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사라진 국회 본회의…간호법·구하라법 등 28개法 처리

윤지원 2024. 8. 28.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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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사들의 공백을 메우고 있는 1만 6000여명의 ‘진료 지원(PA) 간호사’가 법적 지위를 보장 받는다. 또 앞으로 자녀 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는 자녀 재산을 상속받지 못한다. 여야가 28일 간호법 제정안과 ‘구하라법’(민법 개정안), 전세사기특별법 등 민생 법안 28건을 합의 처리한 결과다.

막판까지 난항을 겪던 간호법은 전날 오후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원포인트’ 법안심사소위에서 극적인 타결을 이룬 뒤 이날 본회의에서 재석 290명 중 찬성 283명, 반대 2명, 기권 6명으로 가결됐다. 의사 업무 일부를 담당하는 PA 간호사의 의료행위 범위를 ‘의사의 일반적 지도와 위임에 근거한 업무’로 규정하고, 구체적인 내용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했다. 여야는 간호법 제정을 통해 의사 업무 일부를 대신하는 PA 간호사가 합법화되면서, 의정 갈등 장기화에 따른 의료 공백 우려가 일부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간호법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야당 주도로 처리됐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직역 갈등 확산 등을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됐었다.

재석 295명 만장일치로 통과한 전세사기특별법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세 사기 피해 주택을 경매로 낙찰받은 뒤 이를 공공임대주택으로 피해자에게 최대 20년간 장기 제공하는 방안이 담겼다. 피해 주택 거주를 원치 않는 피해자에겐 ‘경매 차익’(감정가-낙찰가)을 받고 바로 퇴거할 수 있도록 한 선택권도 열어뒀다. 전세사기 피해자 요건인 임차보증금 한도도 3억원에서 5억원으로 올렸다.

우원식 국회의장(오른쪽부터)과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회동에 앞서 인사 나누고 있다. 전민규 기자

또 이날 처리된 일명 ‘구하라법’은 부양 의무를 다하지 않거나 학대를 일삼은 피상속인은 상속권을 갖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 골자다. 2019년 숨진 가수 고(故) 구하라씨 사례를 비롯해 천안함, 세월호, 대양호 사고 등에서 부양 의무를 제대로 하지 않은 상속인이 재산 상속을 주장하는 문제가 반복되면서 관련 법을 개정하게 됐다.

이외에도 ▶기술 자료의 부당 유용으로 중소기업 피해가 우려될 때 법원에 이를 막아달라고 청구할 수 있게 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촉진법’ ▶범죄 피해자가 구조금 지급 전 사망했을 경우 이 금액을 유족에게 지급할 수 있도록 한 ‘범죄피해자 보호법’ 개정안 등 총 28건의 법안이 처리됐다.

지난달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 24시간 경과 후 중단을 요구한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화기애애' 본28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이 '구하라법'(민법 개정안)의 제안 설명을 하기 위해 발언대에 섰다가 인사하는 걸 못봤다는 우원식 국회의장의 말에 다시 인사를 하겠다며 발언대에서 내려오고 있다. 연합뉴스

22대 국회에서 여야가 법안을 합의 처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회의원 임기 시작일(5월 30일)부터 정확히 90일이 걸렸다. 거대 야당의 강행 처리→여당의 필리버스터→대통령 거부권 행사→재표결 후 법안 폐기의 공전만 되풀이해 온 앞선 8차례 본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이 주고받던 날 선 고성과 삿대질은 이날 본회의에선 사라졌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구하라 법 제안 설명을 하기 위해 연단에 서는 과정에선 우원식 국회의장이 “인사하는 걸 못 봤다”고 하자, 유 의원이 “그럼 다시 입장해보겠다”고 웃으며 화답하는 장면도 있었다.

한편 여야는 '방송 4법', '노란봉투법', '전국민 25만원 지원법' 등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로 국회로 돌아온 법안 6개는 이날 처리하지 않고 다음 달 26일 본회의에서 재표결에 부치기로 합의했다. 9월 2일 막을 올리는 22대 첫 정기국회에서는 이들 법안에 대한 재표결과 함께 순직해병 특검법, 국회 연금개혁특위 구성 등을 놓고 여야가 줄다리기를 이어갈 전망이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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