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호선 개통에…구리·다산·별내는 지금
지난 8월 중순 찾은 경기도 구리역사는 평일 낮 시간인데도 지하철을 이용하려는 사람이 제법 눈에 띄었다. 최근 지하철 8호선 연장선인 별내선이 개통하면서 구리역 이용객이 늘어난 덕분이다. 구리역과 구리역에서 세 정거장 떨어진 별내역 주변에 8호선 연장선 개통을 축하하는 내용의 현수막들이 여럿 걸려 있다.
경기 남양주에서 서울 잠실까지 27분이면 도착하는 지하철 8호선 연장선인 ‘별내선’이 개통하면서 외곽지였던 구리·남양주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 서울 강남권 접근성이 좋아지며 역세권 아파트값이 신고가를 경신하는 모습이다.
별내선은 지난 8월 10일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2015년 9월 착공 후 9년 만의 개통이다.
수도권 동북부 지역의 광역교통개선대책의 일환으로 추진된 별내선은 총 연장 12.9㎞로, 별내역(경춘선 환승)부터 시작해 다산역, 동구릉역, 구리역(경의중앙 환승), 장자호수공원역, 암사역사공원역을 거쳐 암사역까지 총 6개 정거장을 연결하는 노선이다. 평일 출퇴근 시간에는 4분 30초마다 한 대씩, 평시에는 8분마다 한 대씩 편성되며 최고 시속 80㎞로 운행된다.
과거 구리시와 남양주 다산신도시는 경의중앙선만 지나던, 변두리 지역이었다. 당시 별내역에서 잠실역까지 이동하려면 버스로 55분가량 걸렸고 자차를 이용해 이동해도 45분은 운전해야 했다. 별내신도시에는 경춘선 별내역과 4호선 별내별가람역이 지나기는 하지만 배차 간격이 20분 안팎이라 이용하기 불편했다. 하지만 이번에 개통한 별내선은 배차 간격이 대폭 줄어든 데다 별내역에서 잠실역까지 27분이면 주파가 가능해지면서 주민 호응이 상당한 분위기다. 꼭 8호선이 아니어도 5호선(천호), 2호선(잠실), 9호선(석촌), 3호선(가락시장), 수인분당선(복정·모란) 등에서 한 번만 환승하면 서울 주요 지역으로 이동하기 편리해졌다.
특히 구리시는 장자호수공원역, 구리역, 동구릉역 등 3개 역이 새로 생기면서 서울 접근성이 더욱 좋아졌다. 구리역에서 출발하면 19분 만에 잠실역에 닿는다. 기존에는 경의중앙선 구리역을 출발하면 2호선 왕십리역에서 환승해 43분가량 걸렸던 이동 시간이 절반 이상 줄어든 셈이다. 구리에서는 약 4만3000명이 서울로 출근하는데, 이들 인구 중 80% 이상이 8호선을 이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서울 노원구 월계동에서 주택을 매도하고 별내신도시로 이사 예정이라는 선 모 씨는 “웬만한 서울 강북권에서도 강남으로 이동하려면 족히 한 시간은 각오해야 하는데, 경기도여도 8호선 노선 근처에 살면 더 빨리 이동 가능해 이사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번 8호선 개통 수혜지로 꼽히는 곳은 크게 경기도 구리시와 별내신도시, 다산신도시다. 별내와 다산은 비교적 새로 조성된 택지지구고, 구리시는 구도심이지만 새로 개통한 별내선 6개 역 가운데 3개 역이 지나게 되면서 재평가받는 모습이다.
장자호수공원 60평대 17억원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구리시 수택동에 위치한 ‘수택금호어울림’ 전용 84㎡는 지난 7월 26일 6억8000만원에 실거래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 아파트 단지에서는 같은 평형 아파트가 2021년 10월 4억8000만원에 팔린 이후 3년 가까이 거래가 뚝 끊겼다. 그러다 올 3월 종전 거래가보다 2억원가량 뛴 6억7300만원에 주인을 찾더니, 지난 7월에는 신고가를 한 차례 더 갈아치웠다.
구리시 인창동에서는 ‘삼보아파트’ 전용 114㎡가 지난 2월 9억75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고 이후에도 9억5000만~9억6500만원에 실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구리역 초역세권인 ‘e편한세상인창어반포레’에서는 지난 7월 말 전용 59㎡가 8억3000만원에 거래되며 직전 최고가(8억5000만원)를 거의 따라잡았다. 이어 8월 초에는 같은 단지 전용 84㎡가 10억3000만원에 실거래됐다가 최근에는 10억5000만~11억원에 매물로 나오고 있다.
장자호수공원역 인근 단지도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수택동 ‘금호베스트빌2차’ 전용 162㎡는 지난 3월 최고가인 17억5000만원(14층)에, 이어 5월에는 17억4000만원(16층)에 손바뀜했다. 수택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별내선 개통을 앞두고 장자호수공원과 맞닿아 있고, 일부 동이나마 한강 조망이 가능한 아파트 매수 문의가 제법 있었다”고 전했다.
구리시의 특징 중 하나는 노후 아파트가 많다는 점이다. 구리시 내 준공 20년 이상 지난 아파트 비율이 65%에 달한다. 경기도에서는 군포, 안양, 동두천에 이어 네 번째로 노후 아파트 비율이 높다.
