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임 초 시진핑에 '韓 핵 원하면 어떡할래' 되물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 첫해인 2017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에게 한국의 핵무장 가능성을 거론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허버트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7일(현지시간) 펴낸 회고록『우리 자신과의 전쟁: 트럼프 백악관에서의 내 임무 수행』에는 트럼프와 시 주석이 북핵 문제와 대북 제재 등을 두고 신경전을 벌인 일화가 나온다.
2017년 7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개최된 주요 20국(G20) 정상회의 기간 트럼프와 회담한 시 주석은 "맨발인 사람은 좋은 신발을 신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 주민들이 궁핍(맨발)에 너무 익숙해서 미국이 북한을 제재해도 효과가 없다는 비유였다. 이에 트럼프는 '대북 제재 무용론'을 펼치는 시 주석을 향해 "만약 일본과 한국이 자기들도 핵무기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면 어떻게 되나"라고 반문했다고 맥매스터는 전했다.
당시 트럼프는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게 만드는 수단으로 한·일 핵무장을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2017년 9월 미 언론은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 내 전술핵 재배치, 한·일의 핵무장 용인 등을 대북 옵션으로 검토 중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이에 대해 뚜렷한 의견을 갖고 있는지는 명확치 않다. 대선 후보 시절이던 2016년 3월에는 “어느 시점에 가면 우리가 더이상 그것(동맹의 방위 요구)을 하지 못하는 때가 올 것”이라며 한·일의 핵 무장을 용인할 수 있다는 식의 발언도 했다.
한국의 핵 무장 가능성에 대해 되물었던 트럼프는 정작 2017년 11월 중국에서 시 주석과 다시 만났을 때는 시 주석의 논리에 상당히 설득된 분위기였다고 맥매스터는 기록했다. 이때 시 주석은 '맨발인 사람'의 비유를 재차 거론하면서 "북한과의 관계 단절은 적개심을 조장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의 금융기관에 대한 '2차 제재'를 중단하라고 미국에 촉구했다.
회고록에 따르면 트럼프는 '한·미 군사훈련은 도발적'이라는 시 주석의 말에 동의하면서 심지어 "돈 낭비"라고도 말했다. 아울러 북핵·미사일 프로그램 동결에 한·미 훈련 중단 등으로 보상하는 이른바 '쌍중단' 제안에 트럼프도 동의하는 듯 보였다고 맥매스터는 전했다. 그 때 맥매스터는 자신이 존 켈리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에게 '그(시진핑)가 우리를 이겼다(He ate our lunch). 트럼프는 덫으로 걸어 들어갔다'고 적은 쪽지를 건넸다고 회고했다.
실제로 약 7개월 뒤인 2018년 6월 트럼프는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한 뒤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비용이 많이 들고, 도발적"이라며 시 주석과 만났을 때와 같은 논리를 댔다. 당시 그는 "(연합훈련을 중단하면) 첫째, 돈이 많이 절약되고 둘째, 그들(북한)이 감사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트럼프, "한국은 부자 나라…왜 지켜줘야 하나"
이밖에도 트럼프는 "우리가 한국에서 나오고 러시아와 중국이 북한을 처리하게 놔두는 것이 어떻겠냐"는 발언을 했다고 맥매스터는 밝혔다. 주한미군 철수를 시사하는 발언이다.
앞서 트럼프는 지난 4월 30일 공개된 미국 타임지 인터뷰에서 "왜 우리가 부유한 국가(한국)를 방어해야 하느냐"며 해묵은 안보 무임승차론을 다시 꺼냈다. 그는 '재집권하면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는가'라는 질문에 즉답 대신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언급했다.
그는 "우리는 불안정한 위치에 병력 4만명을 두고 있다"며 "나는 (재임 당시) 한국에 '이제 비용을 지불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언급한 4만명은 1990년대 이전 규모이며 현재 주한미군은 2만 8500명이다.
한편 맥매스터는 지난 26일 CNN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재선해도 다시 그의 밑에서 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맥매스터는 트럼프를 "매우 공격적이고 무례한 사람"이라고 평하며 "트럼프는 행정부 구성원들을 서로 적대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정부 임기 초반 외교·안보 분야에서 트럼프의 충동적인 결정을 막으려다 1년여 만에 경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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