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발견하면 생존율 뚝 떨어지는 요로상피암… ‘이런 소변’ 보면 검사를

이슬비 기자 2024. 8. 2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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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똑똑 스케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리 몸의 액체 노폐물인 '소변'은 생산·배출될 때, 점막 세포인 '요로상피세포'와 직접 접촉한다. 이곳에 생긴 암을 '요로상피암'이라고 부른다. 이 분야는 최근까지 '항암 신약의 불모지'로 불렸다. 요로상피암에서 원격 전이된 암은 빠르고 공격적이라, 전이 후 진단받은 환자의 5년 생존율은 5%로 매우 낮은 편이다. 그럼에도 30년간 1차 표준 치료 옵션은 항암화학요법이 유일했다. 지난달 25일 드디어 새로운 1차 치료 옵션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신약이 국내 허가됐다. 효과도 강력하다. 기존 치료 대비 전체 생존 기간과 무진행 생존 기간을 모두 약 두 배 증가시켰다.

요로상피암 환자들의 궁금증 해결하기 위해 헬스조선은 지난 23일 '명의가 알려주는 요로상피암의 모든 것'이라는 주제로, 건강콘서트 '건강똑똑'을 개최했다. 한국신장암환우회와 공동으로 주최했다. 이대목동병원 혈액종양내과 조정민 교수가 요로상피암의 증상부터 원인, 단계별 치료법, 환자의 건강 관리법까지 자세하게 강의했다. 이후 기자의 사회로 환우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청중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토크쇼가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120명이 넘는 청중이 참여했다.

