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로 웨이트’ 우크라 선수들 “조국 잊히지 않게 할것”
2024 파리패럴림픽에 출전하는 우크라이나 배구팀 훈련에는 대전차 지뢰 잔해가 필수품이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3년째 이어진 전쟁 와중에 훈련한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 역기 같은 기구는 없었지만 묵직한 원반 형태의 지뢰 잔해가 곳곳에 있었다. 막심 페트렌추크 등 배구선수들은 이 지뢰 잔해를 가져다가 훈련했다. 사실 이들은 현역 군인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우크라이나 배구팀 인터뷰에서 “군인이자 선수인 이들의 투혼이 유독 빛난다”며 “훈련 분위기는 자못 비장했다”고 전했다.
배구팀 막내 제니아 코리네츠(27)는 지난해 전투 도중 다리를 잃었다. 이코노미스트는 “브루스 스프링스틴 노래를 틀어놓고 훈련에 매진하는 그의 표정은 밝았다”고 전했다. 배구팀 최연장자인 아나톨리 안드루센코(60)도 막내인 코리네츠 옆에서 훈련에 매진했다. 프랑스, 핀란드 등 많은 국가가 이들에게 훈련 장소 제공 등 지원을 했다고 한다.
사실 패럴림픽은 상이군인의 재활 등을 목적으로 1948년 시작했다. 우크라이나 패럴림픽위원회 발레리 수슈케비치 위원장은 이코노미스트에 “전쟁 중인 우리가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패럴림픽 정신은 살아난다고 생각한다”며 “전쟁으로 심신을 상한 모두에게 패럴림픽은 희망과 잠재력을 일깨워준다”고 말했다. 배구선수 드미트로 멜니크는 “배구공을 만질 때만큼은 괴로움을 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파리패럴림픽에 출전하는 우크라이나 선수단은 모두 74명. 지난 26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도 이들 중 수영선수 미하일로 세르빈의 투혼을 소개했다. 그는 “우리에겐 목표 두 개 있다”며 “하나는 우리의 기량을 증명하는 것, 다른 하나는 조국의 이름을 세계가 잊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 모두가 패럴림픽 경기장에 등장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배구팀원 중 1명은 전황이 격화하자 얼마 전 부대에 재소집됐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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