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껏 꾸미고 목욕탕 가는 르세라핌…Z세대 '노맥락'에 빠졌다
"Z세대, 지루한 건 사절…현실성 없더라도 재미 추구"
'최강야구'·'솔로지옥', 예능도 덕질하는 시대
걸그룹 르세라핌이 한껏 옷을 꾸며 입고 대중목욕탕 좌식 플라스틱 의자에 나란히 앉아 독서를 한다. 또 다른 영상에선 번개를 조명 삼아 런웨이를 펼치고 춤을 춘다. 르세라핌을 지켜보던 동네 주민들도 합세해 번개 치는 타이밍에 맞춰 포즈를 취한다.
30일 발매되는 르세라핌의 미니 4집 ‘크레이지’의 컴백 티저다. 이 구성 안에는 Z세대(만 15~29세)가 좋아하는 요소가 다 들어있다. 생뚱맞고 스토리 개연성이 없더라도 재미있으면 보고, 현실과 판타지를 오가는 신비로운 분위기를 좋아하며, 타인의 반응을 살피고 함께 행동하는 것이 Z세대의 특징이다.
중앙그룹은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 국제방송영상마켓(BCWW)’의 콘퍼런스에서 Z세대의 콘텐트 이용 실태를 이같이 설명했다.
콘퍼런스에서 발제한 ‘젠지(Gen Z, Z세대) 콘텐트 이용 트렌드 연구’는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과 함께 전국 15~69세 약 151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중앙그룹 커뮤니케이션 담당 조성진 상무는 “Z세대에 관련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조사가 이뤄졌지만, 콘텐트 이용 행태만 깊이 있게 분석한 사례는 처음”이라고 이번 연구에 의미를 부여했다.
Z세대는 프리즘(PRISM)
이날 발제자로 나선 콘진원 콘텐츠산업정책연구센터의 김인애 선임연구원은 Z세대 콘텐트 소비 특징이 ‘프리즘(PRISM)’이라는 키워드로 요약된다고 설명했다. '프리즘'은 다섯 가지 특징의 영문 앞 글자를 딴 키워드다.
이에 따르면 Z세대는 맥락보다 재미를 선호하는 성향(Paradox of context)이 있고, 현실과 판타지가 융합(Reality-Fantasy Fusion)된 콘텐트를 즐긴다. 아울러 자신이 본 콘텐트에 대한 타인의 반응을 검색(Interactive emotional exploration)하고, 콘텐트를 핵심만 빠르게 소비(Speedy consumption)하며, 인공지능(AI) 관련 콘텐트에 친숙하면서도 부정적(Mixed views on AI)이다.
틱톡에서 유행한 ‘꽁냥이 챌린지’·'마라탕후루 챌린지', 판타지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tvN)·'낮과 밤이 다른 그녀'(JTBC), 영화 관람 후 심박수를 인증하는 챌린지로 입소문을 냈던 영화 ‘서울의 봄’ 등 Z세대가 선호한 콘텐트에 이같은 요소들이 녹아 들어있다는 설명이다.
시성비를 중시하는 Z세대의 성향은 뉴스를 볼 때도 마찬가지다. 핵심만 이해하기 쉬운 짧은 뉴스를 선호하며, 유튜브 뉴스를 이용하는 Z세대의 43%가 숏츠로 유튜브 뉴스를 이용한다고 언급했다.
Z세대는 AI에 대해선 모순적 면모를 보인다. 김 선임연구원은 "Z세대는 AI에 대해 친숙함을 느껴 알고리즘을 신뢰하고 적극 활용하지만, AI 콘텐트에 대해선 전 연령대 대비 가장 부정적이고 AI 활용에 대해 낮은 기대를 드러냈다"고 밝혔다.
수시로 공감과 소통
Z세대의 가장 큰 특징은 콘텐트 소비 전반에서 공감과 소통의 욕구가 크다는 점이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콘텐트 시청 후 다른 사람의 반응을 궁금해 하지 않은 반면, Z세대는 시청 후에도 타인의 반응을 살핀다.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트를 남들과 공유하고, 소통하는 것을 즐긴다.
이어진 발제에서 JTBC 예능 스튜디오 SAY의 황오영 콘텐츠사업국장은 “Z세대의 소통은 ‘덕질’이라는 적극적인 표현 방식으로 이어진다”며 "최근 화제성 높은 예능 '최강야구'·'연애남매'(이상 JTBC), 넷플릭스 '솔로지옥'은 팬덤을 제작에 활용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강야구'는 탄탄한 팬덤을 바탕으로 JTBC와 티빙에서 방영하다가, 글로벌 플랫폼인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로 채널을 넓혔다. 또 일본 방송사와 포맷 계약을 체결하고, 동남아에서도 현지 제작사와 협업해 현지판 제작을 준비 중에 있다.
황 국장은 “콘텐트 소비가 파편화·개인화되고 있는 가운데, 참여 가능한 팬덤을 형성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장기적인 성공과 영향력 확대에 매우 중요하다”면서 “앞으로 예능 제작자들은 팬덤을 잘 모을 수 있는 소재를 찾고, 출연자에게 캐릭터를 부여하는 등의 다양한 전략들을 구사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지영 기자 hwang.jee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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