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로 웨이트 훈련" 패럴림픽 우크라 국대 '눈물의 투혼'
28일 개막하는 파리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우크라이나 배구팀의 훈련 루틴엔 대전차 지뢰가 필수품이었다. 러시아의 침략으로 3년째 이어지고 있는 전쟁 와중에서 훈련을 한다는 것 자체가 기적에 가까웠다. 역기 등 기구는 찾기 어려웠지만 원반 형태의 묵직한 대전차 지뢰는 곳곳에 널려있었다. 막심 페트렌추크 등 선수들이 수명을 다한 지뢰를 가져다 훈련을 한 까닭이다.
선수들은 사실 현역 군인이기도 하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우크라이나 패럴림픽 배구팀을 인터뷰한 기사에서 "군인이자 선수인 이들의 투혼은 유독 빛난다"며 "이들의 훈련 분위기는 자못 비장했다"고 전했다. 다음달 8일까지 이어지는 패럴림픽에 출전 등록한 우크라이나 선수들은 국제 패럴림픽 위원회(IPC)에 따르면 모두 74명이다. 영국 가디언 역시 지난 2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국가대표 미하일로 세르빈 수영선수의 투혼을 소개했다. 세르빈 선수는 가디언에 "우리에겐 두 개의 목표가 있다"며 "하나는 우리의 기량을 증명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조국으 이름을 세계가 잊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인은 강인하다"며 "희망을 빼앗겼던 우리에게 올림픽은 또다른 희망의 이름"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선수들이 실제로 꿈의 경기장에 설 확률은 100%가 못된다.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에 응했던 배구팀에서도 1명이 경기를 앞두고 전황이 격화하면서 차출됐다. 선수로 출전하기로 했다가 전사한 이들도 여럿이다.
두고 온 가족도 걱정이다. 페트렌추크 선수는 이코노미스트에 "이제 막 걷기 시작한 아들녀석이 자꾸 눈에 밟힌다"며 "만약을 위해 부인과 아들의 탈출 계획은 짜놓았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패럴림픽은 전쟁의 참화를 잠시 잊을 수 있는 역할도 한다. 27세로 팀 막내인 제니아 코리네츠에겐 그렇다. 그는 이번 전쟁에 참전했다 지난해 다리를 잃었다. 그러나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노래를 틀어놓고 훈련에 매진하는 그의 표정은 밝았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올해 60세로 팀의 최연장자인 아나톨리 안드루센코 선수 역시 팀 막내 옆에서 훈련에 매진했다.
우크라이나 선수들의 훈련은 주변 국가의 도움 덕에 가능했다. 주최국 프랑스부터 핀란드까지, 많은 국가가 훈련 장소와 거주지를 마련해주며 물심양면 지원을 했다.
패럴림픽은 1948년 상이군인의 재활과 훈련을 목적으로 시작됐다. 우크라이나 패럴림픽 선수들의 대부분이 실제로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부상을 입은 군인들의 재활을 담당하기도 한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우크라이나 패럴림픽 위원회 수장인 발레리 수슈케비치는 이코노미스트에 "전쟁 중인 우리 팀이 출전한다는 것만으로도 패럴림픽의 정신은 살아난다고 생각한다"며 "전쟁으로 몸과 마음이 상한 모두에게 패럴림픽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희망과 잠재력을 일깨워준다"고 전했다.
드미트로 멜니크 선수는 이코노미스트에 "내 인생에서 최우선순위는 배구였지만 이젠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돼버렸다"며 "배구공을 던질 때만큼은 괴로움을 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조국의 국기인 노란색과 파란색이 선명한 유니폼을 입고 28일부터 경기장에 선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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