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의대증원 유예 또 언급…"당이 민심 전해야" 마이웨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8일 오전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의대 증원 계획 등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국회 당 대표실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의 임무는 국민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게 최우선이다. 어떤 것이 정답인지 그것만 생각하면 될 것 같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8일 의대 정원 증원 이슈를 둘러싼 당정 갈등 조짐을 묻는 취재진에게 한 말이다. 한 대표는 “당이 민심에 맞는 의견을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당 대표실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과 만나 의정 갈등 해소 방안을 논의했다. 복수 참석자에 따르면 한 대표는 25일 고위당정 협의회 뒤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2026년도 의대 정원 증원 유예를 제안한 것에 대해 “2025년도 증원은 현 입시 문제와 직결돼 무효로 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여당이 먼저 진정성을 보여야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복지위 여당 간사인 김미애 의원은 “당정 갈등 비화로 비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우려하는 참석자도 있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은 정부가 거절한 2026년도 유예안을 한 대표가 거듭 거론하자 “의도적으로 당정 이견을 노출하는 것 같다”는 불쾌감을 드러냈고, 30일로 예정됐던 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도 추석 뒤로 미뤘다. 이런데도 한 대표가 의료 문제의 심각성을 거듭 강조하며 국가의 의무를 거론하자 “용산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마이웨이’를 걷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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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왜 의정갈등 뛰어들었나

윤석열 대통령(가운데)이 2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문화미래리포트2024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인사한 뒤 행사장을 떠나고 있다. 왼쪽은 오세훈 서울시장. 연합뉴스

한 대표가 의정 갈등에 뛰어든 것에 대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추석 전까지 어떤 식으로든 해소책을 내놓지 못하면 정부·여당이 공멸할 것이란 위기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 대표가 주장한 유예안이 꽉 막힌 의정 갈등에서 정부가 유턴할 명분을 마련해줬다는 주장도 있다. 한 친한계 의원은 “당정 이견이 드러난 부작용은 있지만, 크게 보면 여당이 매를 감수하고 정부의 출구 전략을 대신 짜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대표가 의정 갈등 중재자를 자처해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포석이란 해석도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 민생 중재자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린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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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왜 지금 나섰나

28일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응급의료센터로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뉴스1

한 대표가 의정 갈등에 뛰어든 시점도 주목받고 있다. 여당 관계자에 따르면 한 대표는 지난달 30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의정 갈등 관련 업무보고를 받는 등 취임 직후부터 이 문제에 관심이 컸다고 한다. 의사 출신 여당 의원들에게는 “의료계와 여당의 대화 채널이 완전히 끊기지 않게 수시로 소통해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물밑 행보에 가까웠다. 의료 개혁에 대한 정부 입장이 워낙 확고해 공간이 작았고, 당시 친한계 일각에서도 “정부가 대책 마련을 부심하는데, 여당이 엇박자를 내는 것은 모양이 좋지 않다”는 의견이 나왔다.

분위기가 달라진 건 “추석을 기점으로 의료 공백 사태가 폭발할 수 있다”는 보고가 집중된 뒤라고 한다. 친한계 핵심 관계자는 “대전에서 응급실을 찾다가 거절당해 전북 지역까지 넘어가 위급 상황을 넘긴 주민의 ‘응급실 뺑뺑이’ 사연을 접한 한 대표가 ‘정말 심각한 문제’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여기에 한 대표는 최근 주변에 29일로 예고된 보건의료노조 총파업을 거론하며 “전공의에 이어 간호사까지 이탈하면 국민 피해는 걷잡을 수 없다”고 우려를 드러냈다고 한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일련의 위급 상황이 당정 이견 노출을 무릅쓰고 한 대표가 목소리를 낸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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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용산 밀치고 대표만 부각” 내부 불만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자본시장 관계자와의 현장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여당 내부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한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여당 대표가 정부 측에 다양한 의견을 전할 순 있지만, 언론에 노출하는 방식이 잘못됐다”며 “이견이 있더라도 조율해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드는 게 정치”라고 지적했다.

영남 지역 비한계 의원은 “한 대표가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 반대 등 국민적 관심이 쏠린 사안만 골라 용산을 밀치고 자신을 부각한 게 벌써 몇 번째냐”라며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당정 신뢰는 완전히 끊길 것”이라고 비판했다.

손국희ㆍ이창훈 기자 9ke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