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아프고 만성질환 많은 게 어쩌면 ‘우울’ 때문일지도… ‘노인 자가 진단’해보세요

이슬비 기자 2024. 8. 28.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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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헬스조선 DB
노년기에 마음이 아프면 몸까지 더 심하게 아플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두 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에 동시에 걸리는 걸 복합만성질환이라고 한다. 전 세계 인구의 15~43%가 복합만성질환으로 고통받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나이가 들수록 그 위험은 증가한다. 복합만성질환이 우울증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은 잘 알려졌었지만, 반대로 우울증이 복합만성질환을 일으킨다는 사실은 아직 밝혀진 바 없었다. 최근 노년기 우울증이 심혈관계질환, 당뇨병, 고지혈증, 콩팥질환, 신경퇴행성 질환 등 다양한 만성질환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노인 우울증, 전신 염증 높여 만성 질환 유발
성균관대 의대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오대종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 연구팀은 전국에 거주하는 60세 이상의 지역사회 노인 중 복합만성질환을 갖고 있지 않은 2700여 명을 무작위로 추출해 우울증과 만성질환의 연관성을 8년간 추적 관찰했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의 우울 정도를 노인 우울증 척도 설문지(GDS)로 평가했고, 복합만성질환은 환자들의 자가 보고, 의무기록 검토, 신체검진 등으로 파악한 병력 정보를 누적질환평가척도(CIRS)로 점수화했다.

그 결과, 우울증이 없던 노인보다 우울증이 있는 노인은 복합만성질환의 중증도가 증가했다. 5개 이상의 신체 계통에 심각한 복합만성질환에 걸릴 위험은 44% 증가했다. 특히 우울증의 중증도가 높거나 매사에 흥미와 의욕이 떨어지는 무쾌감증을 동반했을 땐, 심각한 복합만성질환에 걸릴 위험이 87%까지 증가했다.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오대종 교수는 “노년기 우울증이 단순히 정신과적 문제가 아닌 신체적으로 다양한 종류의 만성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성을 최초로 규명한 연구 결과”라며 “노년층의 우울증은 신경내분비계와 자율신경계 기능 이상을 통해 전신의 염증을 증가시키고 면역력은 억제해 다양한 만성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추측한다”고 했다. 이어 "노년기에 우울증이 발병하면 정신과적 증상뿐 아니라 신체 질환의 경과를 유심히 관찰하고 예방과 관리에 힘쓸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기분 따라 기억력에 기복 있으면 우울증 의심
노인 우울증 증상은 이유 없이 기분이 가라앉거나 매사에 의욕이 떨어지고 잠을 제대로 못 자는 등 일반적으로 알려진 우울증 증상과 더해 여러 가지 신체 증상과 인지 기능 저하가 동반된다. 부모가 ‘몸이 이곳저곳 아프다’, ‘소화가 되지 않아 가슴이 답답하다’고 자주 언급하면서 기억력이 기분에 따라 좋아졌다 나빠지는 양상을 보인다면 우울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우울증으로 확인되면 약물을 이용해 노인 우울증을 치료한다. 항우울제는 수면제나 안정제보다 부작용이 적고 다른 약물과 함께 복용할 수 있어 고령 환자도 복용할 수 있다.

◇우울증 예방법 세 가지는 대화·운동·문화생활
노인 우울증을 예방하려면 대화, 운동, 문화생활을 챙겨야 한다. 깊은 이야기가 아닌 무엇을 먹었고, 기분은 어떤지 등 사소한 대화로도 우울감이 크게 덜어진다. 서울아산병원 연구팀 연구 결과 이웃과 대화가 단절된 노인은 사회생활을 잘 유지하는 노인보다 우울감 발생 위험이 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운동도 좋은 우울증 예방법이다. 케임브리지대 연구팀이 19만 1000명을 대상으로 한 15개 연구 결과를 분석한 결과, 1주일에 2시간 30분 이상 빠르게 걸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우울증 위험이 25%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운동은 뇌의 혈액순환을 개선하고 염증을 줄여 우울증 예방에 도움을 준다"며 "하루 5~10분이라도 매일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영화, 연극 등을 보는 문화생활만 즐겨도 우울감이 감소한다. 2148명의 노인을 10년 동안 추적 관찰한 영국 런던대 연구에서, 2~4개월에 한 번 영화, 연극, 전시회를 본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32%나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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