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기의 시시각각] 이재명 없이도 독도는 멀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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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시엔 우승 감독·선수의 뜻밖 고백
우리 모두 그들의 다름을 인정하자
의도적 반일 장사는 다름 아닌 선동
」
일본 고시엔 고교 야구에서 한국계 국제학교 교토국제고가 이뤄낸 우승 드라마는 감동적이었다. 특히 일본에 사는 재일교포들의 감회는 남달랐다. 많은 이가 "그동안 차별에 맞섰던 설움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고 털어놓았다.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로 시작하는 한글 교가를 눈물을 훔치며 따라 불렀다는 지인도 많았다.
이 학교는 원래 재일동포들이 1947년에 만든 민족학교다. 저출산으로 학생 수가 줄면서 일본 학생들을 받아들였다. 학교 이름도 바꿨다. 일본 학생을 끌어들이기 위한 유인책으로 만든 게 야구부, 3개 언어(한국어·일본어·영어) 수업이다. 학교를 둘러싼 이야기는 많은 뉴스가 다뤘기 때문에 추가할 필요도 없겠다.
그런데 사흘 전 일본의 한 야구 전문 매체에 실린 교토국제고 야구부 감독과 선수들의 인터뷰를 읽고 시쳇말로 '헉!' 했다.
먼저 고마키(41) 감독. "지금 교가는 ('교토국제고'로 바뀌기 전의) '교토한국학원' 때의 것이다. (바꾸자고 했는데) 학교 측은 '돈이 없으니 교가를 바꾸지 못한다'고 한다. 이게 말이 되나 싶었다. 교토국제고는 3개 국어 교육을 주창하니 한국어·일본어·영어를 섞어 만들자고, 그게 지금 세대 애들에게는 더 맞다고 제안을 하는데 학교 측이 계속 뭉개고 있다. 난 솔직히 학교(재단)는 싫다. 이거 써도 된다." "난 정말 한국 관련 얘기는 아무것도 모르겠고, 난 (이 학교가) 일본 학교라고 생각하고 있다."
다음은 선수 소감. 엔트리 15명 중 유일하게 한국 국적인 A. "교가를 부를 순 있는데, 무슨 뜻인지 전혀 모른다. 이 학교에 다니니 (한국에) 흥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솔직히 특별한 의식은 없다. 난 야구를 하러 온 것이라서…." 선수 B. "교가를 부를 때 '우리 저격당하는 거 아니야'라며 모두 걱정했다."
동전의 앞면이 있으면 뒷면이 있는 법이라 했던가. 우리 국민 모두 "한국의 경사"라며 열광하고 환호했지만, 정작 우승을 일궈낸 선수들과 감독의 생각은 많이 다른 듯하다. 학교와 감독이 똘똘 뭉쳐 '한국의 승리'를 끌어냈고, 한국계 학교가 우승했으니 당연히 선수들도 한글로 된 교가에 자긍심을 갖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동전 뒷면이 이런지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들의 잘못도 아니고, 비판할 일도 아니다. 생각과 판단의 기준, 첫 출발점부터가 다르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들 입장에선 합당한 주장일 수 있다. 그들은 한국계 국제고라는 지붕 아래서 오롯이 야구를 위해 땀을 흘리는 일본인, 야구인일 뿐이다. 친한도, 반한도 아니다.
정작 문제는 "아, 저거는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지레 단정하고, 자신 멋대로 해석하고, 나아가 그걸 대중에게 강요하는 행동 아닐까. 의도적 오버다.
최근 코로나19 병상에서 '독도 지우기 진상조사단' 구성을 지시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행동이 딱 그렇다고 본다. 그는 지하철역 구내의 15년 지난 독도 조형물을 잠시 치웠다가 독도의 날에 맞춰 리모델링하겠다는 것을 '독도 지우기'라고 했다. 개관 30주년을 맞아 노후화된 전쟁기념관 독도 조형물을 재보수해 다시 설치하려는 것도 그렇다 했다. 오버도 보통 오버가 아니다.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 때 "우물에 독극물을 퍼넣고 있다"고 했던 것의 재판이다. 오염수 괴담 1년 만에 이제는 독도 지우기 선동이다.
심각한 건 교토국제고 감독이나 선수처럼 생각과 판단의 기준이 달라서 그런 주장을 펴는 게 아니란 점이다. 그냥 의도적 억지이며 우기기다. 그래서 더욱 고약하다. 결국은 국민이 그 얕은 술수에 넘어갈 것으로 얕잡아보고 있어서다.
난 이 대표가 독도 지우기 운운하며 일제 샴푸 쓰는 따위를 탓하고 싶진 않다. 그저 좀 관찰과 사고의 시야를 넓혔으면 좋겠다. 언제까지 독도다 뭐다 죄다 끌어들여 반일 장사를 할 수 있겠는가.
어쨌든 분명한 사실, 이 대표 없이도 독도는 멀쩡하다.
김현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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