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지금 '김택연 보유 구단'입니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김택연(19)은 올해 KBO리그 신인왕을 사실상 예약했다. 입단 첫 해부터 마무리 투수 자리를 꿰찬 것만으로도 대단한데, 소방수가 된 지 두 달 반 만에 역대 고졸 신인 한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까지 갈아치웠다.
김택연은 지난 27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시즌 17번째 세이브를 올렸다. 팀이 8-7로 앞선 8회 말 2사 후 마운드에 올라 1과 3분의 1이닝을 무피안타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막아냈다. 이로써 그는 2006년 나승현이 롯데 자이언츠 소속으로 달성한 종전 고졸 신인 한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16개)을 18년 만에 경신했다. 앞으로 세이브를 3개 더 추가하면 2021년 정해영(KIA 타이거즈)이 세운 역대 최연소 20세이브(20세 23일) 기록도 바꿀 수 있다.
김택연은 "개막하기 전까지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기록이다. 마무리 투수를 맡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조차 못했는데, 정말 행복하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며 "홈팬들 앞에서 기록을 세우지 못한 게 유일한 아쉬움이다. 앞으로 잠실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김택연은 두산이 올해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전체 2순위로 지명한 오른손 투수다. 인천고 시절 청소년 야구대표팀 에이스로 활약한 그는 정식 프로 데뷔전을 치르기도 전에 잠재력을 입증해 웬만한 스타선수보다 더 큰 화제를 모았다.
지난 3월 3일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와의 스프링캠프 스페셜 매치가 그 시작이었다. 3만명이 넘는 유료 관중 앞에서 소프트뱅크 1군 베스트 멤버와 맞붙었는데도 주눅 들지 않고 1과 3분의 1이닝을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두산 포수 양의지는 당시 "갓 고교를 졸업한 선수 같지 않았다. 오승환(삼성 라이온즈) 형처럼 자기 공을 그냥 자신 있게 꽂아 넣는다"며 "최근 신인 중 이렇게 '완성형'이라는 느낌이 드는 투수는 보지 못했다. 앞으로 기회가 되면, 더 큰 무대(메이저리그)까지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극찬했다.
김택연은 2주 뒤인 3월 18일 LA 다저스와의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평가전에서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팀 코리아' 소속으로 마운드에 올라 다저스의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와 제임스 아웃맨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19세 선수가 그 많은 관중 앞에서 메이저리그 선수들을 상대로 자신 있게 공을 던지는 게 기특했다"며 "아웃맨도 그 투수의 공이 아주 좋았다고 하더라. 앞으로 어떤 선수가 될지 궁금하다"고 했다.
김택연은 정작 프로 데뷔전이었던 3월 23일 NC전에선 1이닝 2실점으로 부진했다. 첫 3경기에서 시행착오를 겪다 열흘 동안 2군에 다녀왔다. 그 기간이 김택연에게는 쓴 약이 됐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고 '신인다운 패기를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1군에 돌아왔다. 그는 그 후 완벽한 반등에 성공했다. 첫 30경기에서 2승 2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2.64를 기록하면서 두산 불펜에 철벽 같은 방패를 세웠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결국 6월 13일 잠실 한화 이글스전에 앞서 "앞으로 김택연이 세이브 상황에서 등판한다"고 소방수 교체를 선언했다.
김택연은 그 후 더 강해졌다. 공식적으로 소방수 보직을 맡은 첫날부터 세이브를 따냈고, 빠른 속도로 마무리 투수 자리에 적응했다. 6월 13일부터 지난 27일까지 총 24경기에서 26과 3분의 2이닝을 던지는 동안, 삼진은 35개를 잡아냈고 볼넷은 9개 밖에 내주지 않았다. 상황이 급박할 땐 종종 8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멀티 이닝 세이브도 해냈다. KBO리그 역대 최고 마무리투수로 꼽히는 오승환의 후계자가 마침내 나타난 모양새다.
이제 김택연은 '특급 신인'을 넘어 리그에서 가장 믿음직한 소방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 24일 잠실 한화전에서 블론세이브(3분의 1이닝 2실점)를 기록하며 흔들렸지만, 이승엽 감독은 "김택연 걱정은 전혀 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택연도 바로 다음 등판에서 17번째 세이브를 따내며 곧바로 진가를 보여줬다.
두산은 올 시즌 외국인 투수의 부상과 부진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에이스 역할을 기대했던 라울 알칸타라가 팔꿈치 부상 여파로 부진하다 팀을 떠났고, 믿었던 브랜든 와델도 7승을 올린 뒤 어깨 통증을 느껴 기약 없는 재활 중이다. 여기에 브랜든의 대체 선수로 계약했던 시라카와 게이쇼마저 팔꿈치 통증을 호소해 예정됐던 2경기를 치르지 못하고 두산과 작별하게 됐다.
결국 두산은 불펜의 힘에 크게 의존해 힘겨운 순위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두산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4.56으로 10개 구단 중 1위. 올 시즌 가장 많은 519이닝을 책임졌는데도 자책점이 가장 적었다. 김택연은 리그 최강 두산 불펜에서도 가장 강력한 뒷문지기 역할을 해내고 있다. 두산은 지금 '김택연 보유 구단'이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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