고?… ‘엄마가 깔아줄게’ 수능 보는 학부모들
- 학교·식당 女화장실, 235차례 불법촬영 10대…징역8년 구형
- ‘자녀 100여명’ 그 남자 체포에… 익명 정자기증 재조명
- 프랑스, 중학교 휴대전화 금지 시범 실시… 美·유럽서 확대
- ‘실종된 딸 송혜희’ 못 만나고 교통사고로 세상 뜬 父
- “1억4천만원에 아기 낳아드립니다” 중국, 불법대리모 횡행
- 수영장 7세 머리 처넣은 男, 결국 잡혔다…기막힌 이유
- “15년간 하루 식비 2000원”… 34세에 집 3채 산 日 여성
- “DM으로 내 딥페 사진이 왔다” 공포 떤 여고생, 일상이 끊겼다
- “SKY 교수들이 결단만 해주시면 된다” 한은 총재의 제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