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정비구역 지정…속도 내는 목동 재건축 [감평사의 부동산 현장진단]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6단지는 역세권 단지라고 보기는 어렵다. 5호선 오목교역에서는 도보 30분 이상, 9호선 신목동역에서는 도보 20분가량 소요된다. 하지만 이대목동병원까지 도보 2~3분이면 이용 가능한 소위 ‘병세권(대형병원과 가까운 아파트)’ 단지다. 안양천이 가깝고 단지 주변에는 월촌중, 한가람고, 양정중·고와 경인초 등 학교가 모여 있어 입지가 좋은 단지다.
요즘 목동6단지가 주목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목동신시가지1~14단지 중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점이다.
목동신시가지는 대체로 용적률이 낮고 가구당 대지지분이 높은 편이다. 현재 서울에 남아 있는 재건축 단지 중 가장 사업성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아쉬운 점은 사업 속도였다. 대부분 단지가 1980년대 지어져 준공 40년을 바라보지만 사업이 더디게 진행됐다. 하지만 6단지가 최근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목동 재건축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목동6단지에 이어 14단지와 4단지 역시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14단지는 정비계획안을 마련하고 최고 60층, 약 5000가구 대단지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세 번째로 정비계획을 공람한 목동4단지도 최고 49층, 2384가구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1985~1988년 사이 지어진 목동1~14단지에는 현재 약 2만6000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재건축 사업이 마무리되면 5만가구 이상이 거주하는 신도시로 탈바꿈한다. 목동신시가지 재건축 향방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5만가구 미니 신도시로 재탄생
서울시는 지난 7월 ‘목동6단지 재건축 정비계획 수립·정비계획 지정·경관 심의안’을 수정 가결했다. 심의에 따라 현재 최고 20층, 1362가구 규모 목동6단지는 용적률 299.87%를 적용받아 최고 49층 이하의 15개동, 2173가구(공공주택 273가구)로 탈바꿈한다.
서울시 심의 결과에 맞춰 양천구는 올해 8월 목동6단지를 정비구역으로 지정했다. 목동1~14단지 중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현재 목동6단지가 유일하다. 정비구역 지정은 사실상 재건축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을 알리는 절차다.
양천구 측은 ‘공공지원 조합직접설립제도’를 활용해 목동6단지 재건축 사업 속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일반적으로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추진위원회가 조합을 설립한다. 추진위원회에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건축사사무소 등 협력업체를 선정하고 협력업체의 도움을 받아 조합을 설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기서 ‘조합직접설립제도’를 활용하면 예외적으로 공공지원 사업의 경우 추진위원회 구성을 생략할 수 있고 공공으로부터 조합설립을 위한 필요한 비용을 지원받는다.
통상적인 재건축 사업의 경우 정비구역 지정에서 조합설립인가까지 3년 이상 소요된다. 반면 조합직접설립제도를 활용하면 이 기간을 1년에서 1년 6개월 수준으로 단축할 수 있다.
6단지 외 다른 단지 역시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목동14단지는 6단지에 이어 두 번째로 정비계획이 수립됐다. 올해 4월 정비구역 지정 공람 공고를 했으며 이르면 올해 안에 정비구역으로 지정될 것으로 기대된다.
목동14단지는 지하철 2호선 양천구청역이 도보 15분 거리에 위치했다. 1987년 준공해 34개동 3100가구로 구성됐으며 목동 재건축 단지 중 처음으로 초고층 계획안을 공개해 관심을 모았다. 만약 계획대로 사업이 진행되면 목동14단지는 최고 60층 규모, 약 5000가구 대단지가 될 전망이다.
목동6단지와 14단지가 비교적 빠르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다른 단지 역시 사업의 윤곽이 드러나는 모습이다. 우선 목동1~14단지는 지난해 모두 재건축 사업 첫 관문인 안전진단을 통과했다. 이 중 2단지와 5단지 등 상당수 단지는 신탁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르면 연말 안에 몇몇 단지들은 정비구역으로 지정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양천구청 관계자는 “목동6단지 정비구역 지정으로 나머지 13개 단지도 탄력을 받아 연내 서울시에 정비계획 결정을 요청하는 것이 목표”라며 “목동택지개발지구 재건축을 신속하게 이끌어 최첨단 미래 도시 조성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업 속도 내니 연일 신고가
주택 공급 대책에 최고 수혜 지역 꼽혀
정부 규제 완화와 함께 전반적인 재건축 사업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목동신시가지 일대 집값도 들썩이고 있다. 목동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는데도 호가는 계속 오르고 있으며 신고가 거래 사례는 증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목동2단지 전용 152㎡ 2층 매물이 지난 7월 30억원에 거래됐다. 해당 단지에서 30억원대 거래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용 152㎡ 매물은 2021년 27억6000만원에 거래된 바 있으며 지난해 7월 29억5000만원으로 올랐다. 1년이 지난 지금 다시 5000만원 오른 30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부동산 업계는 목동1~3단지가 안고 있던 종상향 문제가 해결되면서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목동1~3단지는 2종일반주거지역으로 분류돼 3종인 다른 단지보다 허용 용적률이 낮았다. 하지만 올해 3월 당초 종상향 조건이던 ‘민간임대주택 20% 공급’을 개방형 녹지 ‘목동 그린웨이 조성’으로 변경하는 안이 통과되면서 종상향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
다른 단지 역시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목동5단지 전용 142㎡는 올해 4월과 6월 각각 34억원, 33억원에 거래됐다. 2단지와 5단지는 파리공원과 일부 상가건물을 끼고 인접한 단지다. 목동신시가지 여러 단지 중 사업성이 좋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30억원 넘는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지하철 5호선 목동역 역세권에 위치해 입지가 가장 좋다는 평가를 받는 목동7단지 역시 중소형 면적을 중심으로 신고가 거래가 계속되고 있다. 7단지 전용 74㎡ 매물은 지난 4월 20억30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기록했다. 지난 7월에는 종전 최고가보다 2000만원 오른 20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또 한 번 경신했다. 이후에도 올해 8월 같은 면적 매물이 20억6500만원, 20억9500만원에 거래되는 등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6단지 역시 전용 95㎡가 올해 4월 21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2021년 7월 종전 최고가인 22억2000만원에 근접한 가격이다. 지금은 해당 면적 매물의 경우 대부분 호가가 24억원 전후로 형성돼 있어 신고가 돌파가 유력해 보인다.
시장에서는 앞으로도 목동 재건축 단지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정부는 최근 발표한 ‘8·8 주택 공급 대책’을 통해 정비사업 절차를 간소화했고 조합설립 동의 요건 역시 완화했다. 정비 업계는 이번 대책으로 재건축 초기(안전진단~조합설립) 단지가 많은 목동신시가지1~14단지가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판단한다.
정부 발표 시기에 맞춰 목동신시가지가 위치한 양천구 아파트 거래량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올해 7월까지 양천구 아파트 거래량은 39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93건)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목동 일대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최소 2년간 실거주 의무가 적용된다. 그럼에도 신고가 거래가 잇따르는 것은 재건축 기대감이 본격적으로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목동6단지와 14단지 외 다른 단지도 올해 연말까지 대부분 사업을 위한 기초 가이드라인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목동신시가지1~14단지는 재건축 사업이 마무리되면 지금보다 2배 이상 가구 수가 늘어나는 만큼 서울은 물론 수도권 전체 부동산 시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4호 (2024.08.28~2024.09.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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