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영의 과학 산책] 기적의 나선
‘소용돌이 은하’(M51a) 사진을 보면 나선 팔의 회오리가 예사롭지 않다. 나선(혹은 와선)은 한 점을 중심으로 회전하면서 중심에서 점점 멀어지는 부드러운 곡선이다. 기원전 3세기 아르키메데스가 이를 처음 연구했는데, 그의 나선은 중심에서 일정한 비율로 멀어진다. 17세기 수학자 야곱 베르누이(1655~1705)도 나선을 연구했다. 그의 나선은 기하급수적으로 변한다. 한쪽은 중심을 향하고 다른 한쪽은 중심에서 멀어진다. 흔히 이를 로그나선이라 부른다. 로그나선은 크기가 커지거나 작아져도 모양이 변하지 않는 자기 유사성을 지니고 있다. 베르누이는 그 숨은 성질에 매료되어 로그나선을 ‘기적의 나선(스피라 미라빌리스)’이라 불렀다.
자기 유사성은 구조의 안정성을 위해 형성되는 패턴이다. 로그나선 모양이 자연에서 자주 발견되는 이유이다. 소용돌이 은하도 그중 하나다. 단백질 접힘과 같은 미시세계에서도 드물게 로그나선 모양이 관찰되기도 한다. 또, 송골매처럼 눈이 머리 옆에 붙어 있는 새들이 땅 위의 먹잇감을 발견하면 로그나선을 그리며 내려가는데, 이는 머리를 틀지 않고 먹잇감을 바라보며 빠르게 날기 위함이다(여기에 등각 원리가 들어있다). 이렇듯 자연에 숨어 있는 수학적 성질을 찾는 것도 호기심 어린 연구일 터, 로그나선 속에서 소리를 찾아낸 이가 있다.
한국인 유명 작곡가 진은숙씨가 2019년에 작곡한 ‘스피라-오케스트라를 위한 콘체르토’를 그해 4월에 LA 필하모닉이 초연하여 큰 갈채를 받았다. 진씨는 이 작품의 영감을 야곱 베르누이의 기적의 나선으로부터 떠올렸다고 했다. 그래서 제목을 스피라로 붙였다고 한다. 이 음악을 감상하면 몹시 신비한 기운이 느껴진다. 어느 순간,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갈 듯한 느낌도 받는다. 중심을 향해 급속히 회전해 들어가는 로그나선을 똑 닮았다.
빅뱅 시대, 태초의 소리가 있었다면 이런 것일까? 경이롭다. 형상에서 소리를 찾아내다니!
이우영 고등과학원 HCMC 석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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