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의 지옥' 금강, 새들의 천국으로 변한 까닭
지난 8월 6일은 '세종보 재가동 중단'을 요구하며 천막농성을 진행한지 100일 째 되는 날이다. <오마이뉴스>는 '세종보 천막농성' 100일을 맞아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과 함께 '4대강 청문회를 열자'는 기획을 마련했다. 이번 글은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썼다. <편집자말>
[이경호 기자]
"그깟 새 한 마리 때문에..."
20년 동안 환경운동을 하면서 수도 없이 들은 말이다. 먹고 살기도 바쁜데, 그깟 새 한 마리가 뭐 그리 중요하냐는 타박이었다. 하지만 세종보 100여 일 동안의 천막농성 소회를 한 마디로 말한다면, 새들이 찾지 않는 곳에서는 인간도 살 수 없다는 깨달음이었다. 정치인들이 그토록 강조하는 지역 경제도 죽은 강에선 살릴 수 없다는 확신이었다. '그깟 새 한 마리'가 소중한 까닭이다.
[농성장의 새들] 모래밭과 자갈밭에서 산란을 하는 새들
▲ 농성장 건너편 하중도에서 포란중인 흰목물떼새 |
ⓒ 김병기 |
▲ 농성장에서 번식을 마친 박새(좌)어미새 (우)박새새끼 |
ⓒ 이경호 |
▲ 농성장 작은 웅덩이에 매일 찾아오는 물총새 수컷 |
ⓒ 임도훈 |
▲ 농성장에서 새끼를 키워내고 있는 꾀꼬리(좌하)꾀꼬리어미새 (우2개체)꾀꼬리새끼=연둥이 |
ⓒ 이경호 |
▲ 농성장에서 비행하는 새오리기 |
ⓒ 임도훈 |
지난 100여일간 농성장을 지키면서 눈으로 확인한 새의 종류를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민물가마우지, 노랑발갈매기, 원앙,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왜가리, 중대백로, 쇠백로, 검은댕기해오라기, 물총새, 흰목물떼새, 흰물떼새, 깝짝도요, 삑삑도요, 알락할미새, 검은등할미새가, 제비, 꾀꼬리, 뻐꾸기, 박새, 붉은머리오목눈이, 쇠박새, 딱새, 칡때까치, 때까치, 파랑새, 참새, 꿩, 큰부리까마귀, 후투티, 까치, 물까치, 멧비둘기, 새호리기, 황조롱이, 방울새...
텃새와 여름철새만 36종이나 확인된 것을 보면 종 다양성이 풍부한 곳이다. 이 정도면 새들에게는 천국과 같은 곳이다. 왜일까.
[세종보 상류 겨울 철새] 수문개방 후 2배로 늘어나
▲ 세종보 상류 조류 개체수 변화상-대전환경운동연합 |
ⓒ 대전환경운동연합 |
▲ 세종보 조류조사 - 종변화 |
ⓒ 대전환경운동연합 |
▲ 4대강 보개방 모니터링 종합 분석보고서 22년 5월 |
ⓒ 환경부 |
▲ 4대강 보개방 모니터링 종합 분석보고서 22년 5월 |
ⓒ 환경부 |
이렇듯 강의 지형 변화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이게 바로 인류가 그간 확인한 자연 과학이다. 하지만 MB는 4대강의 수심을 6m로 파면서 '철새가 찾아오는 강'을 만들겠다고 홍보했었다. 이런 주장이 사기이자 언어도단이었다는 것을 수문을 개방한 뒤, 금강에 날아드는 새들이 직접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 세종보 수문을 닫으려고 하는 환경부도 이 사실을 잘 파악하고 있다. 환경부가 2022년 5월에 발표한 4대강 보 개방 모니터링 종합분석보고서에 따르면 "(보 수문) 완전 개방 후 수위 저하로 발생한 수변 서식 공간 증가(모래톱, 하중도 등) 및 서식공간 다양화로 금강 보 구간의 물새류 출현 종수는 전반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면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 장기간 완전개방한 공주보에서 연도별 출현한 물새류 총 종수는 '18년 15종(6개월 조사)에서, '19년 23종, '20년 34종, '21년 39종으로 점점 증가하는 경향을 보임
- '20년 5월 이후 지속해서 개방한 백제보에서 연도별 출현한 물새류 총 종수는 '18년 21종(6개월 조사), '19년 24종, '20년 32종, '21년 29종으로, 보 개방 이후 30종 내외의 물새류 종이 관찰됨"
▲ 4대강 보개방 모니터링 종합 분석보고서 22년 5월 |
ⓒ 환경부 |
▲ 4대강 보개방 모니터링 종합 분석보고서 22년 5월-조류변화상 분석자료 |
ⓒ 환경부 |
[세종보 다시 닫힌다면] 조류 절반 이상 감소... 인간은?
하지만 세종보 농성장을 지키며 확인한 건 세종보 수문이 개방된 뒤 새들만 돌아온 건 아니라는 점이다. 세종보에 담수를 했을 때만 해도 이곳 세종보 농성장은 접근금지의 땅이었다.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악취와 녹조 때문만이 아니라 실제 수위가 2~3m 높아져서 강변에 접근할 수조차 없었다. 곳곳에는 접근금지 팻말이 서 있었다.
▲ 물수제비를 뜨는 모습 |
ⓒ 시민행동 |
▲ 농성장에서 물놀이 하는 가족 |
ⓒ 이경호 |
4대강 사업을 통해 친수공간을 늘이면 '녹색 뉴딜', '녹색 르네상스'가 될 것이라고 장밋빛 청사진을 내걸었던 정치인들이 있다. 대대손손 누려왔던 강변의 친수공간을 수장시키고, 그 위에 수조원을 들여서 조성한 금강변의 1백여 개가 넘는 강변 공원은 아무도 찾지 않는 '유령 공원'이 된 지 오래다. 이 와중에 혈세로 토건 재벌들만 배를 불렸다. 이런 악순환을 대놓고 반복하겠다는 것이 윤석열 정부의 환경부다.
▲ 돌탑위에 알락할미새 |
ⓒ 이경호 |
국회에서 4대강 청문회가 열린다면 '그깟 새 한 마리'의 의미를 반드시 짚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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