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서울대·의대, 특목·자사고 나온 강남 출신뿐?
컵에 물이 반쯤 있다. 반밖에 없는 걸까, 반이나 있는 걸까? 같은 상황이지만,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올해 서울대 입학생의 36.3%는 서울 출신이다. 전국 4년제 대학 입학생 중 서울 출신은 16.4%. 서울대 내 서울 출신 비중은 전국 대학 평균의 2배가 넘는 셈이다.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는 영영 끝난 듯한 느낌을 주는 숫자다. 그런데 잠깐, 놓치고 있는 게 있다. 서울대 입학생 10명 중 6명은 서울 외 지역 출신이란 사실이다.
서울대와 의학 계열 대학 재학생 102명을 설문하고, 이 중 20명을 심층 인터뷰하기 전 떠올린 이들의 이미지는 ‘특목·자사고를 졸업한 서울 강남 출신 재수생’이었다. ‘36.3%’에 속한 그룹일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수능 만점자가 이 그룹이었고, 그 전해 만점자 3명 중 1명도 그랬다.
하지만 취재 과정에서 만난 최상위 1% 학생 중 다수는 서울 출신도, 특목·자사고 출신도, 수능을 2번 이상 치른 N수생도 아니었다. 취재팀이 만난 10명 중 6,7명은 서울 외 지역에서 일반고를 나와 수능을 한 번만 치른 학생들이었다. 그제야 ‘36.3%’에 주목하느라 못 본 10명 중 6명이 눈에 들어왔다.
최상위 1% 안엔 특정 그룹이 상대적으로 더 많다. 그러나 이들이 절대적 다수는 아니다. 한데 우리는 상대적으로 많다는 이유로 이들에게 주목한다. 그러다 보니, 양육자들은 아이가 적당한 나이가 되면 서울, 그것도 가능하면 학군지로 이사를 하고, 무리해서라도 특목·자사고에 진학시키려 애를 쓴다. 이게 맞는 걸까?
취재 과정에서 만난 서울대와 의학 계열 대학 재학생들에게선 ‘5살 영어유치원, 6살 사고력 수학, 7살 독서’ 같은 대치동식 로드맵이 보이지 않았다. 재학 중인 대학에 입학한 경로는 제각각이었고, 저마다 각자의 공부법을 갖고 있었다. 기자 6명이 3주간 취재한 결론은 이랬다. ‘길은 하나가 아니다.’
그럼에도 공통점은 있었다. 시기는 달랐지만 성취 경험을 갖고 있었고, 거기서부터 시작된 자기 확신과 회복탄력성도 갖고 있었다. 중요한 건 성취 경험과 자신에 대한 믿음이지 ‘학군지 찍고 특목·자사고’ 같은 로드맵이 아니라는 얘기다.
모두가 서울에, 학군지에 살 수는 없다. 모두가 특목·자사고에 갈 수도 없다. 하지만 성취 경험과 자기 확신, 회복탄력성은 다르다. 누구나 경험할 수 있고, 가질 수 있다. 그렇다면, 무엇을 하기 위해 애쓰는 게 맞을까?
정선언 페어런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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