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현대차… 전기차도 수소도 "반드시 될 것"
전기차 목표 유지… 하이브리드·EREV로 대응
수소 투자 지속… 공격 투자 '가동'
현대자동차가 시장에서 관망하거나 말리는 길을 가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1년에 한번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사업 전략을 발표하는 인베스터데이에서다. 언젠가 다가올 대중화 시대를 미리 대비해 향후 전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야망에서다.
글로벌 전기차 전환 속도가 예상보다 느리지만 2030년까지 200만대를 팔겠다는 목표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하이브리드와 EREV(Extended Range Electrified Vehicle)로 캐즘을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관심도가 낮아진 수소 사업 역시 향후 전기차만큼 대중화될 것이라는 확신에 수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28일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개최된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전동화 시대의 현대차는 대중 브랜드뿐 아니라 럭셔리 및 고성능 모델까지 모든 전기차 라인업을 가장 빠르게 선보인 독보적인 기업"이라며 "과거부터 축적해온 최고 수준의 기술과 혁신을 위한 도전, 이러한 강점을 기반으로 현대차는 계속해 앞으로 다가올 전동화 시대를 대비하고, 전기차 시장을 리딩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현대차 발표의 핵심은 결국 전기차 전략을 수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올해와 전기차 시장 분위기가 달랐던 지난해 CEO 인베스터데이 당시 세웠던 '2030년까지 전기차 200만대 목표'를 올해도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음에도 지난해보다 올해 발표한 투자액은 무려 20조나 늘었다. 현대차는 올해부터 오는 2033년까지 10년간 총 120조 5000억원을 투자하는데, 이는 지난해 발표했던 10년간(2023~2032년) 투자액 109조 4000억원 대비 10.1% 늘어난 금액이다. 이 중 무려 30%가 전동화 관련 투자다.
현대차는 '전기차 200만대' 목표를 지키기 위한 방안으로 '하이브리드 다각화'를 택했다. 최근 3년간 수익성을 크게 증대시켜준 하이브리드차 기술 TMED를 '차세대 하이브리드'인 TMED-Ⅱ로 고도화해 내년 초부터 양산차에 적용한다. 기존 시스템과 동등한 수준의 원가를 유지하면서도 성능과 효율을 향상시켜 출력 및 연비 면에서 경쟁사 시스템 대비 우위를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하이브리드 인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판단에 'EREV'라는 또다른 하이브리드차 역시 2027년 출시를 계획 중이다. EREV는 내연기관과 전기차의 장점을 각각 적용한 신개념 차량으로, 완충 시 9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하게 하는 등의 장점을 통해 전동화 전환으로 가는 가교 역할로서 개발되고 있다.
장 사장은 "EREV는 EV에 가장 가까우면서도 EV의 걱정을 가장 줄여줄 수 있다. 주유와 충전을 동시에 하기 때문에 거리와 충전의 불편함을 떨칠수가있다"며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배터리의 사용량도 (전기차에 비해) 30% 수준이다. 경쟁력을 갖고 있고, 충분한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존 하이브리드차의 인기가 많은 데도 불구하고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EREV 등을 추가로 개발한 것은 수익성에 큰 보탬이 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존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차를 양산하며 개발된 수많은 기술과 데이터를 활용하는 만큼, 개발에 큰 돈이 들지 않으면서 큰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승조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 전무는 "지속적인 원가 개선 노력, 상품성 개선을 통해 전기차 수익성개선, EV와 EREV 모두 평균수익성까지 수익성을 끌어올리며 2027년엔 9-10%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목표로 하고있다"며 "장기화 우려가 있는 캐즘기간에도 수익성은 오히려 향상시키고, 파워트레인별 수익성과 영업이익률 모두 개선하고자한다"고 말했다.
하이브리드차를 중심으로 한 고수익 구조를 만들기 위해 기존 하이브리드차가 없었던 차종에 대거 하이브리드를 제공한다. 그간 준중형 및 중형 차급 중심으로 적용됐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소형, 대형, 럭셔리 차급까지, 기존 7차종에서 14차종으로 확대한다. 특히 제네시스의 경우 전기차 전용 모델을 제외한 전 차종에 하이브리드 옵션을 제공하기로 했다.
특히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의 전기차 생산량도 적극 조절한다. 당초 전기차 전용공장으로 지어져 올해 10월 말 완공되는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는 전기차 뿐 아니라 하이브리드 차도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호세 무뇨스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미국 조지아 공장은 애초에 전기차 전용공장으로 예상됐었다. 하지만 시장 트렌드를 보니 하이브리드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고, 좀 더 유연하게 대응하기로했다"며 "공장 일부분을 수정하면 생산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유연한 해결책을 아주 작은 투자로서 가능케했다"고 말했다.
전기차 만큼이나 시장이 적극적이지 않은 '수소 사업'과 관련해서도 의지를 드러냈다. 현대차는 수소 에너지 기술과 사업 역량을 강화하는 ‘에너지 모빌라이저’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5조7000억원을 투자한다. 올해 1월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서 처음 발표한 수소 사회 밸류체인을 구체화하고, 한 번 더 강조한 것이다.
특히 수소사업은 승용 보다 상용 시장에서 빨리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또 자동차 뿐 아니라 다양한 이동수단에 쓰일 수 있는 수소연료전지를 개발해 전세계 수소연료전지 시장에서 미리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장 사장은 "다음 넥쏘가 나오는 게 내년 5월이지만 사실은 이제 퓨얼셀 시스템,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진화 발전한다는 부분이 더 중요하다"며 "얼마만큼 수소 연료전지 애플리케이션을 많이 가져가느냐. 차뿐만 아니라 지게차, 산업용 전지, 산업용 발전기 이런 부분까지 볼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그 부분을 확대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현대차가 투자자들을 모아놓고 발표한 내용은 결국 시장에서 관망하는 사업들에 투자를 가속화하겠다는 것이다. 글로벌 주요 브랜드들의 뒤를 밟으며 어렵게 성장해온 역사가 있었던 만큼,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차 시대에는 레거시 브랜드를 압도하고 '탑티어'로 올라서겠다는 야망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 사장은 "(수소차가) 언제 실현되냐는 우려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동화, 배터리와 달리 수소는 광물자원에서 벗어난 독립자원이라 생각한다"며 "30년전 배터리 전기차가 처음 나왔을때와 같은 문제라고 본다. 원가가 안맞고, 충전을 어디서 하냐고 했지만 지금은 대세가 됐다. 우리가 해야하고, 우리나라가 가장 잘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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