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책의 미래가 어둡지 않은 이유

맹경환,문화체육부 2024. 8. 29.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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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인들을 만나면 항상 묻는 말이 있다.

출판의 위기, 책의 위기에 관해서다.

출판사에서 보내온 신간들 속에서 유튜버들이 만든 책들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한 출판인은 이 점을 주목하며 "유튜브 속 무궁무진한 콘텐츠는 언젠가 책으로 압축될 수밖에 없다"면서 책의 소멸을 재촉하던 유튜브에서 오히려 책의 희망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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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경환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출판인들을 만나면 항상 묻는 말이 있다. 출판의 위기, 책의 위기에 관해서다. 20~30년 전만 해도 100만부 이상 팔리는 밀리언셀러가 많았지만 그건 꿈 같은 이야기고, 요즘엔 초판으로 찍어낸 1000~2000부도 팔기 힘들다고들 한다. 그래도 항상 같은 말은 한다. “책은 사라지지 않아요. 희망은 있어요.”

희망의 근거들은 하나둘 보이기 시작한다. 요즘 젊은 친구들 사이에 ‘텍스트 힙(Text Hip)’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책을 의미하는 ‘텍스트’에 멋있다는 의미의 ‘힙하다’가 합쳐진 말이다. 태어나자마자 디지털로 모든 것을 접하기 시작한 ‘디지털 네이티브’ 젊은 세대들은 자신이 읽은 책을 공유하며 표지나 밑줄이 쳐진 일부를 찍어 ‘인증샷’을 올리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북스타그램’으로 검색하면 600만건이 넘는 게시물이 나온다. 텍스트 힙의 유행에 발맞춰 최근 한 대형 온라인서점은 ‘#왓츠인마이책장’ 챌린지 행사를 시작했다. SNS에 자신의 책장 사진을 ‘#왓츠인마이책장’ 해시태그와 함께 올리고, 본문에는 책장이나 책장 속 책에 대한 소개 등을 자유롭게 작성하는 방식이다. 인스타그램에서 ‘#왓츠인마이책장’으로 검색하면 100만건 이상이 나온다.

최근 열린 서울국제도서전도 화제였다. 행사가 열린 5일간 지난해 13만명보다 15.4% 많은 15만명이 찾았고, 특히 도서전을 찾은 관람객의 70~80%가 20, 30대라는 점 때문이었다. 젊은 세대의 책 읽기 붐은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닌 것 같다. 올 초 영국 일간 가디언은 ‘독서는 섹시하다(Reading is Sexy)’는 제목과 함께 영국 1020세대의 ‘종이책 읽기 열풍’을 조명하기도 했다. 지난해 영국 책 판매량은 역대 최고 수준인 6억6900만권을 기록했다.

책 읽기에 빠진 유명인들도 대중에게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걸그룹 르세라핌 멤버 허윤진은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대기실에서 책을 읽는 모습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아이브 멤버 장원영도 “책 구매 자체가 힐링이고 읽으면서 많은 걸 배울 수 있다는 점도 좋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들이 추천한 책들은 모두 판매량이 급증했다. BTS의 멤버 RM이나 아이유도 독서광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적인 모델 카이아 거버는 독서 클럽을 만들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주인공 로리가 독서광으로 나오는 드라마 ‘길모어 걸스’에 등장하는 339권의 리스트와 함께 책 읽기 챌린지가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출판사에서 보내온 신간들 속에서 유튜버들이 만든 책들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나오자마자 베스트셀러 순위에 드는 책도 많다. 수십 수백 시간의 영상 콘텐츠를 짧은 시간에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책이라면 가능하다. 한 출판인은 이 점을 주목하며 “유튜브 속 무궁무진한 콘텐츠는 언젠가 책으로 압축될 수밖에 없다”면서 책의 소멸을 재촉하던 유튜브에서 오히려 책의 희망을 봤다. 최근 읽은 ‘단 한 사람의 한국 현대사’는 1994년생 역사학도가 자신의 외할아버지 구술을 토대로 현대사를 조명한 책이다. 누구라도 어떤 소재라도 책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은 열려 있다.

젊은 세대의 책 읽기 유행은 과시욕에 따른 것으로 폄하되기도 한다. 하지만 과시욕이라도 책을 접하기만 한다면 진정한 책의 매력에 빠지는 건 시간문제다. 최근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이 아닌 책을 보고 있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지금은 한두 명 정도긴 하지만 더 많은 사람을 볼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다고 믿는다.

맹경환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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