이런 이유로 구리시 인창동과 수택동 일대에서는 그간 정비사업이 활발히 진행돼왔다. 인창C구역을 재개발하는 ‘구리역롯데캐슬시그니처(2026년 3월 입주 예정)’ 전용 82㎡ 분양권은 최근 최초 분양가(8억6500만원)보다 1억원가량 비싼 9억6992만원(10층)에 거래됐다. 앞서 지난 7월에는 같은 단지 조합원 입주권이 11억9000만원(35층)에 계약서를 쓰기도 했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초 1순위 청약에서 371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2690건의 청약통장이 접수돼 평균 7.25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던 단지다. 당시 녹록지 않았던 시장 분위기에 분양가가 비교적 높게 책정됐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조기 완판에 성공했다. ‘구리역롯데캐슬시그니처’는 지하 6층~지상 최고 42층, 11개동, 전용면적 34~101㎡, 총 1180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지난 5월 입주한 ‘힐스테이트구리역(수택1지구 재개발)’도 성공적으로 분양을 한 사례다. 지난해 3월 1순위 해당 지역 청약 접수를 받은 힐스테이트구리역은 132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1967개 청약통장이 몰리며 평균 14.9 대 1 경쟁률로 전 주택형이 마감된 바 있다. 이 아파트는 최초 분양 당시 전용 84㎡ 일반분양가가 7억9200만원 선이었는데, 최근에는 10억1000만원에 매물로 올라왔다. 이외에도 2021년 7월 준공한 수택동 ‘한양수자인구리역(수택지구 재건축)’, 2020년 8월 입주한 e편한세상인창어반포레 등이 무사히 분양을 마쳤다.
이외에 수택동과 접한 토평2지구도 개발 호재 지역 중 한 곳이다. 토평2지구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290만여㎡에 공동주택, 시민 편의시설 등을 지을 예정이다.
남양주시 다산신도시는 구리보다는 서울과 떨어져 있지만 집값 흐름은 비슷하다. 다산동 ‘다산자이아이비플레이스’ 전용 104㎡는 앞서 지난 6월 말 12억4000만원(33층)에 팔렸다가 한 달도 채 안 된 지난 7월 13일 12억5000만원(36층)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다산e편한세상자이아파트’ 전용 84㎡는 올 8월 들어 층·향에 따라 8억6000만~9억800만원에 잇따라 매매 거래가 이뤄졌다. ‘다산롯데캐슬’ 전용 84㎡도 지난 3월 7억9000만원에서 지난 7월 8억4800만원에 거래되는 등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현지 중개업계에 따르면 별내신도시 집값은 다소 온도 차를 보인다. 별내동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다산역 주변은 호가도 높아졌다는데 별내역 인근은 비교적 잠잠하다”며 “별내역 일대가 상업구역이라 최근 인기가 시들한 오피스텔이나 생활형숙박시설이 많다 보니 집값 상승에 제한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경기 평균보다 상승 주춤해
별내선 수혜지로 꼽히는 구리, 남양주 다산 집값이 앞으로도 강세를 이어갈까.
현지 중개업계에서는 서울에 직장을 뒀지만 높은 서울 아파트값 탓에 타 지역으로 이주하는 젊은 실수요층 문의가 많다고 전한다. 다산동 C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서울 아파트값이 전반적으로 크게 하락한 지난해에도 다산동 집값은 비교적 하방선을 잘 유지했다”며 “집주인들이 가격을 높여 부르고 있지만, 8호선 호재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선반영돼온 만큼 비교적 완만하게 오르는 분위기”라고 들려준다.
달아오른 분위기는 통계로도 나타난다. 직방이 국토교통부 아파트 매매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7월 구리시 내 상승 거래 비중은 51.8%를 기록했다. 구리에서 아파트가 사고팔릴 때 가격이 오른 경우가 절반 이상이라는 의미다. 경기 지역 상승 거래 비중이 평균 46%였던 점을 감안하면 구리시 아파트값 상승세가 좀 더 강한 모습이다. 같은 기간 대구·대전·부산·세종·울산 같은 지방 대도시에서는 상승 거래 비중이 절반을 넘긴 자치구는 한 곳도 없었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실 랩장은 “탈서울 수요층은 서울과의 접근성과 호재를 주로 보고 움직인다”며 “구리시와 다산신도시는 별내선 역세권을 중심으로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 상승 거래는 앞으로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반면 이미 시세에 호재가 선반영됐다고 보는 시각도 만만찮다. 다산동 D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지하철 개통 호재가 있으니 집주인은 매도 호가를 내릴 생각이 없고, 투자자는 호재가 선반영됐다고 본다”며 “시각차가 크기 때문에 추격 매수가 이뤄지진 않고 있다”고 말했다.
통계를 들어 구리, 남양주 집값이 다른 지역 대비 크게 올랐다고 보기 힘들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7월 구리시와 남양주시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달 대비 각각 0.14%씩 올랐다. 매매 가격이 상승했다고는 하지만 경기도 전체 평균(0.29%)보다는 적은 폭으로 올랐고, 서울 평균 상승률(1.19%)에도 한참 못 미친다. 남양주시 아파트 매매 가격은 그간 줄곧 하락세였다가 별내선 개통을 코앞에 둔 7월 첫째 주 들어서야 상승세로 돌아섰다.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4호 (2024.08.28~2024.09.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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