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의 음식과 약] 간헐적 단식의 양면성
간헐적 단식이 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 연구진이 학술지 ‘네이처’에 8월 21일자로 발표한 내용이다. 그동안 단식이나 단식 모방 다이어트가 암 발생 위험을 낮춰준다는 연구결과가 여럿 발표됐다. 하지만 이들 연구는 주로 단식 중인 상태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단식을 멈추고 다시 음식을 먹으면 어떤 변화가 있는지 살펴보지 않았다. 이번 연구에서는 단식 단계뿐만 아니라 재급식 단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함께 살펴봤다.
연구진은 생쥐 실험을 통해 단식이 양날의 검처럼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단식은 장 줄기세포의 재생력을 강화하여 장이 손상이나 염증으로부터 회복하도록 돕지만, 세포 재생을 촉진하는 과정에서 변이가 생기면 암 유발 위험도 커진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생쥐를 세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24시간 단식 뒤에 72시간 동안 자유롭게 먹을 수 있게, 다른 한 그룹은 24시간 단식 후 24시간 동안 자유롭게 먹을 수 있게 했다. 대조군은 처음부터 제한 없이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비교한 결과, 단식 중일 때는 줄기세포의 재생이 억제되다가 다시 먹기 시작하면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재급식 24시간째에 줄기세포의 증식이 가장 활발했다. 단식하지 않은 생쥐의 줄기세포보다 더 잘 증식했다. 문제는 이렇게 줄기세포의 재생이 활발할 때 암성 변이가 생기면 초기 단계의 종양이 될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가 단식이 건강에 유익하다는 점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동일 연구진이 이전 연구에서 단식이 장 건강에 유익한 영향을 준다는 점을 발견한 바 있다. 24시간 단식 중에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게 되는 과정에서 줄기세포의 재생 기능이 향상된다는 것이다. 연구진의 논평도 단식 뒤 식사를 재개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굶다가 먹는 첫 끼니를 굳이 까맣게 태운 스테이크로 할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다.
이번 연구결과는 동물실험에 의한 것이므로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쥐는 사람보다 대사율이 높고 더 자주 먹어야 한다. 쥐에게 실험한 24시간 단식이 사람에게도 동일한 효과를 낸다고 보기는 어렵다. 참고로 2024년 3월 영국 연구에서 사람에게 단식이 체중 감소 이상의 효과를 내려면 사흘은 굶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그렇게 오래도록 굶지 않아도 된다. 2023년 11월 유럽 영양학 콘퍼런스에서 발표된 다른 연구에서는 하루 중 14시간 굶고 10시간 이내에 식사하는 방식으로도 에너지와 기분을 향상시키고 공복감을 개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상에 좋기만 한 것은 없다. 단식 시간이 길어지면 유익한 효과가 커질지 모르지만 그만큼 위험도 커질 수 있다. 과유불급을 잊지말자.
정재훈 약사·푸드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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