◇요로상피암, 진행될수록 생존율 '뚝뚝' 떨어져
이대목동병원 혈액종양내과 조정민 교수가 강의하고 있다.​/사진=신지호 기자
모든 암에서 조기 진단이 중요하지만, 요로상피암은 암 중에서도 특히 조기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악화할수록 생존율이 급격하게 감소하기 때문이다. 요로상피암을 다른 말로 '이행상피세포암'이라고도 하는데, 이행상피란 여러 겹으로 쌓인 상피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것을 말한다. 이런 특징 때문에 가장 겉에 있는 점막 세포에 암이 생긴 표재성 비근침윤성 암(1단계)에서 시작해, 근육·지방층까지 암이 침범하는 근침윤성 암(2단계)으로 진행한다. 여기서 방치하면 전이성 요로상피암(3단계)으로 악화한다. 한 단계 올라갈 때마다 생존율은 크게 떨어진다. 1단계 5년 생존율은 70~96%에 달하지만 2단계는 36%, 3단계는 5%밖에 안 된다.
요로상피암 의심 증상 대부분이 방광과 관련된다. 요로상피암은 하부 요로인 방광에서 90~95% 발생하기 때문이다. 5~10%는 상부요로인 신우와 요관에서 발생한다. 놓치면 안 되는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통증이 없는 간장색, 선홍색 혈뇨 ▲빈뇨 ▲배뇨 시 통증 ▲절박성 요실금 등이 있다. 암이 진행되면 체중 감소, 옆구리 통증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조정민 교수는 "요로상피암은 55세 이상부터 환자 수가 많이 증가하고, 70대에 가장 많다"며 "특히 흡연 시 발병 위험이 2~3배 증가하므로 주의해야 하고, 이 외 위험 요인으로는 각종 화학약품 노출, 가족력, 감염, 방광 결석 등이 있다"고 했다. 남성 환자가 여성 환자보다 네 배 더 많고, 내부 압력이 암 이행 정도를 결정하므로 소변을 참는 행동은 삼가는 게 좋다.
사진=신지호 기자
◇최근 나온 신약으로 생존율 두 배 증가해
요로상피암 진단은 소변 검사가 기본 검사다. 소변에 혈액이나 염증이 있는지 확인한다. 요로상피암이 의심되면 현미경으로 소변에 암세포가 떨어져 나와 있는지 확인하고, 방광 안에 내시경을 넣어 방광 내부를 확인한다. 간혹 CT 등 추가 영상 검사를 하기도 한다. 조정민 교수는 "표재성 비근침윤성 방광암이면 요도에 기구를 넣어 종양을 긁어내는 경요도적 방광종양절제술을 하고, 근침윤성 방광암이면 방광을 제거하는 수술을 진행한다"며 "전이성 요로상피암일 땐 일단 화학항암요법을 진행한다"고 했다.
화학항암요법은 전이성 요로상피암 환자뿐 아니라 근침윤성 방광암 환자도 받는다. 방광암은 수술 전 선행항암치료가 표준 치료이기 때문이다. 근침범성 방광암은 수술만 받았을 때 2년 이내 재발할 우려가 50%까지 보고됐다. 그중 70%가 다른 기관에서 암이 재발했다. 조정민 교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암세포가 남아 재발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수술 전 선행항암치료를 하면 미세전이를 조절해 재발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수술만 했을 때보다 백금기반항암제를 3~6차 이후 수술했더니 예후가 더 좋은 것으로 드러났다. 환자 생명도 연장됐다.
사진=헬스조선 DB
1차 화학항암요법은 크게 두 가지, 백금기반 화학요법과 탁산계 화학요법으로 나뉜다. 백금기반 화학요법이 현재 표준 치료다. DNA에 결합해 구조 손상을 줘, 종양 세포의 분열·증식을 방해한다. 주로 병용요법으로 사용되는데, 시스플라틴·카보플라틴 등의 약물이 활용된다. 탁센계 화학요법은 세포의 미세소관 작용을 억제해 세포 분열을 방해하는 원리로 작용한다. 조정민 교수는 "먼저 1차 치료로 콩팥 기능이 양호하고 신체 수행 능력이 양호하면 예후가 가장 좋은 시스플라틴을 선택하고, 부적합 환자는 카보플라틴을 선택해 사용한다"며 "콩팥 기능이 매우 불량해 백금 요법을 사용할 수 없을 때 탁센계 화학요법 등 다른 방법을 활용하게 된다"고 했다. 면역항암제, 표적항암제 등도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왼쪽부터)헬스조선 이슬비 기자, 이대목동병원 혈액종양내과 조정민 교수, 조정민 교수 환자 이소정씨./사진=신지호 기자
최근 가장 강력한 1차 치료 옵션으로 엔포투맙베도틴과 펨브롤리주맙을 병용해 사용하는 방법이 국내 승인됐다. 전체 생존 기간 중앙값이 백금기반 화학요법(16.1개월)보다 약 두 배 높은 31.5개월로 확인됐고, 무진행 생존 기간도 기존 6.3개월에서 12.5개월로 연장됐다. 조정민 교수는 "2배나 생존 기간이 개선된 건 임상에서 잘 나타나지 않는 엄청난 개선 효과다"라며 "국내 요로상피암 환자들의 생존율 개선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암 극복 환자 "삶의 의지 잃지 않는 게 가장 중요"
토크쇼에선 환우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요로상피암 투병 끝에 완치 판정을 받은 김한철(제주특별시, 62)씨는 편지로 "2018년 초, 요로상피암 3기 진단을 받았고, 인공방광수술을 받았지만 1년도 지나지 않아 폐에 전이가 발견됐다"며 "면역항암제로 항암치료를 했으나 다시 대동맥 림프절로 전이가 이어졌다"고 했다. 이어 "신약 임상 연구에 참여했고, 감사하게도 약이 잘 맞아 6개월 만에 암이 사라지는 놀라운 결과를 얻었다"며 "여러분도 암을 이겨낼 수 있으므로 희망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현재 항암치료를 진행 중인 환우 이소정 씨는 직접 토크쇼에 참여해 자기 이야기를 공유했다. 이소정 씨는 "2012년 요로상피암을 진단받고 지금까지 15번을 넘는 수술을 받았다"며 "다행히 이번 신약이 잘 맞아 투여 3개월 만에 전이된 부위에서 종양이 사라졌다"고 했다. 이어 "죽는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삶의 의지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건강똑똑에서 한 청중이 질문을 하고 있다./사진=신지호 기자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Q&A 시간에는 생활 습관과 관련한 질문이 가장 많이 나왔다. 조정민 교수는 "식사는 소량씩 자주 섭취하고, 수영, 자전거, 스키 등 운동과 취미 생활은 물론 여행도 가능하다"며 "다만 금연만큼은 정말 중요하다"고 했다. 이 외에도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섭취해야 하고, 배뇨 기관의 감염을 피하려면 충분한 수분 섭취가 필요하다. 하루 1~1.5L 섭취하는 게 좋다. 항암 치료 중 구토로 식사를 어려워하는 환자가 많은데, 토스트, 크래커, 누룽지 등 건조한 음식과 레몬, 피클 등 신맛이 나는 음식이 구토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구토 후에는 탈수가 생기지 않도록 음료, 과일주스, 탄산음료, 푸딩 등 수분을 많이 함유한 음식을 섭취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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