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없숲’ 기괴함 완성한 고민시…“카메라에 새로운 모습 담길 때 희열”

정진영 2024. 8. 28.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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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김윤석)와 상준(윤계상)은 점차 색을 잃어간다.

고민시는 "처음 ('아없숲'의) 오디션을 봤을 때 유성아에게서 연상되는 느낌이 저와는 거리감이 있어서 제가 선택받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저의 새롭고 다양한 모습이 카메라에 담기는 걸 보니 희열이 느껴졌다. '보기 드문 코리안 비치(한국 악녀)'라는 반응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웃었다.

성아가 작품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 인물인 건 사실이지만, 고민시는 피해자인 영하와 상준의 심리에 주목해줄 것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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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의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영하(김윤석)와 상준(윤계상)은 점차 색을 잃어간다. 알록달록하고 예쁜 이들의 펜션, 모텔이 망가질수록 그림자는 짙어진다. 그 사이에서 성아(고민시)는 홀로 선명한 색으로 형형한 빛을 낸다. 무채색이 되어가는 사람들 사이 혼자만 색이 강렬해져 가는 성아를 보고 있으면 섬뜩하지만 궁금해진다.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최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에서 성아를 연기한 고민시를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고민시는 지금까지 연기했던 캐릭터들 중 성아가 가장 고난도였다고 했다. 그는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제가 해내야 할 무게감이 다른 작품보다 깊이가 있어서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캐릭터를 만들 수 있을지 밤을 새워가며 고민했다”며 “이 작품은 ‘돌 맞은 개구리’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살인마에게 공감이 되면 안 됐다. 그래서 유성아의 이야기에 시청자가 설득되지 않게 하는 데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배우 고민시. 넷플릭스 제공


성아는 영하와 아내의 추억이 깃든 펜션에 매료돼 이 펜션에 이상할 정도로 집착하는 여자다. 펜션을 갖는 데 방해되는 사람은 가차 없이 공격하거나 죽인다. 일상적으로 명품을 걸칠 정도의 부자지만 아버지에게 외면당하고, 자식이 있는 남자와 결혼했지만 가정생활이 순탄치 않았다는 것 정도의 전사(前事)를 유추할 수 있을 뿐이다. 고민시는 성아의 기괴함을 표현하기 위해 척추뼈가 보이도록 평소 몸무게에서 5~6㎏을 감량해 43㎏까지 줄였다. 그의 광기는 후반부로 갈수록 폭발한다.

고민시는 “김윤석 선배가 ‘악역은 단순히 악해서 극에서 사라졌으면 하는 인물이 아니라 악한 행동을 해도 계속 보고싶어야 좋은 악역’이라는 말을 해주셨다”며 “성아가 사이코패스가 아닌 소시오패스인 만큼 두려움이나 슬픔을 느끼는 것처럼 보이는 장면을 입체적으로 만들려 했다”고 말했다.

치열한 고민 끝에 탄생한 성아는 기괴하고 섬뜩한 인물로 담겼다. ‘아없숲’ 공개 이후 시청자들 사이에선 ‘고민시의 새로운 얼굴을 봤다’는 반응들이 줄을 이었다. 고민시는 “처음 (‘아없숲’의) 오디션을 봤을 때 유성아에게서 연상되는 느낌이 저와는 거리감이 있어서 제가 선택받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저의 새롭고 다양한 모습이 카메라에 담기는 걸 보니 희열이 느껴졌다. ‘보기 드문 코리안 비치(한국 악녀)’라는 반응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변화를 위해 몸을 던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편이다. 앞으로도 다양한 역할에 도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아없숲’을 연출한 모완일 감독은 “지금까지 본 배우 중에 노력의 양으로만 보면 제일 열심히 하는 것 같다. 잘하는데도 계속 잘하려고 하더라”며 “무슨 일이든 저렇게 하면 안 될 게 없겠더라. 그러니까 실력은 자연스럽게 따라오지 않았을까”라고 고민시를 칭찬했다.

배우 고민시. 넷플릭스 제공


성아가 작품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 인물인 건 사실이지만, 고민시는 피해자인 영하와 상준의 심리에 주목해줄 것을 강조했다. 영하와 상준은 포식자가 걸어가는 길 위에 있었을 뿐이었던 ‘돌 맞은 개구리들’이었다. ‘아없숲’은 20년의 간극을 두고 비슷한 일을 겪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교차해 보여주며 이들이 느꼈을 감정의 변화를 깊이 있게 다룬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쓰러진 나무의 ‘쿵’ 소리를 누군가는 들어줬으면 하는 간절함으로. 고민시는 “피해자 입장에서 보면, 헛된 상상까지 하게 될 정도로 너무 끔찍한 일이다. 그 괴로움을 잘 보여준 작품이라 생각한다”며 “피해자의 심리에 좀 더 집중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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